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맘충' 사건.. 엄마들은 불편합니다

강주화 기자 2018. 7. 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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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경기도 광주 한 맘카페 회원 A씨가 태권도학원 차량이 난폭 운전했다는 허위 글을 올렸다가 '태권도 맘충'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문제는 A씨처럼 개인적인 잘못을 저지른 여성을 '맘충'(엄마+벌레 '충(蟲)' 합성어)이라고 부름으로써 자녀를 둔 모든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혐오를 확대하는 것이다.

아이디 '수달**'를 사용하는 한 여성은 한 맘카페에서 "'맘충'이란 단어가 너무 안타깝다"며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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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잘못 "자녀 키우는 여성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혐오감 확산시켜"

지난주 경기도 광주 한 맘카페 회원 A씨가 태권도학원 차량이 난폭 운전했다는 허위 글을 올렸다가 ‘태권도 맘충’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문제는 A씨처럼 개인적인 잘못을 저지른 여성을 ‘맘충’(엄마+벌레 ‘충(蟲)’ 합성어)이라고 부름으로써 자녀를 둔 모든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혐오를 확대하는 것이다.

대략 ‘맘충’이란 말은 2012년 무렵부터 식당, 카페 등 공공장소에서 자녀의 소란을 제지하지 않는 등 기본적 매너를 지키지 않는 아이 엄마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차츰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형성됐고 이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지만 맘충이란 용어는 ‘매너 없는 엄마’를 뜻하는 고유 명사처럼 회자됐다.

한 여성의 평범한 생애를 통해 성차별적 사회를 비판한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2016)에는 주인공 지영씨가 이 말을 듣는 장면이 나온다. 공원에서 1500원짜리 커피를 마시는 주인공을 향해 직장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맘충”이라고 내뱉는다. 주인공은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라고 하소연한다. 자녀를 동반한 여성이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때 처음 나온 이 말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를 가리키는 일반명사처럼 사용된 상황을 담은 장면이다.

‘맘충’이란 말이 남발되면서 자녀와 외출을 할 때 불안감을 느끼는 여성도 있다. 3‧6세 여아 둘을 30대 중반 B씨는 “혹시 욕을 먹을까봐 어딜 가나 눈치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다수의 여성들은 이런 맘충 용어 사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한다. 아이디 ‘수달**’를 사용하는 한 여성은 한 맘카페에서 “‘맘충’이란 단어가 너무 안타깝다”며 글을 올렸다.

그는 “이런 단어를 만든 사람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어머니가 계실 것”이라며 “어느 가게에 가나 무례하고 이상한 ‘진상’ 손님은 있지 않냐. 나는 그런 분들은 잘못 배운 일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금도 열심히 아이 키우는 어머니들 밖에 나가 ‘맘충’이라 말 들을까 겁내지 마세요. 나처럼 평범한 어머니 존경하는 사람도 있다”고 맺었다.

‘맘충’이란 단어가 내재한 혐오감에 대항한 남성 혐오 단어 ‘애비충’(애비+충, 여성에게 육아를 떠넘기는 남자를 비하는 말), ‘한남또’(한국 남자가 또 문제를 일으켰다는 뜻)들도 확산되고 있다. 결국 혐오를 품은 단어는 또 다른 혐오를 담은 단어로 우리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나도 아이 키우는 엄마다. 우리 서로 ‘충’이라고 하지 말자. 싸잡아 ‘맘충’ ‘애비충’이라고 하지 말자. 우리 모두 사람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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