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국보급 백자라더니..값어치 '0원' 짜리 가짜

홍신영 입력 2018.07.20. 20:31 수정 2018.07.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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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수십억 원대 가짜 고미술품 사건이 또 터졌습니다.

한국고미술협회가 국보급 문화재라면서 수십억 원의 감정가를 매겼는데 최근 문화재청이 재감정해보니까 값어치가 전혀 없는 0원짜리 가짜였습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홍신영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리포트 ▶

곱게 싸둔 보자기 속의 고려청자.

고려시대에 그려졌다는 불화.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국내 유일의 백자라는 해시계까지.

대구에 사는 김 모 씨가 23억 5천만 원을 주고 산 고미술품들입니다.

국내 고미술품의 유일한 감정 기관인 한국고미술협회가 진품이라고 감정해줬습니다.

감정서를 보면 고려청자와 불화, 두 점에 매겨진 감정가만 37억 원에 달합니다.

백자 해시계는 아예 값을 매길 수 없는 국보급이라는 이유로 감정가도 없습니다.

[고미술품 구매자] "(판매상이) 국보급 물건이 있는데 가격이 싸니까 구매할 의사가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해시계는) '50억 이상 가치는 되는가 모르겠습니다'라고 물으니까 아 그 정도는 충분하다고 잘 보관하라고… 바깥에 바람을 쐬면 값어치가 떨어진다…"

그런데 문화재청의 판정 결과, 석 점 모두 가품으로 판명됐습니다.

문화재의 해외반출을 막기 위해 공항에 설치된 문화재청 소속 감정관실의 감정 결과입니다.

[고미술품 구매자]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한국고미술협회에서) 한 사람이 감정하는 것도 아니고 4~5분이 다 진품이다. 그리고 직인까지 찍힌 그 감정서를 누가 감히 가품이라고 믿겠습니까…"

판매상들을 찾아갔습니다.

고미술협회 감정서 핑계만 댑니다.

[고미술품 판매상] "감정서를 보고 우리는 장사를 하는데… 감정서도 그렇고 시세 감정까지 나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사다 판 거죠."

알고 보니 이미 문제의 고미술품들은 서울 쪽 시장에서 가짜 의혹이 제기된 것들이었습니다.

문제가 되자 대구까지 흘러들어 간 겁니다.

한 감정위원은 "김종춘 고미술협회장의 물건이라 해시계를 허위감정해줬다"고 털어놨습니다.

또 다른 감정위원은 이미 문제의 고려청자를 진품으로 허위감정해 사기죄로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한국고미술협회 감정위원 A씨] "유물을 보고 구분할 수 있는 사람들은 금방 알아요. 가짜라는 거… 그림도 중국에서 흔하고… 계획적으로 모조해서 만든 모조품이죠. (김종춘 전 회장이) 두려운 거죠."

그런데도 다른 감정위원들은 여전히 진품이라고 주장합니다.

[한국고미술협회 감정위원 B씨] "(고려말 작품이 맞나요?) 딱히 그렇게는 말씀드릴 수가 없지만 오래된 건 틀림 없어요. 내가 고려 때 살지는 않았지만…"

[한국고미술협회 감정위원 C씨] "모조를 갖다 우리가 진품이라고 할 수는 없는 거예요. (문화재청 감정위원들이 비문화재로 감정한 건) 그건 그 사람들 주장이죠."

고미술협회의 허위 감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난 20여 년간 협회를 이끌었던 김종춘 전 회장은 이미 사기 혐의로 실형을 받고 복역 중입니다.

그러나 김종춘 씨의 측근들은 지금도 협회 간부와 감정위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관리감독 기구인 문화재청은 감정이 협회 고유 영역이라며 손을 놓고 있습니다.

[최 건/전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 "기관이나 학자들이나 개입하는 걸 굉장히 꺼려 하거든요. 그래서 (고미술품을) 유통하는 업자들이 자기네끼리 전횡을 하게 되죠.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 되는데 구조적으로 힘들어요."

피해자는 김 씨와 감정위원, 판매상을 대구지검에 고소했고, 검찰은 조만간 감정위원들을 소환 조사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홍신영입니다.

홍신영 기자 (hsy@m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