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프리즘]학원의 학생에 대한 보호의무는 어디까지

2018. 7. 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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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사교육을 담당하는 학원의 설립ㆍ운영자나 교습자에게도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사 등과 마찬가지로 당해 학원에서 교습을 받는 수강생을 보호ㆍ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하였다.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 A가 있었다. A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학원을 다니며 피아노 등을 배웠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집 근처에서 학원이 운행하는 차량을 타고 다녔는데,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학교 수업이 끝난 뒤 학교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학원 차량을 타고 학원에 갔다가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왔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찾아가는 어린이 안전체험 교실'에서 어린이들이 횡단보도 교통안전 체험을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이 학원은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없고 차량과 보행자의 통행이 빈번한 시장 앞 이면도로에 접해 있는 상가 건물에 입주해 있었다. 학원에 다니는 학생은 모두 초등학생이었고, 어린이들은 평소 수업 중간 쉬는 시간 등을 이용해 학원 밖으로 나가 근처 상가에 있는 문구점이나 분식집 등에 다녀오곤 했다고 한다.

학원 수업 중간에 사고를 당한다면?

그런데 어느 비오는 날, A는 수업 하나를 마치고 다음 수업을 듣기 위하여 기다리다 학원 밖으로 나가 우산을 쓰고 이면도로를 건너던 중 승합차에 치여 안타깝게도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다. 학원의 운영자이자 교습자에게도 어린 학생이 수업 중간의 쉬는 시간에 학원 밖으로 나가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평소에 안전교육을 철저히 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외출을 통제하는 등의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인정될까?

공교육을 담당하는 유치원이나 학교의 원장, 교장, 교사는 교육기본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그들로부터 교육을 받는 유치원생과 학생들을 부모를 대신해 보호·감독할 의무를 진다. 그 의무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학교 내에서 학생의 모든 생활관계에 학생에 대한 보호·감독 의무가 미친다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수 있다. 법원은 유치원이나 학교 교사 등의 보호ㆍ감독 의무가 미치는 범위는 유치원생이나 학생의 생활관계 전반이 아니라 유치원과 학교에서의 교육활동 및 이와 밀접ㆍ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생활관계로 한정된다고 보고 있다. 설령 보호ㆍ감독 의무를 소홀히 하여 학생이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는 것에 한하여 교사 등의 책임을 인정할 수 있으며, 이때 그 예상 가능성은 학생의 연령, 사회적 경험, 판단능력, 기타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제한하고 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경우 보호ㆍ감독 의무가 미치는 생활관계의 범위와 사고 발생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더욱 넓게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취지에서 유치원 담임교사에게는 원생들이 유치원에 도착한 순간부터 유치원으로부터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기까지 법정 감독의무자인 친권자에 준하는 보호ㆍ감독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유치원생들은 그 나이 등을 고려할 때 다른 각급 학교 학생들의 경우와 달리 유치원 수업활동 외에 수업을 마치고 그들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기까지가 유치원 수업과 밀접ㆍ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생활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학교에서의 교육활동 중 일어나는 안전사고에 대하여는 학교안전사고보상법에 따라 교육감, 학교장 등이 안전사고 발생에 책임이 있는지를 묻지 않고 피해를 입은 학생, 교직원 등에게 공제급여를 지급한다. 학교에서 운동을 하다 사고를 당해 크게 다친 경우 교사나 감독자 등의 관리가 소홀하였는지 등 학교 측의 과실이 전혀 없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이 제도는 사회보장의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는 제도와는 취지나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안전사고의 피해자가 원래 몸이 안 좋았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가 공제급여 산정에 고려되지 않는다.

통학차량 승차 때부터 하차 때까지

사설학원은 어떨까?

고등법원은 수강생들이 학원 측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경우에도 그에 대한 마땅한 제재방법이 없었던 점, 학원 직원이나 강사를 출입문에 배치하여 출입하는 수강생들을 일일이 통제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이 사건과 같은 교통사고를 당할 것을 예측하여 이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보호ㆍ감독 의무가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우리의 교육 현실을 보면 학원의 설립ㆍ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ㆍ운영되는 학원이나 교습소에서 학교 교육의 보충 또는 특기ㆍ적성교육을 위하여 지식ㆍ기술ㆍ예능을 교습하는 형태의 사교육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사교육은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공교육 못지않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사교육을 담당하는 학원의 설립ㆍ운영자나 교습자에게도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사 등과 마찬가지로 당해 학원에서 교습을 받는 수강생을 보호ㆍ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하였다. 학원의 운영자나 교습자는 교습계약(수강계약)의 당사자로서 수강생이 그 계약에 따라 교습을 받는 과정에서 부딪힐 수 있는 위험을 미리 제거할 수단을 강구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수강생의 생명ㆍ신체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법원은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통학차량으로 운송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경우 그 유치원ㆍ학교 또는 학원의 운영자나 교사 등은 보호자로부터 학생을 맞아 통학차량에 태운 때로부터 학교 등에서의 교육활동이 끝난 후 다시 통학차량에 태워 보호자가 미리 지정한 장소에 안전하게 내려줄 때까지 학생을 보호ㆍ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하였다. 고등법원이 인정한 사정들은 책임범위를 제한하는 근거가 될지언정, 보호ㆍ감독 의무 및 그 의무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자체를 부정하는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영화 ‘다이하드3’였던가. 폭발물을 학교에 설치했다고 라디오 생방송 프로그램에 전화를 걸어 테러범이 말하자, 이를 확인하려는 전화가 빗발쳐 도시의 연락망이 마비되어 버린다. 그만큼 학교에 또 학원에 있는 우리의 아이들은 소중하고 최대한 안전해야 한다.

<유재규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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