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당권경쟁 앞두고 윤곽 드러나는 민주당 계파..교통정리의 계절

김수형 입력 2018. 7. 1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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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불신과 대립 경계해야" 지적도

우리나라 정당은 강력한 리더를 중심으로 뭉치는 경향이 강하다. 그만큼 계파정치 성격이 어느 나라보다 강하다. 자유한국당은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등 계파로 나뉘어 갈등을 벌였다. 선거와 당내 경선 때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내세운다. 표로 계파의 힘을 보여준다. 선거 참패란 결과 앞에서도 계파 갈등은 여전하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어떨까. 한 여당 관계자는 계파에 관해 묻자 "민주당엔 계파가 없다. 그나마 있다면 모두 친문(친문재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대표와 최고위원, 즉 당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의원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내세우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계파인 것이다. 일부 친문 의원들의 모임인 '부엉이모임'은 이런 배경에서 논란이 됐다. 민주당에는 어떤 계파가 있을까.

'최대주주' 친문

전해철 의원, 김경수 경남도지사[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의 최대주주는 친문이다. 과거 '친문'은 한 계파 중 하나였지만 지금의 범친문계로 확장됐다. 친문의 핵심은 이른바 '3철' 중 한명인 전해철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김경수 경남지사다. 2015년 민주당을 창당한 뒤 당시 문재인 대표가 이듬해 총선을 위해 영입한 인사들도 친문으로 간주된다. 표창원·김병관·이수혁·김정우·권미혁·이철희·박주민·김병기·조응천 의원 등이 있다.

'뿌리' 친노→범친문

문희상 의원, 이해찬 의원[사진=연합뉴스]
친노는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문희상 의원, 국무총리를 역임했던 이해찬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부산 지역에서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참모로 일했던 의원들도 친노로 분류되는데, 친노는 결국 범친문계로 통한다.

친노에서 파생된 안희정계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친구였던 정재호 의원을 비롯해 김종민·조승래 의원 등이 있었지만 안 전 지사가 성폭행 혐의로 정치권에서 물러나면서 안희정계는 소멸한 상황이다. 대신 이들 의원은 범친문계로 분류되곤 한다. 태생이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같기 때문이다.

'중도' 통합행동·민평련·86그룹

2016년 민주당 중도성향 통합행동 모임에 참석한의원들[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의 중도성향 중진 의원들 모임인 통합행동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조성됐다. 4선의 김부겸·박영선·송영길·조정식 의원, 3선의 김영춘·민병두·정성호 의원 등이다. 정장선 전 의원은 20대 총선 불출마를 택했고 지방선거에서 평택시장으로 당선됐다.

고 김근태 열린우리당 당의장과 함께 민주화운동을 했던 재야 인사들로 구성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에는 설훈·이인영·우원식 의원 등이 있고, 1980년대 학번의 운동권 출신인 86그룹으로는 우상호 의원 등이 있다.

이 밖에 이재명계는 17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캠프 대변인을 역임했던 제윤경 의원과 성남 분당을을 지역구로 둔 김병욱 의원 등이 있다. 정세균계는 범친노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전병헌 전 의원과 오영식 코레일 사장 등으로, 지난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하면서 계파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박원순계는 박홍근·기동민 의원 등이 있는데 박 시장이 3선에 성공한 뒤 점차 세력이 불어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

"모두가 범친문, 주류 대 비주류만 남아"
지난 6·13 지방선거는 민주당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 치른 선거라는 말이 있다. 민주당 후보들은 저마다 문 대통령과의 친분을 앞세웠고 선거 책자에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내걸었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뒤에 민주당에서는 본인을 대놓고 '비문'이라고 말하는 정치인이 드물다.

대선 경선에서는 계파 간 긴장감이 정점에 달했지만 문 대통령의 압승으로 계파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대선 승리를 위해 '원팀'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직후 공동선대위원장을 역임했던 이석현 의원은 6월 1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장내가 전부 다 범친문"이라며 "지금 당내 구도를 보면 친문 대 비문 아니면, 주류 대 비주류, 이렇게 분석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 이미 그런 경계가 무너져 있다"고 말했다.

당권 경쟁 속 떠오른 계파
범친문으로 뭉쳐 지방선거를 치른 민주당에 계파가 부활될 조짐을 보이는 것은 8월 25일 전당대회를 앞뒀기 때문이다. 대선과 지방선거라는 공통의 이해관계가 사라지고 의원들 간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누가 당대표와 최고위원, 즉 당권을 잡는가다.

최근 친문에서 분화된 진문(진짜 친문), 뼈문(뼛속 깊이 친문), 신문(새로운 친문) 등의 표현이 나오고 있다. 특히 친문에서 당대표 출마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친노·친문 인사가 모인 '부엉이모임'의 존재가 확인되자 계파주의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평련계 의원들도 당대표 출마를 놓고 내부 조율을 하고 있다.

"계파주의는 당을 저해한다"
2015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이른바 친박(친박근혜)이 분화하기 시작했다. 2012년 총선과 대선, 집권을 거치면서 새누리당에서는 "모두가 친박, 범박"이라는 말이 통했다. 하지만 2016년 총선을 앞두고는 진박(진실한 친박), 진진박(진짜 진실한 친박), 뼈박(뼛속까지 친박), 신박(새로운 친박) 등으로 분열됐다. 그리고 공천에서 소위 '진박'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주류로 떠오르면서 대부분 살아남았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민주당 내부의 계파 문제는 계파주의로 변질돼서 불신을 만드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 계파 간 견제와 갈등은 당을 건전하게 하는 반면 한쪽 계파가 주류를 이루는 계파주의는 당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계파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5일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당내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김영호 의원은 "대통령과 친목 관계, 정치 활동 관계 등으로 전당대회를 치르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고, 조응천 의원은 "당이 청와대와 정부를 견인하지 못하고 묵인하고 따라가면 망하기 마련"이라고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김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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