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카톡 프로필의 심리학, 당신도 혹시 '어린이 자아'?

송주연 입력 2018.07.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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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프로필의 세계] 카톡 프로필이 보여주는 자아의 세 가지 상태

[오마이뉴스 글:송주연, 편집:홍현진]

지인들과의 소통용 또는 업무용으로. 카카오톡을 이용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카톡 프로필을 접하게 됩니다. 카카오톡 프사(프로필 사진)와 프메(프로필 메시지)에 숨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말>

과연 얼마나 실천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채식주의자로 살아온 나는 생명을 가진 존재를 잔혹하게 대하고 함부로 이용하는 데 무척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하지만 최근 동물권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이런 것들에 분노만 하고, 일상에선 아무것도 실천하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래서 세제, 화장품부터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제품만 쓰기로 결심했다.

결심을 하자마자 내가 한 일은 카톡 프로필을 바꾸는 일이었다.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cruelty free' 마크를 다운받아 프로필 사진으로 올리고, 상태 메시지 란에는 '진짜처럼 보이지 말고 진짜가 되자'라고 적었다.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냥 나만 보는 다이어리에 적어도 되고, 마음속으로만 결심해도 되는 것을 왜 굳이 카톡 프로필에 적은 것일까? 생각해 보니 이번만이 아니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되면 카톡 프로필을 바꾸며 마음을 다진다.

다른 이들은 어떨까 궁금해 카톡 친구들의 프로필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자 나의 카톡 친구들 역시 프로필을 통해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떤 친구들은 나처럼 새로운 다짐을 적었고, 어떤 친구들은 자신의 기분을 표시했고, 또 어떤 이들은 지금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더 놀라웠던 건 카톡 프로필이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자아의 세 가지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부모자아] 이상적인 나를 위해

심리학자들은 일찌감치 사람의 자아를 세 가지로 분류해왔다. 프로이드는 이를 초자아(Superego), 자아(Ego), 원초아(Id)라 했고, 교류분석을 창시한 에릭 번은 부모 자아, 어른 자아, 어린이 자아라고 불렀다. 이상과 도덕을 중시하는 부모 자아, 현실에 발맞춰 사고하고 판단하는 어른 자아, 그리고 감정과 욕구를 반영하는 어린이 자아.

에릭 번은 사람들은 이 세 가지 자아상태를 모두 가지고 있지만, 이 중 한 가지가 개인의 행동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30~40대가 대부분인 내 카톡 친구들이 가장 많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이었다. 이들은 '하면 된다' '다 비우기' '조금만 더' '괜찮아' 등의 상태 메시지를 통해 보다 나은 나를 위한 다짐들을 표현한다.

또한 주로 자신이 닮고 싶은 인물이나, 자신의 목표를 상징하는 것들 혹은 가고 싶은 여행지를 사진에 올리며 스스로를 격려하고 때로는 위로한다. 동물실험반대 메시지를 올리고 이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하는 나 역시 이런 유형에 속한다.

이런 모습은 에릭 번이 말하는 부모 자아의 모습에 가깝다. 부모 자아는 양심과 이상을 중요시 여기고 이를 위해 스스로를 담금질하도록 이끄는 '비판적 부모자아'와 자신과 타인을 위로해주고 보살피는 역할을 하는 '양육적 부모 자아'로 나뉜다.

'하면 된다' '조금만 더' 등 자신을 다그치는 카톡 프로필은 비판적 부모자아를, '괜찮아' '토닥토닥' 등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카톡 프로필은 양육적 부모자아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한 가치를 지인들과 공유하면서 응원과 위로를 받는다. 나 역시 'cruelty free'를 궁금해 하는 카톡 친구들에게 의미를 설명하면서 가치를 나누고 다시 한 번 마음을 굳건히 할 수 있었다.

 일상에서 동물권을 보호를 실천하기로 다짐한 후 내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카톡프로필을 바꾸는 일이었다.
ⓒ 송주연
[어른 자아] 지금, 여기에 충실하자 

한편, 자신의 현재 상황을 카톡 프로필을 통해 알리는 사람들도 많다. 내 친구 중 몇몇은 자신이 오늘 해야할 일을 카톡 프로필에 적는다. '근무계획서 수정 및 제출' '가족관계등록부 떼기' '오늘은 딸래미 2시 픽업' 등 소소한 일정들을 표기한다. 이들은 자주 보게 되는 카톡 프로필에 잊기 쉬운 일들을 올려놓으면 깜빡하지 않을 뿐더러, 가끔 인사차 상기시켜 주는 지인들이 있어 좋다고 말한다. 카톡 프로필을 현재에 충실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자신의 일을 카톡을 통해 홍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습학원 원장님의 카톡 프로필은 학원 사진과 학원의 전화번호다. 가끔 새로운 강좌를 열면 강좌 소식을 프로필에 간단히 올린다.

단골 과일 가게 사장님은 카톡 프로필에 오늘 가장 싱싱하고 맛있는 과일의 사진을 올리며 홍보한다. 애견샵을 운영하는 지인은 '카톡상담환영'이라는 문구와 함께 예쁜 반려동물의 사진을 올려두고 자신의 가게를 알린다.

이렇게 카톡 프로필에 현실을 반영하는 사람들은 어른자아가 비교적 강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 에릭 번이 말하는 어른 자아란 현실에 발맞춰 지금 여기서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자아다.

어른자아는 지나치게 높은 이상을 추구하기 쉬운 부모자아와 감정에 휩쓸리기 쉬운 어린이 자아를 조절해 현실에 적응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카톡 프로필을 현실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은 아마도 적응능력이 뛰어나고, 지금-여기에 보다 충실하며 자신의 현재에 만족할 가능성이 높다.

[어린이 자아] 내 마음을 알아줘

 결국 카톡 프로필을 이용하는 모든 이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즉, 연결감이 아닌가 싶다
ⓒ 카카오톡
또 다른 이들은 카톡 프로필에 자신의 감정상태를 알린다. '오늘은 슬픔' '기쁨' '짜증만땅' '화남' 등 자신의 감정을 프로필에 올리는 사람들 또한 많다. 우연히 카톡친구 리스트를 살피다 이런 문구를 올려놓은 지인을 만나면 슬쩍 안부를 묻게 되는 경우가 많다. 왠지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위로해주거나 함께 기뻐해달라는 의미로 들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의 기분을 카톡 프로필에 올리는 사람들의 경우 어린이 자아가 보다 강할 것으로 여겨진다. 어린이 자아는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천진한 면을 가진 '자유로운 어린이 자아'와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부모 혹은 타인에게 순종하는 '순응적 어린이 자아'로 나뉜다.

자유로운 어린이 자아가 강한 사람들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금세 기분전환을 한다. 이런 유형은 카톡 프로필에 올린 자신의 감정에 다른 이들이 반응하지 않더라도 크게 괘념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순응적 어린이 자아를 가진 사람은 평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실제 감정을 억누르고 지내는 이들이 카톡프로필에 감정을 표시할 경우,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간접적으로 알리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지인들이 상태 메시지를 보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이런 마음을 몰라줬을 경우, 서운해하거나 감정표현을 더 힘들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친한 지인의 카톡 프로필에 기분이 표현되었다면 한 번쯤 안부를 물어주는 센스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이라면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카카오톡. 이제 카톡 프로필은 이름을 표시하는 기능을 넘어서 자신을 표현하고 숨겨진 욕구를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누구나 프로필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편에 내 전화번호만 입력되면 자동으로 카톡 프로필이 노출되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카톡 프로필을 통해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카톡 프로필을 통해 스스로의 성장을 견인하고 싶은 사람들(부모 자아)은 응원과 격려, 위로를 기대하며, 현재 자신의 상태를 알리는 이들은(어른 자아) 현실적인 지지를 원한다. 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이들은(어린이 자아) 정서적인 공감을 갈구한다.

결국 카톡 프로필을 이용하는 모든 이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즉, 연결감이 아닌가 싶다. 피상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노출되는 카톡 프로필을 통해 연결감을 추구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진정한 친밀감을 갈망하고 있다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카톡 프로필을 통해서라도 서로가 좀 더 연결되고, 가치를 공유하며 지지와 공감을 주고받는다면 세상에 온기를 조금이라도 더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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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개인블로그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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