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심상찮은 서울 아파트값, "반짝 장세인가, 대세상승인가"

입력 2018.07.22. 11:55 수정 2018.07.2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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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개편안 공개 후 급매 소진.."불확실성 해소·규제 다 나왔다"
서울시 '여의도 통합개발' 방침 시장에 기름부어..정부도 촉각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잠잠하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다시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4월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이후 급감하던 거래량이 이달 들어 다시 늘기 시작하고, 둔화하던 아파트값 상승폭이 커지는 등 한여름 비수기답지 않은 '시그널(신호)'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박원순 시장이 공언한 '여의도 통합개발'과 8월 이후 발표될 용산 마스터플랜 계획은 조용하던 시장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일시적 현상"이라면서도 서울 아파트 시장이 다시 요동칠까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강남 급매물 소진, 여의도·용산은 매물 품귀

22일 업계에 따르면 청약조정지역 내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거래 절벽'이 예상되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달 중순 대통령 직속 경제개혁특별위원회의 보유세 개편 권고안과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의 보유세 개편 정부안이 속속 공개된 이후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강남 아파트 가격이 되레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저가 매물이 회수되고 호가가 뛰고, 비강남권도 개발 호재가 있거나 실수요자들이 뒷받침되는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19일 발표한 서울 주간 아파트값은 0.10% 상승해 전주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침 이후 오름폭이 2주가량 소폭 둔화되다가 지난주 다시 상승폭이 커진 것이다.

특히 4월 9일 이후 석 달 이상 하락세를 보인 강남권(동남권) 아파트값이 0.01%로 상승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도 다시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21일 현재 서울 아파트 거래량(3천753건)은 일평균 178.7건으로 지난달 일평균 160.5건보다 많다.

지난해 주택 거래가 급증했던 7월의 일평균 거래량(466.5건)에는 한참 못미치지만 지난 4월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감소하던 거래량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처럼 서울 주택시장이 다시 움직이는 것은 하반기 주택시장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했던 보유세 개편안의 강도가 실수요자들에게는 "예상보다 세지 않다"고 인식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관망하던 대기 매수자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종부세 인상폭이 큰 대상은 다주택자와 시가 25억∼26억원 이상의 고가주택 보유자여서 이 지역 10억∼20억원 수준의 아파트는 수요가 늘어나는 분위기"라며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때문에 집을 팔 수가 없어서 매물은 부족하고, 몇 달간 관망하고 대기하던 매수세는 다시 유입되기 시작하며 가격이 오른다"고 말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도 "30억∼40억원대 아파트 보유자들 가운데서도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은 불만을 토로하지만 경제적 여유층이 많다 보니 종부세 인상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며 "거래는 많지 않지만 종부세 윤곽이 나오면서 매수로 돌아선 사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올해 2∼3월 고점 대비 2억원 이상 빠진 매물이 일제히 소진됐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지난달까지 2억원 이상 하락했던 급매물이 안 팔리더니 지난주 들어서만 11건이 매매됐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종부세 발표 이후 오히려 대기 매수세가 붙어서 올해 최저가에 비해 호가가 7천만∼8천만원 올랐다"고 말했다.

최근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일대도 매수세가 확장하는 분위기다.

투자수요가 가장 많은 목동 신시가지 11단지의 중소형 아파트는 저가 매물이 일제히 팔리며 호가가 뛰고 있고, 이 지역 대장주로 꼽히는 목동 7단지도 최근 72㎡ 소형을 중심으로 5∼6건이 일시에 거래됐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7단지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강남에서 급매물이 팔린다더니 지난주 들어 이쪽으로 투자 수요자들이 넘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내달부터 서울시의 '여의도 신도시급 통합개발' 방침과 용산 마스터플랜 발표가 잇따를 예정이어서 이들 지역 가격 상승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현재 여의도와 용산 일대는 투자수요가 대거 몰리며 호가가 급등하고, 매물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여의도 수정아파트 전용 79.9㎡는 이달 초 11억원에 팔리던 것이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 통합개발 발표 이후 일주일 새 호가가 1억원이 올랐다. 그마저도 집주인들이 매물을 회수해 거래 가능한 매물이 거의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여의도의 J공인 대표는 "신도시급 개발을 한다고 하니 외부에서는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집주인들은 매수자가 나서면 다시 가격을 올리는 분위기"라며 "최근 석 달간 거래가 거의 없었는데 갑자기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달 말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 호재로 꾸준히 강세를 보이던 용산구도 내달 서울시의 대규모 개발사업이 포함된 용산 마스터플랜 발표를 앞두고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달 중에는 인근 서울역과 용산역 구간 철도를 지하화하는 서울역 통합개발 구상안도 발표될 예정이어서 이 일대 집값이 초강세다.

용산 원효로 H공인 대표는 "인근 아파트중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벽산메가트리움은 연초 대비 호가가 3억∼4억원 이상 올랐다"며 "대규모 개발계획이 예정돼 있고 실제 가격이 몇 달 만에 수억원씩 오르다 보니 종부세, 양도세를 아무리 높여도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여전히 거래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곳들도 적지 않다.

마포구 아현동의 H공인 대표는 "개발 재료가 있는 용산과도 가까워 매수세가 늘어날 법한데 아직 조용하다"며 "매수문의가 늘거나 가격이 오를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 아파트가 밀집한 노원구 상계동은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상계동 P공인 대표는 "작년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대출이 막히면서 매매는 물론, 요즘은 전세도 안 나갈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강남이나 용산의 가격 상승은 딴 세상 이야기"라고 말했다.

여의도·용산 아파트 재건축심의 잇단 보류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서울시가 여의도·용산 개발구상 발표를 앞두고 이 일대 아파트 재건축심의를 잇달아 보류하고 있다. 사진은 주택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지정안 심의가 보류된 여의도 공작아파트와 여의도 일대 아파트 모습. 2018.7.19 seephoto@yna.co.kr

◇ '반짝 거래인가, 전방위 상승이냐' 촉각

한여름 휴가철 비수기에 서울 주택시장이 들썩일 조짐을 보이면서 전문가들도 당황하는 눈치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보유세 강화, 입주물량 증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의 위력이 여전한데 서울 주택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어서다.

일단은 시장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반짝 장세'라는 시각이 많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종부세 개편안이 나온 뒤 관망하던 매수자들이 매수대열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1주택자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줄이거나 임대사업자의 혜택을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고, 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어서 거래가 작년만큼 늘어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E공인 대표도 "엘스·리센츠 등 급매물이 다 팔리고 난 이후 요 며칠 동안은 다시 매수세가 잠잠하다"며 "저가 매물 소화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특히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거의 없었던 서울지역 개발계획이 올해 곳곳에서 가시화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용산과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 개발계획이 8, 9월 이후 줄줄이 나온다면 시장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며 "한동안 잠잠하던 서울 부동산 시장에 (이러한 개발방침이)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 정부의 강력한 '규제 카드'가 대부분 공개된 가운데서도 매수세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한다.

NH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은 8·2대책 이후에도 재건축 부담금 폭탄이 우려된 강남 재건축을 제외하고 실수요자들이 뒷받침되는 비강남권은 가격이 거의 내려가지 않았다"며 "서울 집값이 바닥이라고 생각되면 시중에 떠도는 풍부한 유동자금이 또다시 서울 주택시장으로 다시 몰려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서울 주택시장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 특히 강남 아파트값이 상승세로 돌아설 경우 과천·분당·하남 등 서울 인접 지역으로 상승세가 확산할 수 있어서다.

국토교통부는 한국감정원의 주간 동향을 세심히 보고받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발 재료가 있는 곳들은 국지적으로 상승세를 보일 수 있지만, 서울 전역에 걸쳐 불안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하반기에 9천가구가 넘는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를 비롯해 수도권에 입주물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시장 움직임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