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중앙일보

돈 걱정 없이 살려면 10억? 50억? 살면서 필요한 돈 따져봤다

강정영 입력 2018.07.21. 13:00 수정 2018.07.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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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4)
30년간 길에서 구걸해온 거지에게 어느날 한 예언자가 다가가 말했다. "당신이 걸터앉은 낡은 상자 안을 들여다본 적이 있소?" [사진 pxhere]

30년간 길에서 구걸해온 거지가 있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한 푼 줍쇼”라고 중얼거리면서 행인들에게 머리를 조아린다. 그가 내민 챙이 넓은 모자 속에는 가끔 동전과 푼돈이 떨어지고 있다.

한 예언자가 지나가다가 거지에게 말한다. “난 가진 게 없어 적선도 할 수 없구려. 그런데 당신이 걸터앉은 그건 뭐요?” “이거 말이요? 그냥 낡은 상자일 뿐입죠. 난 늘 이 상자 위에 앉아 있었소.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난 이 상자 위에 쭉 앉아있었소만….”

예언자는 그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한 번이라도 그 안을 들여다본 적이 있소?” “그건 봐서 뭘 하게요?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안을 한번 들여다보시구려” 예언자가 다그쳤다. 거지는 마지못해 상자 뚜껑을 들어 올렸다. 그런데 웬일인가? 상자 안에는 놀랍게도 황금이 가득 차 있었다.


거지가 깔고 앉은 상자 안엔 황금이 가득
이는 한 거지만의 얘기가 아니다. 무언가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고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 무엇에도 비길 수 없는 평화의 보물 상자는 우리 내면에 이미 존재해 있다. 부질없는 생각만 멈춰도 내면의 고요를 되찾을 수 있다. 이 글은 세계적인 영성학자 엑하르트 톨레(Eckhart Tolle)의 책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The Power of Now)』의 첫 장에 나오는 글이다.

우리 모두 관심을 가진 돈은 어떨까? 많은 돈을 갖고 싶어 안달하고 좋은 투자처를 찾고 단기간에 대박을 바라며 투기하다 큰 손실을 보기도 한다. 그렇게 노심초사하며 버는 돈은 살아가는 데 얼마만큼이나 필요한 것인가? 10억원, 20억원, 아니면 50억원이면 될까? 대부분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 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며 필요한 돈의 규모에 대해선 잘 따져 보지 않는다. 지금부터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돈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존 암스트롱(John Armstrong)이 지은 책 『돈 걱정 안 하고 살아가는 방법(How to Worry Less about Money)』에서는 일반적인 돈에 대한 걱정을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눈다.

책 인생학교-돈에 관해 덜 걱정하는 법, 존 암스트롱 지음. [중앙포토]

첫째, 돈 없으면 인생이 고통스럽고 성가신 일이 많아질 것이다.
둘째, 돈 벌기 위해 인생의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할 것이다.
셋째, 돈 없이는 내가 바라는 많은 좋은 것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넷째, 돈은 바이러스와 같아 끔찍한 일도 마다치 않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걱정이 생겨나는 이유는 다음 네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정확하게 못 하는 데 있다고 한다.

첫째, 무엇 때문에 돈이 필요한가? 즉, 무엇이 내게 중요한가?
둘째, 그것을 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가?
셋째, 그 돈을 벌기 위해 내게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넷째, 타인에게 내가 져야 할 경제적인 책임은 어느 정도인가?

결국 이러한 질문은 우리의 가치관, 생활 방식, 인생에 대한 관점이 무엇인가로 귀결된다. 경제적인 문제인 동시에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자세이기도 하다. 은행 잔고의 문제인 듯하지만 우리의 영적인 자세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원하는 돈은 필요한 돈의 최소 10배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돈은 주거, 자녀교육, 일상생활, 여가 및 여행, 미래를 대비한 연금이나 저축 등의 항목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그런데 필요한 최소 금액이 10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건 그 10배인 100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러면 그 차이는 무엇일까?

누구나 알고 있듯이 가격(price)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가치(value)는 지극히 개인적이며 윤리적이기도 하고 인생관과도 관련이 있다. 돈 들어간 게 없는 일을 했는데 행복하고 가슴 뿌듯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돈의 결과물을 양(Quantity)의 문제가 아닌 보람이나 가치, 즉 질(Quality)로서 평가할 줄 알아야 한다.

잘 대접한다며 비싼 와인을 내어놓았는데 분위기 망치는 사람이 있거나 대화의 주제가 어색하다면 값비싼 와인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중앙포토]

하나의 예로 집에 손님을 초대해 파티하는데 와인을 내놓는다고 하자. 잘 대접한다며 비싼 와인을 내어놓았는데, 분위기 망치는 사람이 있거나 대화의 주제가 어색하다면 값비싼 와인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냥 마실만한 저렴한 와인을 마시면서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고 떠들썩한 분위기가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우리가 지출을 결정할 때 소위 말하는 가성비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데는 의외로 비싼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한때 부유층 사이에서 어릴 때부터 좋은 교육을 받게 한다며 미국이나 캐나다에 자녀를 보내는 사례가 많았다. 아빠는 국내에서 돈을 벌고 엄마는 외국에서 아이와 함께 생활한다. 그로 인해 기러기 아빠는 외로운 생활을 해야 했고, 그 부작용으로 과음이나 가정불화가 심심찮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값비싼 유학비용을 쏟아붓고 가족의 단란함마저 희생했는데 성과가 있었을까? 만족스럽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너무 어릴 때 외국에 가면 영어는 좀 배웠을지 모르나 자칫 자유 방임으로 흐르면 공부는 물론이고 인성마저 나빠져 그 나라 문화에 적응 못 하고 귀국하더라도 일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외국에서 공부시키면 좋은 줄 알았는데 그 결과가 여의치 못하다면 어떻겠는가?

이처럼 돈을 잘 쓰기는 어렵다. 과시적이고 근시안적인 행위는 돈만 들어가고 끝이 좋지 못하다. 결국 돈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원칙(principle)을 가지고 사느냐, 즉 ‘마인드 셋(mind set)’의 문제다. 돈을 대하는 자세나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기본이 안 돼 있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그래서 일이 꼬였을 때 충고해주는 말이 ‘Back to the Basic(기본으로 돌아가라)’이다.

어떤 기업인이 두 개의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자. A 사업은 별로 신경을 안 써도 저절로 돈이 벌리고, B 사업은 돈은 별로 못 벌지만 사회에 기여해 많은 사람으로부터 칭송을 받는 일이라면 그는 어느 사업을 하고 싶을까?


10%는 가진 돈, 나머지는 하기 나름
스티븐 코비의 '10-90의 법칙'이란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의 10%는 우리 힘으로 어찌할 수 없으나 나머지 90%는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놀라운 결과를 만들수도 있고 그저 그런 결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스티븐 코비 박사가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강연하는 모습이다. [중앙포토]

스티븐 코비(Stephen Covey)의 ‘10-90의 법칙’이 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의 10%는 우리 힘으로 어찌할 수 없으나 나머지 90%는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놀라운 결과를 만들 수도 있고 그저 그런 결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돈에 적용해보면 10%는 우리에게 주어진 돈이고, 90%는 하기에 따라 만들 수도, 못 만들 수도 있는 돈이다. 적은 돈으로도 효과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없는 돈을 찾아 쓸데없는 에너지를 쏟아붓지 말고, 부족한 돈에 대해 불평하지 말라는 것이다. 무엇을 성취하는데 넉넉한 돈이 필수적이지 않다.

돈의 행복에 관한 ‘한계 효용체감의 법칙’이 있다, 처음에는 돈으로 자그마한 것을 사면 행복이 급속히 증가하지만, 일정 수준을 지나면 별로 행복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대신 보람 있는 일에 시간을 써 보자. 인생에는 고통, 외로움, 실망, 그리고 끝에는 남과 나의 죽음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가치 있는 일에 전념해 보라.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강정영 청강투자자문 대표 aventamu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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