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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입으면 다리에 힘이 '팍'.. 노인 돕는 '소프트 아이언맨'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18.07.12. 03:09 수정 2018.07.1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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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환자 운동 능력 증가시키는 직물 소재 '입는 로봇' 연말 시판
허벅지·발목에 연결된 인공근육, 사람이 걸으면 수축해 힘 덜어줘

70대는 매년 근육이 2%씩 사라진다고 한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42만4000여 명이 넘어져 사망에 이르는 것도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힘을 잃기 때문이다. 노인의 근육에 다시 힘을 불어넣어줄 로봇이 등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사이즈믹(Seismic)사는 올 연말까지 노인의 운동 능력을 증강시키는 '입는 로봇(wearable robot)'을 시판하겠다고 발표했다. 팔다리에 장착해 환자나 노인의 동작을 돕는 로봇은 이미 시판되고 있지만 딱딱한 금속이나 플라스틱이 아닌 천 재질의 옷 형태로는 처음이다.

그래픽=이동운

◇인공근육 수축시켜 근력 증강 입는 로봇은 겉으로 보면 만화에 나오는 초능력자들이 입는 유니폼과 비슷하다. 잠수복처럼 몸에 꼭 맞는 형태에 등과 양쪽 허벅지 뒤쪽에 육각형 판들이 있다. 여기서 허리를 향해 인공근육이 연결된 선들이 있다. 육각형 판에는 센서 정보에 따라 인공근육을 작동시키는 전자회로와 배터리, 모터가 들어있다. 신축성이 좋은 끈 형태의 인공근육은 전류가 흐르면 늘어나고 전류가 끊어지면 수축한다.

인공근육은 실제로 사람이 힘을 낼 때 사용하는 근육들과 나란히 있다. 사람이 의자에서 일어나거나 계단을 올라갈 때는 엉덩이의 대둔근을 주로 사용한다. 인공근육은 이런 동작을 할 때 대둔근과 같이 수축해 근육의 부담을 줄여준다. 회사는 전기자전거가 모터의 힘으로 페달을 돌리는 힘을 감소시키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사이즈믹은 2년 전 시제품을 발표할 때, 입는 로봇의 무게가 3㎏이 조금 넘지만 인공근육 덕분에 다리마다 100㎏이 넘는 힘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최근 입는 로봇의 무게를 1㎏대로 줄였다.

입는 로봇은 원래 '외골격(外骨格·exoskeleton)'으로 불렸다. 팔다리에 딱딱한 뼈대를 입히고 이를 기계의 힘으로 움직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말하자면 사람이 로봇에 올라타고 있는 모양새다. 사용자들은 이런 로봇이 다루기도 힘들고 특히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 나오는 외골격들은 사이즈믹의 제품처럼 몸에 꼭 맞는 옷 형태여서 겉옷을 입으면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 이런 로봇은 부드러운 재질을 썼다고 해서 '소프트(soft)' 외골격으로 불린다. 사이즈믹은 스위스 출신의 유명 산업디자이너인 이브 네하에게 입는 로봇의 디자인을 맡겼다. 기능성 못지않게 편안하면서도 보기에 좋도록 한 것이다.

◇군사용에서 노인, 재활용으로 발전 소프트 외골격은 지난 2015년 미국 하버드대 코너 월시 교수가 개발한 제품이 대표적이다. 하버드대의 로봇은 와이어의 힘으로 움직였다. 와이어는 허리에서 넓적다리, 종아리를 거쳐 신발 뒤축으로 연결돼 있다. 사용자가 다리가 움직이려고 하면 컴퓨터가 허리의 모터를 돌려 와이어를 당긴다. 이러면 훨씬 적은 힘으로 다리를 움직일 수 있다.

실험에서는 자기 몸무게의 30%에 해당하는 짐을 지고도 와이어의 도움으로 7%나 운동 효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대는 이스라엘 리워크 로보틱스(Rewalk Robotics)사와 소프트 외골격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뇌졸중이나 근위축증 환자의 재활훈련용으로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하버드대 연구진은 뇌졸중 환자 3명에게 소프트 외골격을 착용시키고 실험했더니 걸음과 걸음 사이 시간이 11% 줄어들고 균형감도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 금속이나 플라스틱 재질의 재활용 외골격은 가격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나 되고 무거워서 혼자 사용하기 어려웠다. 소프트 입는 로봇은 재질이 대부분 직물이고 구조도 간단해 가볍고 훨씬 저렴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건설 현장이나 물류창고에서도 소프트 외골격이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소프트 외골격은 원래 군사용으로 개발됐다. 하버드대팀과 사이즈믹 모두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원을 받았다. 사이즈믹은 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SRI에서 군인용 소프트 외골격을 개발하던 리치 마호니 박사가 창업했다. 당초 DARPA는 2000년대 초 전투병이 장착하는 금속 재질의 외골격을 개발했지만 부피가 워낙 커서 오히려 자연스러운 보행 리듬을 방해한다는 평가를 받아 상용화하지 못했다. DARPA는 이후 소프트 외골격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때 결정이 노인과 환자에게 새로운 빛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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