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레이스였던 동네 맞나..서울상권 '공실 공포'
◆ 현장경기 긴급진단 ◆
경리단길 상권이 이처럼 쪼그라들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내수경기 침체의 결과다. 하지만 장사가 안 되는 것은 어딜 가나 마찬가지다. 경리단길은 급격한 임대료 인상으로 기존 임차인들이 지역을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공실 급증의 트리거로 작용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5년 초부터 지난해 초까지 2년간 경리단길 상권 임대료 상승률은 10.16%에 달했다. 이는 전국 평균(1.21%)은 물론 서울 평균(1.73%)과 비교해도 엄청나다. 이태원동 H공인 관계자는 "임대료가 워낙 많이 올라서 장사가 정말 잘되는 맛집이 아니면 2년을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의 체감경기는 얼어붙은 지 오래다.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 때문에 열심히 일하고도 적자를 보는 곳이 줄줄이 폐업에 나서면서 서울 주요 상권은 최근 '공실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과 압구정 로데오거리 상황도 비슷하거나 더 심각하다. 가로수길의 경우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대형 상가건물에 투자하면서 최근 2~3년 사이 상권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인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기존 건물주들의 임대수익률은 대체로 3% 전후였는데 사모펀드들이 7% 이상 수익률을 원하면서 임대료가 급등했다. 로데오거리는 임대료가 높은 상황에서 대체재로 가로수길이 부각되며 이미 10여 년 전부터 쇠락의 길을 걸었다. 최근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낮추고 있지만 아직 상권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1분기 2.9%에서 올해 1분기 3.7%로 0.8%포인트 높아졌다. 강남은 3.4%에서 4.7%로 1.3%포인트 올라 서울 평균을 앞질렀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오르고 있는 데다 양질의 임차인 중 하나로 꼽히던 은행 지점마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6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SC·씨티) 지점 수는 2015년 말 4311개에서 올 1분기 3855개로 줄었다. 모바일뱅킹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앞으로도 지점 수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은행은 기본 면적이 크기 때문에 건물주 입장에서는 폐점 후 후속 임차인을 찾기 어렵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임대료 상승과 내수경기 침체로 상가 공실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 향후 최저임금 인상 등 악재가 쌓여 있다"며 "입지가 매우 좋은 일부를 제외한 지역의 건물주들은 임차인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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