역사 공통분모 3·1운동, 남북관계 개선 지렛대 삼는다

강태화.위문희.장원석 2018. 7. 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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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3·1절 공동행사 추진 배경
청와대 "4·27 정상회담 때 개최 논의"
북, 김일성 항일투쟁 선전할 수도
양대노총 만나 "ILO 협약 비준 추진"
비준하면 전교조 합법화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3일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내년 3·1절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행사를 북한과 공동 개최할 뜻을 밝힌 건 역사를 남북관계 개선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1운동 100주년 남북 공동 기념사업 추진을 논의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상회담 때 공동행사 개최 계획을 따로 준비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건의했다”며 “김 위원장이 ‘북에서도 3·1절을 기념한다’고 답하면서 공동 개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그는 “공동 개최는 김일성의 항일 독립운동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항일 독립운동을 확장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일제하 독립운동은 남북 역사의 공통분모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양측의 공감대를 넓혀 나가겠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은 독립운동의 초점을 철저히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에만 맞추기 때문에 한국에 비해 3·1운동에 대한 평가가 높은 편이 아니다. 그러므로 공동 행사가 성사되더라도 북한이 김일성 선전의 무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내년 3·1절에 앞서 한 달 뒤로 다가온 올해 광복절 행사를 먼저 남북 공동으로 개최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로 이날 평양에 도착한 통일 농구 방북단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 외에 남북회담에 깊이 관여해 온 안문현 총리실 국장이 포함된 점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날 문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의 뜨거운 논란거리인 ‘건국’이란 단어를 말하지 않았다.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했던 것과는 차이가 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상황에서 굳이 야당을 자극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역시 북한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1948년 9월 9일 정권 수립일을 기념하는 9·9절을 사실상의 건국일로 지정해 대규모 행사를 벌여 왔다. 이 때문에 ‘임시정부 수립=건국’이란 해석은 북한 측 시각과 마찰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에 대비해 임시정부는 ‘사대주의’라며 무게를 싣지 않는 편이다. 다만 그럼에도 남북 정상이 교감을 나눈 만큼 어떤 형태로든 공동행사가 성사될 가능성은 크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출범식이 열린 옛 서울역사도 철도 연결 등 대북 사업과 연관 지었다. 그는 “(서울역은) 우리 역사의 주요 무대였고 대륙으로 삶을 확장하는 출발지”라며 “남북이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사업까지 (위원회가) 구상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실제로 위원회의 민간 위원을 위촉하는 과정에서 대북 사업을 염두에 둔 엄격한 신원조회를 거쳤다고 한다.

◆문 대통령 “ILO 협약 비준 추진”=문 대통령은 이날 출범식 시작 전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나 비공개 대화를 가졌다.

면담은 양 노총의 대통령 면담 요청에 청와대가 응하면서 성사됐다. 김주영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체결한 ‘최저임금제도개선 및 정책협약이행 합의문’이 지켜지고,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최저임금법 재개정에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특례 등 문제 있는 조항은 반드시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비준해 달라는 노조 측의 건의에 “협약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ILO 협약을 비준하면 전국교직원노조가 합법 노조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강태화·위문희 기자, 세종=장원석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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