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력수급 문제 없다더니 .. 허둥지둥 원전 5기 더 돌린다

장원석 입력 2018.07.23. 01:14 수정 2018.07.2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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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폭염 수요예측 제대로 못해
정비 계획 조정해 전력 공급 확대
이번주 고비 .. 기업 사용 감축 검토
일각 "정부, 원전 필요성 자인한 것"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정비 중인 원자력발전소의 재가동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연이은 폭염에 전력 수요가 많이 늘어난 데 따른 대응이다. ‘탈원전’을 내세운 정부가 결국은 원전으로 전력 수급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는 점을 들어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무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수원은 22일 “현재 정지 중인 한빛 3호기와 한울 2호기를 전력 피크 기간(8월 2주∼3주) 이전에 재가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이미 지난 4월 한빛 1호기와 한울 1호기의 계획 예방정비 착수 시기를 전력 피크 기간 이후로 조정해 뒀다. 결국 최근 정비를 마치고 가동을 시작한 한울 4호기까지 포함하면 전력 피크 기간 내 총 5개 원전을 더 가동하게 된다. 예상치 못한 폭염이 원전 필요성을 부각시킨 셈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22일 예정에 없던 현장점검에 나섰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전 뚝도 변전소와 인근 아파트를 방문한 백 장관은 “연이은 폭염에 정전 등으로 불편을 겪는 일이 없도록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당초 정부는 올여름 전력 수급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8808만㎾로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 기록을 경신한 20일에도 “공급예비율이 11% 이상으로 수급은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통상 업계에선 공급예비율이 10% 이상이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전력 수요는 역대 최대였던 2016년 수준을 넘어 지난주에만 최고 기록을 네 번이나 경신했다. 여기에 폭염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예보가 나오면서 급히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휴가 직전 수요가 몰리는 이번 주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전 정비 계획까지 조정하고 나서자 일각에선 전력 공급 확대를 위해 원전 가동을 인위적으로 늘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한수원이 예방정비 기간을 억지로 앞당기거나 뒤바꾼 정황은 없다. 5월 11일 계획 예방정비를 시작한 한빛 3호기는 당초 8월 9일 정비를 끝낼 계획이었다. 한울 2호기 역시 지난 5월 10일 정비를 마쳤다. 그러나 지난 12일 갑자기 정지해 복구작업을 진행했고,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빨리 재가동에 들어간 경우다. 산업부 관계자는 “탈원전이 당장 원전의 가동을 중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원전이 수급에 기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탈원전을 선언해 놓고 결국 어려울 땐 원전에 기대는 상황이 자기모순적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지난 5일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를 8830만㎾로, 그 시기는 8월 둘째·셋째 주로 예상했다. 이 전망은 이미 빗나갔다. 한 시즌 수요조차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셈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폭염에 따른 수급 문제는 앞으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탈원전을 주장하지만 결국 원전이 꼭 필요하다는 걸 자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조만간 수요감축요청(DR)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DR은 기업이 피크 시간에 전기 사용을 줄이면 정부가 보상해 주는 제도다. 현재 DR에 참여 중인 기업이 요청에 응하면 최대 400만㎾의 수요를 줄일 수 있다. 산업부는 지난해 여름에도 두 차례 DR을 발령했다. DR은 예비력이 1000만㎾ 이하로 떨어지고, 수요가 8830만㎾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에 발령한다. 지난 20일 예비력은 942만㎾, 수요는 8808만㎾였다. 수요가 조금만 더 늘면 발령 기준은 충족하는 셈이다.

그러나 산업부의 고민은 깊다. 정부의 탈원전 선언 이후 DR을 탈원전에 따른 전력 부족을 기업에 전가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사실 DR을 발령한다고 해도 실제 수요 감축 규모는 50만㎾ 정도다. 공급예비율로 따지면 1%에도 못 미친다. 주한규 교수는 “멀쩡한 수요 관리 정책도 섣부른 탈원전 선언 때문에 발목을 잡힌 것”이라고 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란 방향엔 공감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에너지원을 대안으로 할 것인지 지금이라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