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의 대기업 행보에 변화?..현대차·한화·LG 이어 삼성도 만나
위문희 2018. 7. 9. 16:44
인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삼성전자의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한다. 이날 행사에 관심이 높은 것은 문 대통령이 삼성그룹 관련 일정에 취임 이후 처음으로 참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참석한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 수장과 문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처음 대면하는 것이어서 두 사람이 주고받을 대화에도 정치권과 재계의 관심이 높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엔 주요 대기업과 일정을 많이 잡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이틀에 걸쳐 만찬을 한 것 외에는 별다른 일정이 없었다. 당시 청와대에서 열린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 만찬에는 삼성ㆍ현대기아차ㆍSKㆍLGㆍ롯데ㆍ포스코ㆍGSㆍ한화ㆍ현대중공업ㆍ신세계ㆍKTㆍ두산ㆍ한진ㆍCJ 등 재계 순위 14대 그룹에 오뚜기까지 15개 기업이 모였다. 정작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일자리 우수 중견기업인 오뚜기였다. 삼성에서는 권오현 부회장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의 순방 등에서도 이전 정부와 달리 대기업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주요 경제단체와의 소통 창구는 10대 그룹이 회원사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아니라 대한상공회의소였다. 전경련이 최순실씨가 주도한 미르·K스포츠재단의 불법 출연금 모금 등 국정 농단 사건 곳곳에 개입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실제로 전경련 회장인 허창수 GS 회장은 문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다. 대한상의 회장인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매번 대통령 경제사절단을 이끌었다.
문 대통령의 ‘대기업 거리 두기’는 지난해 말 중국 방문 때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당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안내로 현대자동차 충칭 공장을 둘러봤다. 문 대통령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여파로 중국에서 고전한 현지 직원을 격려하고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 그가 대기업 생산 라인을 찾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지난 2월엔 방한한 중국 지도부에게 현지에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공개적으로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때 방한한 한정 중국 특별대표에게 ‘롯데그룹’을 적시해 “롯데 등 우리 기업들이 중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중국 성장의 온기가 우리 기업들에도 미칠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일자리 나누기 행사가 열린 한화 큐셀의 충북 진천 공장에서는 김승연 한화 회장 앞에서 “제가 지난번에 ‘기업들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업어드리겠다’ 그렇게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 오늘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이렇게 방문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실제 대기업 관계자를 업어주지는 않았지만, 당시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상생 경영을 독려하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 4월엔 민간주도 혁신성장 모범사례로 서울 마곡지구의 LG 사이언스파크 개장식에 참석해 ‘혁신성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이 ‘혁신성장’”이라며 “LG 사이언스 파크는 그 시작을 알리는 민간주도 혁신성장의 현장”이라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에도 참모들에게 “기업과 자주 소통하고 기업의 애로를 청취해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장 방문을 적극적으로 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혁신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의 성과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재계에서는 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이번 만남을 계기로 정부 내의 반기업 정서가 완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일반적으로 해외 투자 기업이 현지 공장 준공식을 할 때 참석하는 인사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며 확대 해석을 차단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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