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자의 체헐리즘]'용(龍) 무늬' 타투, 기자가 직접 해봤다

남형도 기자 입력 2018. 7. 7. 05:00 수정 2018. 8. 1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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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지하철, 길거리, 직장서도 따가운 눈초리.."무섭다, 거부감 든다" 반응 많아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수동 휠체어를 직접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본 적이 있습니다. 장애인들 심정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생전 보이지 않던,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뭐든 직접 해보니 다르더군요. 그래서 체험하고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매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하나로 합쳐 봤습니다. 사서 고생한단 마음으로 현장 곳곳을 몸소 누비고 다니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의 진실을 전달하겠습니다. 소외된 곳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5일 오전 용무늬 타투 스티커로 타투를 한 뒤 출근한 기자가 책상에 앉아 일하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5일 오전 7시, 출근길에 늘 타던 버스에 올랐다. '띡' 하고 카드를 찍었다. 버스 기사는 친절히 "어서오세요" 하더니 조용히 얼굴을 한 번 쳐다봤다. 뒤쪽에 빈 자리가 있어 발걸음을 옮겼다. 거기에는 한 20대 여성이 영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 팔을 보는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여성은 가방을 몸쪽으로 꼭 끌어 안았다. 다음 정류장에서는 승객들이 우르르 탔다. 무관심한 몇몇이 지나친 뒤, 몇몇 승객이 기자 앞에 섰다. 그중 한 여성이 얼굴을 슬며시 보는 것이 느껴졌다. 기자도 그를 쳐다봤다. 째려보지 않았음에도 시선을 황급히 피했다. 늘 똑같은 일상에서 달라진 건 딱 하나였다. 그날 아침 팔에 새긴 용무늬 타투(문신)였다.

살면서 타투에 0.1도 관심 없던 기자가 서른살 넘게 먹고 나서야 도전한 건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요즘엔 개성이라며 타투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인식도 그만큼 달라졌을까. 그런데 정작 직장에는 왜 타투를 한 사람이 아무도 없을까. 직접 한 뒤 출근하면 상사는 어떤 반응일까. 또 가까운 가족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미쳤다고 하지는 않을까. 직접 해보면 우리 사회가 타투를 바라보는 솔직한 인식이 어떤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짜 타투를 할 용기는 없었다. 새기는 것도 지우는 것도 고통스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터였다. 헤나(몸에 염색을 하는 원리) 조차도 조심스러웠다. 때밀이 수건과 비누만 있으면 지울 수 있다는 '타투 스티커'를 사기로 했다. 가격도 1200원으로 저렴했다. 대신 눈에 확 튀는 타투를 선택하기로 했다. 색깔이 화려한 잉어와 검은색 용(龍) 무늬를 고민하다 후자를 선택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스티커를 몸에 부착한 뒤 분무기로 물을 몇 번 뿌리는 방식이었다. 팔에 스티커를 붙인 뒤 물을 뿌린 뒤 20초 정도 가만히 눌렀다 뗐다. 조심히 떼자 잔뜩 인상을 찌푸린 용이 주먹을 바라보며 움직이는 모양이 새겨졌다. 퀄리티는 가격 대비 괜찮았다.

출근 복장은 평소보다 더 깔끔하게 입었다. 타투에 대한 인식만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흰 와이셔츠에 슬렉스 바지, 구두를 신었다.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시선이 느껴졌다.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이웃집 아주머니의 시선이 팔에 꽂혔다. 인사를 건넨 뒤 팔에 있는 타투를 가리키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요즘 유행하는 것 같다. 각자 개성이다"라는 어색한 대답만 돌아왔다.

동네를 걸을 때에도 다소 불편한 시선이 있었다. 주부 송모씨(44)는 기자와 나란히 걷다 걸음걸이를 천천히 늦추더니 한참 뒤에서 따라오기도 했다. 송씨에게 "평소 타투를 어떻게 생각해왔느냐"고 묻자 "(기자가 한 것 같은) 과한 무늬는 솔직히 보는 것도 많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타투로 인한 선입견을 최대한 없애려 출근 복장은 셔츠와 슬렉스 바지, 구두로 깔끔하게 했다./사진=남형도 기자


지하철이 광화문역에 도착하자 더 창피해졌다. 무더위에도 정장을 입은, 점잖은 직장인들 사이에 있으니 타투가 더욱 튀었다. 바깥으로 나가자 비가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비를 맞으면 용이 눈물을 흘릴까봐 신경 쓰이기도 했다.

직장 건물에 도착한 뒤 1층서 본지 편집국장과 마주쳤다. 엘리베이터를 타자 날카로운 시선과 함께 "문신을 했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순간 진땀이 흘렀다. 이에 기사를 위해 체험하고 있는 것임을 몇 번씩 강조했다. 마치 죄 지은 기분이었다. 또 다른 본지 부국장은 "헤나를 했냐. 어디서 했느냐"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소속 부서 부장은 팔을 본 뒤 외마디 비명과 함께 "왜 하필 오른팔에 했느냐(부장이 오른쪽 자리에 앉음)"고 성토했다. 체험을 위해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보니 "정말 아니"라는 반응도 나왔다.

후배들 반응은 더 솔직했다. "왠지 과거가 있을 것 같다", "선해 보이는 사람이 이런 걸 하니 다시 얼굴을 보게 된다", "밖에서 보면 무서울 것 같다", "(특정 직업을 얘기하며) 이런 일을 하는 사람 같다", "만만치 않은 느낌이다", "잘 어울린다", "진짜 타투 같다", "이미지랑 반대다" 등의 반응이었다.

친구 전모씨(36)와의 대화. 타투에 대한 선입견을 알 수 있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지인들에게도 타투를 한 사진을 보여주자 반응이 다양했다. 전모씨(36)는 "깡패 같다"고 했고, 정민우씨(33)는 "거부감이 드는 무늬"라며 "진짜 한 것 맞느냐"고 반문했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도 반응이 엇갈렸다. 광화문 소재 직장인 신선미씨(28)는 "최근에는 요란한 타투를 많이 봐서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본인에게 어울리는 무늬면 좋아 보인다"고 했고, 종로에서 만난 직장인 임모씨(35)는 "많이 개방적으로 바뀌긴 했지만 아직까지 타투에 대한 인식은 곱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때밀이 타올에 비누를 묻혀 타투를 지워내고 있다. 힘을 줘서 밀자 조금씩 지워졌다./사진=남형도 기자


결국 기자는 5일 저녁 타투를 지우기로 결정했다. 따갑고 불편한 시선을 계속 견디기 힘들었다. 개성으로 존중 받기에는 아직까지 타투를 향한 인식은 곱지 않은듯 했다. 때밀이 타올에 비누를 묻혀 타투를 빡빡 밀어 지웠다. 피부는 벌개졌지만 마음은 개운했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타투업계 관계자들은 타투가 많이 대중화됐지만, 특정 무늬에 대해선 아직까지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패션타투협회 관계자는 "와이프 사진처럼 의미가 있고 감성적인 패션 타투는 많이들 하는데, '한야(일본 도깨비)' 무늬처럼 일본 야쿠자나 조폭처럼 하는 위압감 있는 문신은 아직도 거부감이 크고 대부분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모르는 사람들이나 놀았다는 친구들이 하지 젊은층들은 그런 걸 잘 안한다"고 덧붙였다.

송강섭 한국타투협회 회장은 "지금은 일반인들도 타투를 보며 개성과 표현의 자유로 많이 인식하고 있다"며 "축구선수나 연예인들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기성세대들을 제외하면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형도 기자의 '추신'
안녕하세요, 남형도 기자입니다. 사실 타투를 한 사람을 보면 "저런 걸 왜 하냐"며 혀를 찼었습니다. 거부감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이번에 짧게나마 체험을 하며 이 또한 편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야를 넓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독자 분들은 어떤 편견 때문에 힘드셨는지요. 제가 모르는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든 들려주세요. 기꺼이 그 사연 속으로 뛰어들겠습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메일 주소도 '사람'입니다. human@mt.co.kr로 제보 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끝까지 기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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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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