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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브라더' 아시아나.."충성맹세 하듯 복종해야 승진"

CBS노컷뉴스 이재기 기자 입력 2018.07.13. 05:03 수정 2018.07.13. 14:57
"기쁨조 동원된 승무원들 두려워한 존재는 상급자"
A 승무원 "충성맹세 하듯 복종해야 승진"
사측 갖은 탈퇴 압박..노조원수 1800명 → 50명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및 임직원들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광화문사옥에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아시아나항공에서 발생한 항공 사상 초유의 '기내식 대란'은 박삼구 회장의 부실경영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오너중심의 획일적인 조직.인사관행과 상명하복의 비민주적 아시아나 사내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제2의 기내식 대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내부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회장님이 아시아나항공 사장이었을 땐 누누히 손님들에게만 잘해라고 강조했고 출장 비행 때도 직원들이 어떻게 일하는 지, 손님들은 괜찮으신가 늘 둘러보시기 바쁘셨던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형님이 작고하고 약속대로 박찬구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주지 않았을 때 그런 모습은 없어졌어요"

"(회장직 고수했을 즈음) 그가 발탁한 임원진, 경영진은 회장의 눈에 들기 위해 공익사업장인 아시아나를 박삼구 개인의 사유물로 변칙운영하기 위한 경영에 몰두했고 자금을 더 얻기 위한 방법은 총 동원되었습니다"

아시아나그룹은 65세가 되면 손 아래 형제에게 회장직을 물려주는 전통이 있었지만 박삼구 회장대에서 이 전통이 단절됐고 그룹내부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9일 CBS와 인터뷰를 가진 아시아나항공의 고참 승무원 A씨는 "박삼구 회장이 승계약속을 어기면서부터 달라졌고 주변의 임원진들에게 현 아시아나의 모습에 대한 책임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경영진 교체와 기내식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기내식 대란의 본질적 문제점은 기존의 좋은 서비스 공급회사를 버리고 준비도 덜된 회사를 선택해 아시아나항공의 '서비스 수준'을 떨어트렸다는 점이다. 2016년 루프트한자 스카에세프그룹(이하 LSG)에 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할 때 박삼구 회장에게 직언할 위치에 있는 경영진이 'NO'라고 얘기하고 사내 여론을 움직였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을 비롯 그룹의 수뇌부에 포함되는 경영자들은 반대할 엄두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의 그룹 자금사정이 워낙 급박했던 것도 이유지만 상명하복에 익숙해 있는 사내 문화에서 이른바 그룹내 '지존'인 회장에게 반기를 드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는 사내분위기는 아래 위 가릴 것 없는 전사적 상황이었다.

상사의 눈밖에 나고 결국 인사에서 탈락할 것을 두려워 해 모두 입을 다물고 있는게 아시아나항공의 현재적 모습이라고 한다.

A씨는 "캐빈은 경력이 중요한 업무임에도 극히 일부만 진급하도록 비율을 낮게 정하고, 임원과 관리자들에게 충성맹세를 하듯 복종해야지만 그 대열에 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행만으로는 변별력이 없다며 각종 행사참여, 관리자 자주 찾아뵙기, 비행 관련 인사성향 보고 등 회사입장에서 정서관리를 하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진급시켜왔다"고 말했다.

회사 관리자들의 사내 민주주의 파괴행위는 심각한 수준이다. 다른 승무원 B씨는 "직원들에게 노조탈퇴를 강요하며 위압적 분위기를 고조시켰던 관리자들은 승진을 거듭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어 "급기야 통상임금 건으로 취업규칙개정안을 투표할 땐 (압박이)최고조에 이르러 만류,회유,강압,협박들이 난무한 가운데 무기명투표가 진행돼 결국 찬성을 이끌어 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이 회사의 취업규칙 찬반투표는 직원 공개투표로 진행됐고 반대투표할 경우 투표용지를 회수하고 찬성할 때까지 반복해서 투표를 시켰다'고 한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이러한 홍역을 치른 뒤 캐빈 승무원들의 노조탈퇴는 도미노와 같았다. 노조원이거나 취업규칙에 반대한 직원들은 사측이 그런 흔적만 포착하고 있어도 진급은 포기해야 했다고 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아시아나항공은 노조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할 정도로 적대적이었다. 사내 비민주적 관행들이 판치는 이유는 노조에 대한 경영진의 뿌리깊은 불신과 은밀한 탄압이 자리잡고 있다.

노조관계자는 "조합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끝없이 노조탈퇴 압력을 가하는 등 관리자들에게 노조는 탄압의 대상이었다"며 "권수정(현 서울시의원)씨가 노조활동 때문에 24년차인데도 여전히 대리로 근무하는 게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권씨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휴직 상태로 서울시의원에 당선됐다.

사측의 끊임없는 노조탈퇴 압박으로 말미암아 지난 2001년 1800여명이던 노조원수(객실노조)는 불과 6년만인 2007년 50여명으로 감소했다. 250개 객실팀 가운데 조합원 출신 팀장은 단 한 명도 없다.

여성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노조이다 보니 쉽게 사측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상황. 이 관계자는 "관리자가 노조탄압 실적이 있을 경우 승진에 반영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에 따르면, 인사를 매개로한 부당노동행위도 다반사였다. ▲기내 판매목표 설정과 이를 토대로한 역량평가, ▲공상.병가자에 대한 인사 불이익, ▲병가 사용금지 등의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동영상이 최초 폭로됐던 이른바 '박삼구 기쁨조' 역시 오너에 충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간관리자들이 기획한 것이었다는 증언이다.

이기준 아시아나 노조위원장은 12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총수에 대한 과잉충성 이유는 회장의 눈에 들어야 임원이 되기 때문인데 예를들어 미투에 폭로된 것들은 참 황당하지만 회장이 좋아할 만하니까 중간관리자들이 아이디어를 짜내고 직원들을 닥달해서 아이디어를 내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준 위원장은 "아시아나는 여성 직원 비율이 높다보니 여직원들을 이용해 '맞춤 충성'을 하게 된 것이고 또 회장도 기호에 맞아했다"고 덧붙였다.

한 승무원은 "동원된 승무원들이 두려워한 존재는 상급자이지 회장님이 아니다. 같이 비행할 매니저가 시키고, 그 매니저는 그 상급자가 시키고, 그 상급자는 팀장.상무.본부장이 시키니 최선의 열성을 보여야 했고 그것이 역량평가가 됐다"며 "이런 분들이었으니 'No Meal 대란'이 났을 때 어떤 소신있는 행동을 할 수 있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회사측이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손바닥 손금 들여다보듯 훤히 꿰고 있다는 증거는 더 많다.

박삼구 회장이 지난 4일 아시아나 일부 여승무원과 나눈 카톡대화 내용이다 아시아나 여승무원들은 다급해진 박 회장이 여승무원 심기관리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사진=아시아나 직원)
박삼구 회장은 기내식 대란 발생 나흘째인 지난 4일 일부 승무원들과 카톡대화를 갖고 "너희들 오래 만나지 못했는데 얼마나 고생이 많니 내가 다 부족한 탓이다 정말 너희들에게 미안하다"는 글을 남겼다.

박 회장이 말단 직원과 카톡소통이 가능했던 건 임원들 주선이 있었기 때문. 카특대화를 나눈 승무원의 동료는 "회장과의 카톡대화 사실을 캐빈 임원진들이 다 파악하고 있고, 회장님의 뜻을 바로 바로 알기 위해 무슨 말씀을 했느냐고 (승무원에게)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기내식 대란 초기 승무원 단톡방에도 사장님과 캐빈 상무님이 실수였는지 실명으로 들어왔다가 나가는 웃지못할 이야기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에대해 아시아나측은 "오픈 카톡방 개설초기 회사임원 명의 ID로 입장한 사람이 있었지만 회사 임원들이 카톡방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경영진의 무능에 직원들을 회사발전의 동반자로서 보다는 수단시하는 후진적 사내문화에 직원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이재기 기자] dlwor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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