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5개월간 13차례 韓입항.. 11번은 검색도 안받았다

입력 2018.07.21. 03:00

유엔 안보리 금수품목인 북한산 석탄을 지난해 10월 들여온 의혹을 받는 선박 두 척이 3월 '우범선박목록'에 오르기 전까지 국내에 11차례 들어왔지만 당국의 선박 검색을 받지 않고 출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로 북한산 석탄 환적 문제가 제기된 17일, 정부 당국자가 "2월 스카이에인절호와 리치글로리호가 입항했을 때 (이미) 우범선박목록에 올라 있어 검색했다"고 설명한 것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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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석탄 운반선, 올 3월에야 '우범선박 목록' 올라
관세청 관계자 "리스트 지정돼도 서류위주 검색, 화물엔 손 안대"
다른 금수품목 유입됐을 가능성
美 "北지원 주체에 단호한 행동"

[동아일보]

원산항에 정박한 ‘석탄 운반선’ 16일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이 찍은 북한 원산항의 모습. 석탄이 야적된 항구 옆으로 약 90m 길이의 선박(원 안)이 정박해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이날) 석탄 야적장 안쪽으로 트럭들이 줄을 지어 이동하고 있었다”고 1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사진 출처 VOA 홈페이지
유엔 안보리 금수품목인 북한산 석탄을 지난해 10월 들여온 의혹을 받는 선박 두 척이 3월 ‘우범선박목록’에 오르기 전까지 국내에 11차례 들어왔지만 당국의 선박 검색을 받지 않고 출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산 석탄뿐 아니라 다른 금수품목의 유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검색 공백이 드러난 셈이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지난해 10월 석탄을 싣고 온 파나마 선적 ‘스카이에인절’호와 시에라리온 선적 ‘리치글로리’호는 올해 3월 초에야 관세청 전산시스템상 우범선박목록에 올랐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로 북한산 석탄 환적 문제가 제기된 17일, 정부 당국자가 “2월 스카이에인절호와 리치글로리호가 입항했을 때 (이미) 우범선박목록에 올라 있어 검색했다”고 설명한 것과는 다르다.

관세청 관계자는 “(3월 초) 우범선박목록에 오르기 전까지 국내에 입항했을 때 검색을 별도로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모든 선박이 검색 대상인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전수검색이 어렵다. 살펴볼 대상 선박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우범선박목록에 올리면 자동적으로 전산상에 떠서 검색을 나간다”고 했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10월 이후 의심 선박에 대한 ‘검색 구멍’이 5개월 동안 이어진 것이다.

다만 해당 선박들이 2월에 검색을 받은 것은 외교부가 “지난해 제재 위반 의심을 받는 선박이 들어온다”는 정보를 알려줘 관세청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우범선박목록에 오르지 않았더라도 외교부 등 관련 부처의 협조 요청이 들어오면 검색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아시아태평양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스카이에인절호는 2월 18일, 리치글로리호는 2월 20일 검색을 받았다. 관세청에 따르면 당시 선박회사와 선주, 선장, 선원 등을 대상으로 탐문조사를 벌였지만 모두 ‘북한산 석탄인지 몰랐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해당 검색을 받기 전까지 스카이에인절호는 부산항과 옥포항에 2차례, 리치글로리호는 포항과 묵호, 울산, 평택, 부산에 9차례 국내에 입항했다. 그러나 검색 없이 무사통과했다는 게 관세청 설명이다. 이 기간 금수품목을 싣고 왔어도 막을 길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우범선박목록에 올라도 검색 자체의 맹점이 있었다. 관세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석탄과 같은 현물(화물)에는 손을 대지 않고 서류 위주로 검색한다”며 “북한을 다녀왔느냐, 접촉했느냐가 검색의 관건인데 환적한 물품은 서류만 제대로 있다면 금수품목 여부는 조사하기 어렵다”고 했다. 사실상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이 지적하거나 당국이 제재를 위반한 것 같다는 첩보를 입수하지 않는 한 러시아 등에서 환적해 북한산임을 속이는 선박들을 일일이 감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편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9일(현지 시간)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에 따른 수입금지 품목인 북한산 석탄이 한국에 유입됐다’는 미국의소리(VOA) 방송 보도와 관련해 “북한 정권을 지원하는 주체에 대해 단호한 행동을 취하겠다”며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손택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