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눈에 띄게 비틀대는 中경제, 시진핑 권위까지 '흔들'

베이징=CBS노컷뉴스 김중호 특파원 입력 2018.07.21.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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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이후 中기업 디폴트 가능성 최고 수준 급상승, 중국 내 경제부처간 비난전까지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미국과 중국 세계 양대 초강대국이 정면으로 맞붙은 무역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무역전쟁이 발발하면 미중 양국 모두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였지만, 상대적으로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강한 중국이 무역전쟁의 후폭풍을 미국보다 더 잘 견딜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지속되면서 재무적 건전성이 부족한 중국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급증하고, 중국의 경제부처 내에서 서로 비난전에 나서는 등 중국 경제가 비틀거리는 조짐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화폐전쟁으로 확산, 불안해진 中기업 건전성

양국간 관세폭탄 부과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보다 화폐전쟁 등 금융분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을 비판하는 와중에 "중국 통화는 급락하고(dropping like a rock) 있다"며 달러 강세가 "우리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독립성을 보장해야 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비판하는 것에서 나아가 한창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통화 방향성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왔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최근 미국 경제가 상승국면에 접어들고 미국 정부의 무역적자 감축 방침에 달러 가치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지만, 위안화의 가치는 중국 경제성장 둔화에 따라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가 19일 한때 근 1년 만에 최고치인 95.652까지 오르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0일 위안화 거래 기준 환율을 전날 보다 0.90% 오른 6.7671위안으로 평가절하했다. 지난해 7월 14일 이후 최고치이며 하루 상승률로는 2016년 6월 27일 이후 가장 큰 변동폭이다.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경우 신흥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어, 자칫 미중 무역전쟁이 전 세계적인 재앙으로 번질 수도 있다.

미국의 지속적인 압박으로 위안화 가치가 출렁이고 중국의 성장속도도 둔화되면서 기업건전성에 약점을 가진 중국 기업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올해 중국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규모가 9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의 보고서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중국 채권액이 4조3000억 위안(약 718조4000억 원)으로, 만기 전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 채권까지 고려하면 최대 5조3000억 위안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들어 중국 기업들의 디폴트 규모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 기업이 갚지 못한 공모채권은 165억 위안 규모로, 디폴트 규모가 사상 최대였던 2016년 207억 위안의 80% 수준에 달한다. 중국 기업의 채무불이행 규모가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부실 기업에도 대출해 줘라” 시장 개입 나선 인민은행, 경제부처간 비난전도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대대적인 빚규모 줄이기에 나섰던 중국 정부도 부채 축소 정책의 고삐를 풀어주기 시작했다.

인민은행이 창구지도 형식으로 중기유동성지원창구(MFL)에 투입된 자금을 활용해 대출 및 회사채 투자를 확대하라는 지시를 시중은행에 전달했다고 중국의 경제매체들이 19일 보도했다. 인민은행은 중국에서 ‘정크 본드’로 인식되는 신용 등급 ‘AA+' 이하 기업의 회사채에도 투자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에 디폴트 우려 급증으로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인민은행이 직접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2015∼2016년 금리가 최저점에 다가서자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 시스템 밖의 '그림자 금융'을 이용해 공격적으로 자금을 차입했지만 중국 정부가 2016년부터 부채 축소 정책을 펴나가고 그림자 금융 단속에 나서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가운데 2016년 4.5% 수준이던 1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올해는 7% 수준으로 급등했다.

이처럼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 경제의 하방압력이 커지는 현상이 뚜렷해지자 중국 경제부처간 격렬한 비난전을 펼치는 이례적인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중국 재정부 산하 재정과학원이 중국재정정책 보고서에서 2017년을 '적극적 재정정책의 효과가 뚜렷했던 해'로 평가하자 인민은행 쉬중(徐忠) 연구국장이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해 이를 비난하면서 문제가 터졌다. 쉬 국장은 기고문에서 "재정 투명도가 충분하지 않고 정보공개도 대충대충이며, 공공기관 감독도 미흡하다"며 재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중국 재정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칭츠(靑尺)라는 필명의 한 재정부 직원은 기고문을 통해 "금융기관들이 지방채 대란 사태에서 공범, 또는 종범 역할을 수행했다"면서 인민은행이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중국 경제 불안요소 증가, 시진핑 주석 지도력에도 흠집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중국 경제가 휘청거리는 조짐이 나오고 이를 감독 관리해야 할 정부부처 간에 심각한 소통 부재의 모습까지 드러내면서 무역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지도력에도 적지 않은 상처가 생기고 있다.

이미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시 주석이 덩샤오핑(鄧小平) 이래로 존중돼 왔던 '도광양회'(韜光韜晦·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키우자) 전략을 사실상 폐기하고 '중국몽'(中國夢)을 앞세워 패권적 전략으로 나서면서 이번 무역전쟁을 키웠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자오커즈(趙克志)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 등 시 주석의 최측근들이 최근 시 주석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을 고위급 간부들에게 강조한 것은 역설적으로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런 소문들이 지난해 19차 당대회 이후 공고화된 시 주석의 1인체제를 흔들 정도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동안 대중적 인기 속에서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해왔던 시 주석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중국 지도부의 비밀회의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무역전쟁을 핵심 의제로 다룰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매체들이 20일 보도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의 전·현직 수뇌부들이 7월 말∼8월 초 휴가를 겸해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80㎞ 떨어진 허베이(河北) 성 친황다오(秦皇島)의 베이다이허라는 휴양지에 모여 국정을 논의하는 비공식 회의로 올해에는 시 주석의 아프리카 순방일정이 끝나는 8월 초부터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시 주석의 권위에 눌려온 장쩌민(江澤民)계 등 정치적 정적들이 이번 무역전쟁을 기회로 발언권을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베이징=CBS노컷뉴스 김중호 특파원] gabobo@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