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키 177cm·연봉 5417만원이 이상적인 배우자?

이승진 2018. 7.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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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사용되고 있는 고등학교 기술ㆍ가정 교과서에 결혼과 출산 등에 대해 왜곡과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기술ㆍ가정은 고등학생들이 성인이 되기 전 마지막으로 결혼과 출산에 대해 배우는 과목이지만 지난 20일 아시아경제가 12개 교과서를 모두 살펴본 결과 상당수의 교과서에서 부적절한 내용들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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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인정 고교 기술·가정 교과서 12개 살펴보니
결혼·배우자상·출산 등 왜곡, 고정관념 강화 내용 버젓이

한 '2015년 개정 기술가정 교과서'에 실려 있는 결혼정보회사의 '이상적인 배우자의 조건' 통계 자료. 교과서는 이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을 하지 않아 학생들이 해당 조건을 '이상적인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적지 않았다. (사진=이승진 기자)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현재 사용되고 있는 고등학교 기술ㆍ가정 교과서에 결혼과 출산 등에 대해 왜곡과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교과서는 결혼정보회사의 통계를 인용하며 '이상적인 배우자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행 검ㆍ인정 기술ㆍ가정 교과서는 총 12개로 모두 첫 번째 단원으로 '저출산ㆍ고령 사회와 가족'이란 주제를 통해 결혼과 출산을 다룬다. 기술ㆍ가정은 고등학생들이 성인이 되기 전 마지막으로 결혼과 출산에 대해 배우는 과목이지만 지난 20일 아시아경제가 12개 교과서를 모두 살펴본 결과 상당수의 교과서에서 부적절한 내용들이 발견됐다.

천재교과서에서 발행한 '2015개정 교육과정 기술ㆍ가정' 교과서의 '배우자 선택' 단원에선 이상적인 배우자상을 설명하며 사용한 통계 자료가 부적절했다. 교과서는 한 결혼정보회사의 2015년 통계자료를 인용해 '인기 신랑감'은 신장 177.7㎝, 연봉 5417만원, 자산 2억9000만원 이상이라고 기술했다. 여성의 경우 신장 164.9㎝, 연봉 4631만원, 자산 2억3000만원 이상이 '인기 신붓감'으로 꼽혔다. 문제는 해당 통계와 관련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통계가 실려 있는 페이지 상단엔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문구를 넣어 학생들이 통계 속 수치를 '이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소지가 적지 않았다.

한 기술가정 교과서가 '최근 가족계획'으로 '1·2·3 운동'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이승진 기자)


출산과 관련해 편견을 강조하는 내용도 있었다. 지학사에서 발행한 '2009개정 교육과정 기술ㆍ가정' 교과서에서 '가족계획'을 설명하는 부분에선 '1ㆍ2ㆍ3 운동'이 등장한다. 이 운동은 '결혼 후 1년 내 임신하고, 2명의 자녀를, 35세 이전에 낳아 건강하게 잘 기르자'는 것으로 교과서는 이를 '최근의 가족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불임 등으로 출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부들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현실과도 상당 부분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이 밖에도 많은 교과서들이 '결혼비용' '배우자 선택 조건' 등과 관련한 통계자료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학생들이 잘못된 고정관념을 가질 우려가 있었다.

이와 관련해 고등학교에서 기술ㆍ과정 교과를 담당하고 있는 김모 교사(46)는 "교과서의 일부 서술내용 중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도 있고, 2015년 개정 교과서이지만 예전 통계 자료를 사용하는 교과서도 있다"며 "하지만 검ㆍ인정받은 교과서이기 때문에 결국은 이를 교사들이 어떻게 가르치냐의 문제가 중요해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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