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반포 1억 내릴 때 은평구 8000만원 올랐다
4월 양도세 중과 이후 거래량 급감
강남 3구 집값은 하락폭 커져
비강남은 4월 이후 상승 유지
동대문 6월 집값 상승률 올들어 최고
주변 대비 집값 싸다는 인식 작용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주택시장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김 장관의 발언 이후 시장에서 "정부가 현실을 너무 모른다, 서울 집값은 여전히 오르고 있다"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왜 이렇게 정부와 시장 간 인식 차이가 클까. 정말 서울 집값이 잡혔는지 따져봤다.
일단 주택 매매거래는 크게 줄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827건으로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난해 6월(1만4304건)보다 66.3%, 올해 5월(5505건)보다는 12.3% 줄었다. 6월 기준으로 2012년(3091건) 이후 6년 만의 최저치다.
강남 3구의 거래 감소가 두드러진다. 강남구는 지난해 6월 1030건에서 올해 6월 124건으로 87.9% 급감했고 송파구(1072건→189건)와 서초구(694건→194건)도 각각 82.4%, 72% 줄었다. 동작·마포·성동·노원구 등도 1년 전보다 70~80% 감소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지난 4월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거래량이 줄기 시작했고, 최근 종합부동산세와 공시가격 인상 방침까지 맞물리며 매수 심리가 더욱 위축됐다"고 말했다.
집값은 어떨까. 주택시장에선 거래량과 집값 변동률이 비례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4개월 연속 오름폭이 줄었다. 6월 상승률은 0.21%로, 지난 3월(0.77%)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구별로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0.98%를 기록한 강남구 집값 상승률은 4월 0.2%로 크게 낮아진 뒤 5월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5월에 0.19% 내리고 6월엔 하락 폭(-0.46%)이 더 커졌다. 서초·송파구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말 18억원에 거래된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76㎡(이하 전용면적)는 5월 17억4000만원에 팔렸다. 현재는 16억7000만~17억원에 매물이 나온다. 3개월 새 1억원 넘게 떨어진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84㎡ 호가(부르는 값)도 20억~21억원 선으로 3월 말보다 1억원가량 내렸다.
하지만 강남권 아파트라고 모두 약세인 건 아니다. 일부 단지는 여전히 오름세다. 같은 강남권에서도 동별·단지별로 집값 흐름이 차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은평구 녹번동 북한산 푸르지오 84㎡는 3월 6억8000만원에서 5월 7억6000만원으로 8000만원 올랐다. 지금은 8억원을 호가한다.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아름숲 84㎡는 지난달 7억원에 거래돼 3개월 새 5000만원가량 상승했다.
전농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거래는 뜸하지만, 주변 지역 대비 집값이 덜 올랐다는 인식 때문에 집을 찾는 수요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최근 상승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키 맞추기'식 상승세를 보인다는 얘기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강남권 일부 아파트값이 연초 고점 대비 1억원 이상 떨어지면서 서울 전체 집값이 하락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 있다"며 "규제가 덜하고 개발 호재가 있는 비강남권은 실수요자의 힘으로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비강남권 집값이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규제가 몰리는 강남권에 비해 투자 리스크가 작아 상대적으로 수요는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면 집값 상승세가 오래가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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