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핵연료 저장시설 벌써 90% 포화" 월성 원전을 가다

경주(경북)=유영호 기자 2018. 7. 6.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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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 마침표, 사용후핵연료 해법찾기-①]사용후핵연료 44만다발 내년 한계치.. "해결 못하면 원전 줄줄이 가동중단"

[편집자주] 한국 첫 상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지난해 6월 19일 0시 영구정지(콜드 셧다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9일만인 이날 고리원자력본부를 직접 찾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 시대, 이것이 우리 에너지정책이 추구할 목표”라고 했다. 국가 에너지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 이른바 ‘에너지전환’의 신호탄이었다.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우리나라는 2082년이면 가동 원전이 ‘제로’가 된다. 하지만 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최소 10만년 동안 안전하게 처분해야 하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35년간 사회적 갈등만 부추기며 표류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의 해법을 찾기 위한 돌파구를 모색하고자 한다.

지난달 28일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이리 월성원자력본부 월성 2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시설(수조)의 모습. 200평 남짓의 수조에 총 3만200여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돼 있다./사진=유영호 기자


전국 곳곳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지난달 28일.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위치한 월성원자력본부를 찾았다. 신라 천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왕궁인 ‘월성(月城)’의 이름을 사용하는 이곳에는 단 4기 뿐인 중수로(냉각재로 중수를 사용하는 원자로) 원전인 월성 1·2·3·4호기가 자리 잡고 있다.

월성 2호기 원자로건물에 붙어 있는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시설(수조)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핵심시설인 방사선관리구역이라 사전출입허가를 받았는데도 30분 이상의 까다로운 출입절차가 진행됐다. 이어 40분간의 별도 방호교육을 통해 혹시 모를 방사선 피폭을 막기 위한 주의사항 등을 숙지했다. 교육을 마치자 법적선량계(TLD)와 보조선량계(ADR)가 지급됐다. 원전 내 방사선관리구역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이 2가지 장비를 직접 몸에 소지해야 한다. 분실할 경우 상시출입 직원이라도 드나들 수 없다.

출입통제기에 TLD와 ADR을 인식하자 곧 출입문이 열렸다. 준비구역에서 방호복으로 갈아입었다. 초록색의 반소매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그 위에 상·하의 일체형 작업복을 입었다. 맨살이 노출되지 않도록 팔목을 덮는 긴 장갑과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긴 양말을 덧신었다. 방사선 수치를 바로 확인할 수 있게 왼쪽 가슴에 TLD와 ADR을 착용하고 테이핑을 하자 비로소 방사선관리구역 출입이 가능했다.

지난달 28일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이리 월성원자력본부 월성 2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시설(수조)의 모습. 200평 남짓의 수조에 총 3만200여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돼 있다. 본지 기자(오른쪽)가 직접 방사능관리구역에 들어가 사용후핵연료 저장실태를 확인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육중한 철문을 열고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된 습식저장시설 내부로 들어갔다. 수심 7.5m, 넓이 200평 남짓 되는 수조는 수영장을 연상케 했다. 수조 안의 물은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사용후핵연료에서만 검출되는 코발트빛의 체렌코프방사선이다.

갑자기 알 수 없는 냄새가 코 끝에 스치는 듯 했다. 동행한 한국수력원자력 월성1발전소연료팀 이용우 차장은 “방사선은 무색무취의 특성이 있고 수조 밖으로는 방사선이 방출되지 않는다”며 “방사선관리구역에 처음 출입한다는 긴장감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가슴을 내려보자 선량계의 방사선 수치는 ‘0’을 가리키고 있었다.

중수로는 농축하지 않은 천연우라늄을 연료로 쓴다. 핵연료는 경수로의 경우 길이가 4m에 달하지만 중수로는 49.53㎝에 불과하다. 또 5년을 연소하는 경수로와 달리 중수로는 6~12개월을 연소하면 폐연료가 돼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곳으로 옮겨진다. 수조 안에는 핵연료 다발을 24개씩 담은 보관용기(트레이)가 19단으로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이 차장은 “중수로 특성상 매일 2~3채널(1채널당 핵연료 12다발)의 핵연료가 교체된다”며 “월성 2호기 습식저장시설에만 3만200여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보관 중”이라고 설명했다.

본지 기자가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이리 월성원자력본부 월성 2호기 내 방사선관리구역을 빠져나오기 위해 전신오염검사기로 방사선 피폭 여부를 측정하고 있다. 신체에서 방사선이 검출되지 않으면 \


습식저장시설을 나오자 곧바로 TLD와 ADR 측정이 이뤄졌다. 두 선량계에 측정된 방사선 수치는 모두 ‘0’이었다. 이어 손발오염감지기와 전신오염감지기로 다시 한번 방사선 피폭량을 측정했다. 모두 ‘깨끗합니다’라는 안내음성이 나왔다.

월성 2호기를 나와 월성원자력본부 뒷산 중턱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소인 건식저장시설로 자리를 옮겼다. 높이 6.5m의 하얀색 원통형 콘트리트 건물이 줄지어 서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사용후핵연료가 밀봉된 캐니스터(저장소)였다. 사용후핵연료는 수조에 6년정도 보관해 연소도가 7800mwd/mtu 이하로 떨어지면 건식저장시설로 옮겨진다. 캐니스터 1기당 540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들어있는데 2010년 이미 300기가 포화됐다.

지난달 28일 찾은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이리 월성원자력본부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임시저장소)인 캐니스터의 모습. 300개의 캐니스터에 총 16만2000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봉인돼 있다./사진=유영호 기자


현재는 사용후핵연료를 더 조밀하게 저장할 수 있는 맥스터(모듈형 저장소)에 사용후핵연료가 보관 중이다. 모두 7모듈이 있는데 1모듈에 사용후핵연료 600다발이 담긴 실린더 40개, 총 2만4000다발이 보관된다. 7모듈 총 저장용량은 16만8000다발인데 이미 90%인 15만1200다발이 찼다. 조기 폐쇄가 결정된 월성 1호기를 제외해도 월성 2·3·4호기서 매년 1만6200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배출되는 점을 고려하면 1년여 후면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사용후핵연료 때문에 원전 3기를 추가 영구정지해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수원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맥스터 7모듈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인데 주민수용성 문제와 규제당국의 인·허가 지연 등으로 건설계획이 수년째 공회전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그나마 건식저장시설을 갖춘 월성은 사정이 좀 나은 편”이라며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위한 해법이 도출되지 않으면 결국 모든 원전이 멈춰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찾은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이리 월성원자력본부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임시저장소) 맥스터(모듈형 조장소)의 전경. 모듈 1개에 2만4000다발씩 모듈 7개에 총 16만8000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저장 가능한데 현재 90%가 포화상태다./사진=유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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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경북)=유영호 기자 yhry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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