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대, 미국은 4%.. 벌어지는 경제성장률

도쿄=이하원 특파원 2018. 7. 27.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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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경제] 美·日과 반대로 가는 한국 경제

올해 1분기(1~3월) 1.0%를 기록했던 한국 경제 성장률이 2분기(4~6월)에 결국 0%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투자, 소비, 수출이 모두 부진해 '트리플 악재(惡材)'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101.0)가 1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민간 소비가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미·중 무역 갈등 심화와 고용 여건 악화 등의 영향으로 올 하반기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반면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은 기업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면서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2분기 성장률 0.7%… 투자, 소비, 수출 모두 부진 26일 한국은행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GDP 세부 항목 중 가장 많이 고꾸라진 부분은 투자다. 경제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설비투자 증가율은 -6.6%를 기록했다. 2016년 1분기(-7.1%)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저치다. 설비투자 위축은 최근의 반도체 위기와도 맞물려 있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업종의 설비투자가 올 1분기까지 높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2분기 들어 조정을 받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에서 공급이 확대된 LCD(액정표시장치) 투자도 줄었고, 항공기와 선박 등 운송장비 투자도 감소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부동산시장 침체로 건설투자도 주택·토목 건설이 모두 줄면서 마이너스 성장(-1.3%)을 기록했다. 그나마 소비와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하며 성장률을 방어했지만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많이 쪼그라들었다. 민간소비와 정부소비는 0.3% 늘었다. 각각 1년 6개월, 3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수출은 0.8%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은이 예상하는 올해 경제 성장률(2.9%)조차 달성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부분의 민간 연구소들은 올해 성장률을 2.8%로 내다보고 있다. 하반기엔 미국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무역 분쟁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용 악화가 이어지면 침체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9%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3~4분기 성장률이 평균 0.82~0.94%를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상반기보다 더 나쁜 하반기 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이런 수치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많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반도체 경기가 식고, 무역 분쟁이 심화되면서 수출은 하반기로 갈수록 더 악화될 것"이라며 "작년 말과 올해 초에 걸쳐 막대한 정부 지출을 했음에도 내수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회복 추세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이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년동기대비 올 상반기 성장률이 2.9%가 나왔는데,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경제가 회복 기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당초 예상대로 올해 3% 성장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美·日 경제는 한국과 딴판 오는 27일(현지 시각) 2분기 GDP 발표를 앞둔 미국 분위기는 한국과 사뭇 다르다. 경제 매체 마켓워치가 집계한 경제학자들의 2분기 미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4.3%(연간으로 환산)에 달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6일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 수정보고서'에서 예측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3.9%)보다 높고, 선진국 평균(2.4%)보다도 2%포인트 가까이 높다.

일본 경제는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0.2%)을 했지만 2분기엔 기업 투자를 중심으로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247개 기업의 올해 연구개발비를 분석한 결과, 투자 총액이 12조4789억엔(약 126조1616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4.5%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일본 주요 기업 연구개발비는 9년 연속 증가했고, 조사 기업 중 44%가 올해 사상 최고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있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제조 분야와 AI(인공지능)를 이용하는 첨단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심으로 세계 경기가 흘러가는 와중에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한국의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하반기에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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