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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당원도, 지지자도 아닌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요"

박수진 기자 입력 2018. 07. 25. 18:57 수정 2018. 07. 3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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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노회찬 의원 빈소 찾는 일반인 조문객들 이야기

"여기 혹시 기자 없어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지난 24일, 故노회찬 의원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한 남성이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기잔데요,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신가요." 그렇게 시작된 그의 말은 두서는 없지만, 묵직한 진심을 꾹꾹 눌러담고 있었습니다.

"시기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무슨 선거였을거예요. 출근길에 지하철역 앞에서 선거 운동하시는 걸 봤어. 내가 그랬지. '아니 내가 최고 좋아하는 양반이 여기 계시네', 그랬더니 웃으며 악수를 해주시더라고. 내가 인사를 하면서 이랬어요. '소크라테스처럼 사십시오.' 소크라테스 같은 명인처럼 선한 마음을 가지고 정치를 해달라는 말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소크라테스는 약(독배) 먹고 돌아가셨잖아. 무심결에 한 그 한마디가 굉장히 미안해 죽겠더라고요."

그는 전직 청소부라고 했습니다. 고인은, 청소부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힘써준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자신들 편에 서준 유일한 '힘있는 사람'이었던 고인에게, 자신이 무심코 던진 그 한마디가 혹시나 상처가 됐을까 봐, 마지막 가는 길에 미안하단 말을 하고 싶어 35도에 육박하는 폭염을 뚫고 그곳에 왔다고 했습니다.

● "당원도 아니고, 열렬한 지지자도 아닌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요"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홀로 빈소를 찾은 한 여성은, 30여 분을 기다려 조문을 마치고 빈소를 나왔습니다. "혹시 고인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을 저희가 영상으로 담아도 될까요."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여성은 고개를 끄덕였고,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의원 빈소를 찾은 시민 홍정민 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어떤 마음으로 빈소까지 오셨어요?" 짧은 질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입술이 떼어질 때까지 몇 초가 걸렸고, 부르르 떨리는 몸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그 몇 초가 너무나 길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정의당원도 아니고, 노 의원님의 열렬한 지지자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걸 보면 '아 나도 내심 이 분을 많이 응원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제는 좀 멍하고 슬퍼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가 그래도 한 번 찾아뵙는 게 맞을 것 같아서 왔어요."

"사실 상상이 잘 안 되거든요. 편하게 쉽게 갈 수 있는 여러 삶이 있잖아요. 근데 그걸 버리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산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너무 벅찬 일인데, 고인은 그런 삶을 사셨잖아요. 많은 약자들을 대변하셨고..정말 치열하게 사셨으니까, 이젠 편히 쉬셨으면 좋겠어요."

빈소를 찾은 많은 국민들은, 그렇게 자신에게 위로와 감동을 줬던 한 정치인을 그렇게 떠나보내고 있었습니다.

● 그의 장례식장에선 모두가 평등했다

이날 오후 4시, 점심시간은 진즉 지났고, 퇴근하기에도 이른 애매한 시간. 그 시간에도 노회찬 의원 빈소 앞엔 조문을 하기 위해 줄을 서야 했습니다. 전담 배치된 병원 측 관계자 2명이 "특1호실(노회찬 의원 빈소) 조문 오신 분들은 세 분씩 줄을 서주세요. 일행이 아니더라도 같이 줄을 서주세요"라고 쉬지 않고 외쳐야 할 정도였습니다. 일렬로 설 수 없어서 3명씩 줄을 섰고, 빈소 앞 공간으론 모자라서 에스컬레이터를 중심에 두고 꼬불 꼬불 줄이 이어졌습니다.

국회의원, 기업인 등 유명인사들도 그 줄을 피해 갈 순 없었습니다. 이재명 지사, 나경원 의원, 조경태 의원, 원혜영 의원 등 (현장에서 직접 본 국회의원들의 이름만 언급했습니다) 왼쪽 가슴에 국회의원 뱃지를 단 많은 정치인들이 일반 시민과 함께 서서 조문 순서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빈소 안에서도 일반인 조문객들과 함께 조문을 해야 했습니다. 모두가 평등한 장례식장, 그 모습이 고인의 삶과 닮아있단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의원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줄을 서있다.


정의당에 따르면 장례 3일째인 25일(오후 5시 반) 기준 1만 2천여 명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조문했습니다.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그 중 다수가 일반인 조문객이라고 합니다. 빈소 앞엔 이들이 고인에게 보내는 마지막 말들이 담긴 노란색 메모가 마치 나비떼처럼 모여 있습니다.

함께 취재를 나갔던 영상 기자가 돌아오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대통령이 보낸 조화도 있고, 국회의원도 있고, 기업인도 있고, 청소부도 있고, 장애인도 있고. 노인도 있고, 어린아이도 있고...이런 장례식은 처음 보는 것 같다."

네, 저도 처음 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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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기자star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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