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현장에서] "신고하든 말든 빨리 내려라" 택시 승차거부 이유 있었다

송우영 입력 2018.07.11. 10:48 수정 2018.07.1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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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교통 불편 민원신고가 (주의)로 처분됐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나서야 잊고 지냈던 일이 떠올랐다.
석 달 전인 4월 7일 밤, 동료 기자와 함께 탔던 택시에서 당한 승차 거부다. 서울 중구 중앙일보 건물 앞 도로에서 탄 택시에서 목적지를 공덕역이라고 말하자마자 들은 대답은 “안 가요. 내려요”였다.

당황하면서도 “이거 승차 거부인데 그럼 서울시에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맘대로 하고 나 손님 태워야 하니까 빨리 내려요”라는 기사의 의사는 분명했다. 증거 사진과 동영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휴대폰의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눌렀고, 뒷좌석 문을 열고 내린 후 택시와 번호판의 사진도 찍었다.

서울시 다산콜센터를 통해 한 신고의 결과가 ‘주의’로 나왔다는 것을 통보받는 데까지는 석 달이 걸렸다. 구체적인 당시 상황 설명까지 했지만 왜 승차 거부 처리가 안 된 것인지, ‘주의’ 처분이란 게 무엇인지 알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서울시 택시정책과는 “우린 신고만 받는다. 개별 구청에서 결정하니 거기다 문의하라”고 했다.

승차를 거부한 택시 회사가 있는 곳을 담당하는 도봉구의 교통지도과 주무관은 “사유는 알려줄 수 없다. 심의에서 여러 건을 한꺼번에 처리하기 때문에 개별 건은 확인하지 못한다. 서울시에서 완전히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고 했다. “그럼 ‘주의’ 처분이란 게 무슨 효과가 있는 거냐”고 묻자 “과태료가 없고 삼진 아웃 제도(승차 거부 등이 세 번 적발되면 택시 운전 자격을 취소하는 것)에도 포함되지 않는 주의 조치라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택시 기사 입장에서는 한 마디로 ‘아무 처분도 아닌 것’에 가깝다.

승객들이 승차를 거부하는 택시 기사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에 승차 거부로 인해 접수된 민원은 5121건이다. 이 중 약 90%가 ‘증거불충분’으로 행정 처분을 받지 않았다. 위 사례에서 승차 거부 처분을 받지 않은 사유도 아마 증거불충분일 것으로 추정된다. 승차 거부를 당한 후부터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기에 기사가 승차 거부 의사를 밝히는 명확한 부분은 녹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사가 “(신고해도 좋으니) 맘대로 하고 빨리 내리라”고 자신 있게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승객으로선 매번 영상이나 음성 녹음을 시작한 뒤 택시를 타지 않으면 승차 거부를 증명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기사들이 승차 거부를 하지 않을 유인은 많지 않다. 서울시는 승차 거부 등이 세 번 적발되면 1년 동안 택시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삼진 아웃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지난 3년간 자격 취소를 당한 기사는 6명에 불과하다.

승차 거부를 당한 시민들의 피해 호소에 대해 서울시 택시정책과가 반복적으로 밝히는 입장은 매번 단호하다. “100% 처분율을 목표로 승차 거부를 근절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