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분기 만에 멈춰선 삼성 실적 신기록..반도체만 고군분투(종합)

안하늘 입력 2018. 7. 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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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사업부, 영업익 1분기 기록 또다시 갱신
서버용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성장세 지속 예상
중국발 LCD 치킨게임에 디스플레이 사업은 고전
프리미엄 시장 집중했던 가전사업부는 실적 개선


증권업계 3분기 역대 최대 실적 회복 기대 속
G2 무역전쟁·文 정부 재벌개혁 기조 등 부담 가중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분기마다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하던 삼성전자의 실적 신기록 행진이 7분기 만에 막을 내렸다. 반도체가 이번 분기에도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반면 나머지 사업부는 부진했기 때문이다. 분기 최대 영업이익은 다시 달성했지만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가전 등의 매출과 주요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줄어든 것은 고민거리다. 3분기에는 갤럭시노트,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분야의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쟁사들과 압도적 격차를 벌릴 장기 비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사업부는 1분기 기록(영업익 11조5500억원)을 또 다시 갱신했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82%를 차지했으며 '꿈의 영업이익률' 50% 역시 또 한번 넘긴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용 D램 등 메모리 반도체에서의 성장세가 여전히 거세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를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를 빠른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D램이 필요하다.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IT 업체에 이어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들까지 나서 데이터센터를 대규모 확충하면서 서버용 D램은 '없어서 못 구할 정도'다. 삼성전자는 서버용 D램 시장점유율 44.6%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다만 낸드플래시의 경우 가격 인하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출하량 증가 폭이 커 성장세가 지속될 예정이다.

디스플레이 사업은 이번 분기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국발 LCD '치킨 게임'이 시작되면서 LCD사업은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예상된다. BOE 등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해온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10세대 대형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LCD 패널 생산량을 대폭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시장 거래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기업들이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 이와 함께 중소형 OLED도 아이폰X와 갤럭시 제품들의 판매량이 부진하면서 출하량이 줄었다. 하지만 3분기 갤럭시노트 및 아이폰 신모델이 동시에 출시하는 호재가 있어 삼성전자는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IM사업부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이번 분기 실적이 가장 많이 하락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1분기에 '갤럭시S9'을 출시하면서 전년 대비 신제품 출시 효과를 누리지 못한 효과도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S8'를 4월에 출시하면서 2분기 4조6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번 갤럭시S9은 3월 출시하면서 1분기 3조77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시기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갤럭시S9 자체 판매량이 전작에 크게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화웨이, 오포 등 중국 업체들이 시장을 대폭 확대하면서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갤럭시노트9'의 출시 일정을 앞당기면서 아이폰 출시 전까지 시장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가전 사업부는 월드컵 등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덕분에 1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75인치형 QLED TV 등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한 성과가 나타났으며, 미세 먼지가 기승하면서 공기청정기, 의류건조기 등 계절성 가전기기 역시 판매가 늘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3분기 다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본다. 반도체 분야는 공급량이 제한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사업도 신제품 출시 효과로 실적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스마트폰 사업은 기대 이하였으나 반도체 가격 안정화와 디스플레이 실적 개선 등으로 올해 하반기 실적도 양호할 전망"이라며 "3분기에는 17조8000억원, 4분기에는 18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250조원, 영업이익 65조원을 기록하면서 이전 최고기록이었던 지난해 실적(매출 239조5800억원ㆍ영업이익 53조6500억원)을 뛰어넘을 것이 유력시된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둘러싼 대내외적인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연이어 확산되면서 언제 반도체 분야에도 불똥이 튈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국 법원은 최근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제품 일부의 중국 내 판매를 금지하면서 단기적으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이런 시도가 결국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위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중국 당국은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담합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갖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또 문재인 정부 들어서 '재벌 개혁' 기조가 여전히 힘을 얻고 있는 상황도 부담스럽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 몰아주기, 금융위 원회ㆍ금융감독원에서는 금산분리를 들어 삼성 그룹의 지배구조 개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5월 1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블록딜로 매각했는데, 정부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15조~20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에 따라 엘리엇 등 외국계 해지펀드가 삼성전자 경영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밖에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노동조합 활성화 등의 정부 정책 역시 경영 환경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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