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내 지역구 최고 의원"..경남서 5천명 '노회찬' 찾았다

입력 2018. 7. 25. 17:16 수정 2018. 7. 2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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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도 막지 못한 노회찬 의원 조문 행렬
서울 장례식장 등 전국 37곳 분향소 설치
부산 1700명·대구경북 2000명 등 줄이어

[한겨레]

고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시청 인근 문화마당 야외에 설치된 시민분향소. 폭염 경보가 발령된 상황에서도 그를 기리는 조문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최상원 기자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은 물론, 고 노회찬 의원이 지역구를 두고 활동했던 경남 창원 등 전국 37곳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그를 기리는 조문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창원 시민분향소의 영전에는 노회찬 의원이 좋아하던 커피, 꽃이 올려져 있다. 놋쇠 술잔 역시 종이컵을 사용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시민이 보낸 것이다. 최상원 기자

■ 경남 5000명 넘는 조문객 행렬 경남엔 정의당 경남도당이 창원시청 인근 문화마당에 설치한 시민분향소와 지역위원회가 양산 종합운동장, 거제 대우조선 남문 앞, 남해 종합사회복지관 등에 설치한 분향소 등 모두 4곳의 분향소가 운영되고 있는데, 폭염 경보가 발령된 상황에서도 조문객이 줄을 이어 25일 낮 12시 현재 5000명을 넘어섰다.

25일 오전 창원 시민분향소에선 서울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입관식 시각에 맞춰 정의당 당원 등 50여명이 합동 참배를 했다. 26일 오후 4시께엔 윤소하 정의당 수석부대표, 김영훈 ‘노동이 당당한 나라’ 본부장, 박창규 보좌관 등이 평소 노 의원이 타던 카니발 승용차에 노 의원의 영정을 싣고 창원으로 와서 그의 지역구인 상남시장과 지역사무실, 자택, 정의당 경남도당, 민주노총 경남본부 등을 돌며 창원시민들에게 작별인사를 할 예정이다. 이날 저녁 7시 창원 시민분향소에선 서울과 동시에 추모문화제가 열린다. 분향소는 27일 저녁 6시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4일 김경수 경남도지사,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허성무 창원시장 등도 창원 시민분향소에 들러 조문했다.

창원 시민분향소엔 “조문객들을 맨입으로 보내면 안 된다”며 시민들이 보낸 미숫가루, 생수, 음료수, 커피, 컵라면 등이 가득 쌓여 있었다. 정의당 경남도당은 영전에 올리는 술잔으로 종이컵을 사용했는데, 조문왔던 시민이 이를 보고 안타깝게 여겨 놋쇠 술잔을 보내왔다. 절절한 사연의 손편지, 노 의원이 생전에 좋아했던 커피와 꽃을 영전에 올리는 시민도 있었다.

방명록에도 “당신은 내 지역구 최고의 의원이었습니다. 영면하소서” “나의 영웅 노회찬 의원님.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작은 허물도 크게 부끄러워하던 단 한 사람. 편히 잠드소서” “평생 우리 서민의 편에 섰던 분인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당신에게 투표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당신의 뜻을 이 땅에서 꼭 이루겠습니다” 등 노 의원을 기리는 글로 가득했다.

창원 시민분향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노회찬 의원의 친구 정우현(62)씨는 “혼자서 세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노회찬 의원은 올바른 방향으로 우리 사회를 많이 돌려놓았다. 그는 정말 겸손하고 인간적인 정치인이었다. 그보다 대중과 가깝게 지낸 국회의원은 없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부산에선 정의당 부산시당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부산민주진보시민장으로 노 의원의 장례식을 치르기로 하고, 부산시청 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25일 낮 12시 현재 오거돈 부산시장,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등 1700여명이 조문했다.

24일 정의당 대전시당에 마련된 노회찬 의원 대전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정의당 대전시당 제공
25일 정의당 전북도당에 마련된 고 노회찬 의원 빈소에는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정의당 전북도당 제공
25일 고 노회찬 의원 광주 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정의당 광주시당 제공

■ 유성노동자·성주 주민들 “고마움, 잊지 않겠다” 고 노회찬 의원을 조문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알 수 있다.

“노조 파괴 악덕 기업 유성기업 문제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는데….”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정의당 당사에 마련된 고 노회찬 의원 분향소엔 24~25일 시민 500여명이 조문했다. 한범덕 청주시장, 이장섭 충북도 정무부지사, 장선배 충북도의회 의장 등은 24일 분향소를 찾았다. 노 의원은 영동에 공장을 둔 유성기업 문제 해결에 힘썼다. 지난 5월 국회 정론관에서 검찰과거사위원회에 유성기업 사건 재조사 보류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청주뿐 아니라 충주(민주노총 충주음성지부 사무실), 옥천(옥천순환경제공동체 공유공간), 제천(제천시민회관) 등에서도 노 의원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도승근 정의당 충북도당 사무처장은 “노 의원은 1989년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 사건으로 구속돼 청주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의원 시절 유성기업 문제,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동자 해고 문제 등 해결을 위해 힘쓰기도 했다. 충북의 시민들이 참으로 아파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의당 대구시당에 마련된 대구시민분향소에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반대 운동을 하는 경북 성주 주민 등 2000여명이 조문했다. 정의당 당원 가입이나 후원금 납부 문의도 하루 수십명에 이른다. 24일 설치된 정의당 대전시당 분향소에도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김윤기 정의당 대전시당 위원장은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노회찬 원내대표님의 뜻대로, 당이 당당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창원 한 시민이 노 의원에게 쓴 손편지 정의당 제공
고 노회찬 의원 광주 빈소 앞에 추모객들이 붙여 놓은 한 줄 편지. 정의당 광주시당 제공
빈소가 차려진 정의당 전북도당을 찾은 조문객이 방명록에 남긴 글. 정의당 전북도당 제공

■ 방명록에 적힌 그리움의 말들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광주분향소가 마련된 정의당 광주시당 당사에도 25일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나경채 정의당 광주시당 위원장은 “민주당 광주시당 등 지역 정치인들과 시민단체 인사, 장애인, 청년 등 1000여 명이 찾아 추모했다. 오늘부터는 일반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 채영선씨는 ‘그대를 안고 싶구나’라는 시를 통해 “누구보다 무겁게 산 삶을/허무하게 놓아버린/ 그대를 안고 싶구나/노회찬, 그대를 놓을 수가 없구나”라고 추모했다.

추모객들은 “누구보다 정의로웠고, 누구보다 노동자의 입장에 있었던 당신의 삶을 존경하고 기억한다”, “노회찬님 당신의 정의가 강물처럼” 등의 글을 적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정의당 광주시당과 전남도당은 26일까지를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광주와 전남 목포, 여수 등 3곳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전북 전주시 정의당 전북도당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송하진 전북지사, 김윤덕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 등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오전 전북 부안군 위도면 섬에서 조문을 위해 육지로 나왔다는 60대 최아무개씨는 “가족을 대표해 빈소를 방문했고, 서민을 위한 정치를 폈던 고인의 평소 뜻에 따라 정의당원으로 가입했다”고 말했다. 고량주를 들고 조문한 한 재중동포도 빈소에서 오열하느라 조문을 제대로 못하기도 했다고 정의당 관계자가 전했다.

조문객들은 방명록에 안타까운 마음을 남겼다. 한승우씨는 “못다 피운 진보정치의 꽃을 피우겠습니다”라고 적었고, 이무성씨는 “너무도 고맙고 내내 그리워 질 것입니다. 편히 쉬소서”라고 썼다. 프랑스 교포 고덕신씨는 “숭고한 노 의원님을 기억하며 정의당의 발전을 기원합니라”라고 남겼다.

대전 서구 월평동 정의당 대전시당에 마련된 분향소 방명록에 장지숙·최재영씨는 ‘의원님 너무 안타깝습니다.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한승희·김경수씨는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벌써 그립습니다’라며 슬퍼했다. 김민선씨는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영면을 기원했고, 박영웅씨는 ‘세상에게 너무 따뜻했던 분’이라고 그리워했다.

강원도에는 춘천 정의당 강원도당, 원주 원주감영 앞, 강릉 명주예술마당 등 세곳에 분향소가 차려졌다.

대전시민들이 노회찬 의원 대전분향소에서 조문하고 남긴 방명록. 시민들은 그를 사회적 약자의 친구였던 깨끗한 정치인이었다며 추모했다. 정의당 대전시당 제공

■ SNS에는 그의 노래 퍼지고 정의당 인천시당 당원들은 노회찬 의원이 고등학생 때 서정주 시인의 수필 ‘석남꽃’의 한 대목에 곡을 붙여 부른 노래 ‘소연가’를 사회연결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널리 퍼뜨리고 있다. 이 노래는 정의당 누리집(club.justice21.org/newhome) 자유게시판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경기도에는 노 의원의 ‘영원한 동지’로 통하는 심상정 국회의원의 고양시 지역사무실 등 7곳에 분향소가 마련됐다. 26일에는 파주시 금촌역에 1일 분향소가 설치·운영된다.

최상원 기자, 전국종합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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