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뉴스] 임종헌은 왜 '재판거래 핵심증거'를 스스로 제출했을까?

CBS노컷뉴스 권영철 대기자 2018. 7. 2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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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김현정의 뉴스쇼(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대기자


'재판거래 의혹'의 핵심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핵심증거가 담긴 '백업파일'을 검찰에 제출했다. 형식은 압수였지만 사실상 임 전 차장이 자진해서 검찰에 제출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보관한 백업파일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재판거래 연루의혹을 파악해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청구했지만 법원에서는 또 기각했다.

오늘 [Why 뉴스]에서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왜 '재판거래 핵심증거'를 스스로 제출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진=자료사진)
▶ 검찰이 압수한 게 아니고 임 전 차장이 스스로 제출했다는 거냐?

= 그렇다고 한다.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자택에 압수수색에 나선것은 지난 21일이다. 임 전 차장은 변호사 개업신고를 하면서 사무실의 주소를 자택으로 했다. 그래서 검찰이 자택으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임 전 차장은 법무법인에도 사무실이 있다고 해 검찰은 압수수색에 나섰고 여직원의 작은 화장품 가방안에 있던 자신의 법원행정처 재직시 컴퓨터의 파일을 백업한 USB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의 한 핵심관계자는 "백업파일이 담긴 휴대용 저장장치(USB)를 법률적 절차에 따라 압수했다"면서 "임 전 차장이 USB의 존재를 밝히지 않았으면 확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임 전 차장은 폐기했다고 하지 않았나?

= 그렇다.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에서 갖고 나온) 백업 파일과 업무수첩을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은 "(퇴임 당시) 백업 파일을 갖고 나온 것은 맞다"면서도 "지난 5월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조사 발표 직후 백업 파일을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25일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조사 결과 발표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임 전 차장의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직권남용죄 해당 여부는 논란이 있고, 그 밖의 사항은 죄가 성립하기 어렵거나 뚜렷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고발 등 조처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을 폐기 이유로 제시했다.

그렇지만 이런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고 검찰은 재판거래와 판사사찰의 핵심증거가 담긴 백업파일을 확보한 것이다.

▶ 임 전 차장은 왜 핵심증거가 담긴 백업파일을 제출한 것이냐?

= 첫 번째는 왜 나만 죽이려고 하느냐? 하는 반발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 전 차장은 압수수색 나온 검찰관계자들에게 '나만 발부된 것이냐?'는 질문을 서너차례 했다고 한다. 상당히 당혹스러워 했다는 얘기다.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차장, 이규진 삼임위원, 김민수 심의관 등 5명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는데 임종헌 전 차장만 발부거 된 것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꼬리자르기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얘긴가?

=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직 당시 1차 진상조사에 착수하면서 이규진 상임위원 1명에게 책임을 지우고 꼬리자르기 하려고 한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임 전 차장 선에서 꼬리자르기를 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게 사실이다. 사법부로서는 이유가 없는 건 아니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 윗선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잇따라 기각했고, 현직 대법관인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과 김소영 전 법원행정처장의 PC자료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사법부가 제출하거나 공개하는 모든 자료는 임종헌 전 차장 선에서 막히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 현직 대법관의 PC는 재판정보가 담겨 있으니 공개하기는 어렵지 않나?

= 사법부의 논리가 그것이다.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지만 이미 고영한, 김소영 두 법원행정처장 시절 문제가 되는 문건들이 적지 않다. 대법관으로서의 재판관련 업무는 공개돼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법원행정처장으로서 일한 자료들은 제출되어야 재판거래와 판사사찰 등의 의혹을 해소 할 수 있을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와 관련없는 자료를 공개할 수도 없고 그걸 활용할 수도 없다"면서 "수사를 받는 기관의 입장에서는 주고 싶지 않은 자료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모두 자료를 제출한 뒤에 수사를 빨리 끝내라고 했다"고 마했다.

▶ 두 번째는 '나는 주범이 아니다'는 걸 밝히고 싶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재판거래와 판사사찰 등의 사법농단이 관행이 아니라 '상고법원' 관철을 위한 것이었다면 그 첫 번째 책임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이 져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사법농단은 양승태 지휘, 박병대 기획, 임종헌 실무총괄이라는 구도로 이해하고 있다. 임종헌 차장은 행동대장 같은 역할이었다는 얘기다.

특히 차기 대법원장으로 유력했던 박병대 전 대법관의 역할에 주목한다. 임 전 차장도 대법관을 꿈꾸었다고 하지만 가장 크게 성과를 누리는 사람은 박 전 대법관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임종헌 차장으로 꼬리를 자르려고 하니까 핵심증거가 담긴 백업파일을 사실상 스스로 검찰에 제출하게 된 이유라는 분석이다.

대법원(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백업파일에 핵심증거들이 담겨 있는 거냐?

= 그렇다고 한다.

사법부에서 검찰에 제출한 410건의 파일을 포함해서 검찰에 제출하지 않은 비공개 문건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 수사 관련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전후로 작성된 문건을 포함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의 책임을 규명할 문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임 전 차장이 박 전 처장과 양 전 원장에게 핵심 자료들을 보고했다는 근거가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재판거래와 관련해서 구체적인 지시내용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보고 했다는 근거가 나온 것이다.

임 전 처장의 백업파일에는 관련 보고를 한두 차례 한 것이 아니라 여러차례 보고한 근거가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핵심관계자는 "보고를 했다는 건 같은 의심선상, 혐의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된지 사흘만에 다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것도 임종헌 전 차장이 제출한 USB에서 관련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 번째는 사법부에 대한 압박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종헌 전 차장으로서는 시시각각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칼날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미 사법부에서는 임 전 차장을 버리는 카드로 선택했다는 건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사법부에서 검찰에 제출한 문건들이 임 전 차장에게 화살이 돌아갈 만한 문건 위주로 구성됐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한 중견 법관은 "일부지만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 이는 범죄혐의가 특정이 된다는 것"이라면서 "임 전 차장에 대한 범죄혐의는 분명히 특정이 됐고 어느 정도 소명이 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은 사법부가 자신만을 타깃으로 할 경우 그냥 있지 않겠다는 걸 행동으로 옮긴 것 아니겠냐는 분석인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 그런데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는데 왜 계속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는 거냐? 제대로 협조하는 게 맞나?

= 한가지 분명한 것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한 것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협조한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가 재판에 관여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대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해줘라 말아라 또는 유죄를 선고해야 말아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게 재판관여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장발부를 포함해서 판결은 법관이 독립해서 법률과 양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다만 사법부가 검찰수사에 적극협조하고 있느냐? 이 점에 대해서는 사법부와 검찰의 입장이 다르다.

대법원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찰이 수사하는 걸 거부하거나 피해가거나 회피하려는 노력은 일체 안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그렇지만 영장에 대해서 대법원이 뭐라고 할 수 없고 평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특조단이 확보하고 있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대해 검찰이 포렌직 해서 필요한 자료를 찾아가도록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임종헌 전 차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법원에서 협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검찰에서는 사법부가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핵심관계자는 "포렌직을 허용했다고 하면서 하드디스크마다 1:1로 붙어서 자료 하나하나 보면서 이건 된다. 이건 안 된다. 이러면서 시간끌기 작전하고 있다"면서 "저런식으로는 안 된다. 저래가지고는 사법부가 매를 길게 장시간 동안 맞을 뿐"이라고 말했다.

▶ 저러다 증거가 인멸 될 우려는 없는 거냐?

= 그럴 우려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팀관계자는 "증거가 인멸될 우려는 없다"면서 "PC에 있는 파일은 다 확보가 돼 있다. 업무용은 보관돼 있으니까 확보됐고, 공용 이메일은 법원에 다 있고 임종헌은 다 내놨다"고 말했다.

사법부 관계자도 "임종헌 전 차장과 기조실장의 PC에는 어느 실국에서 만들었건 문건들이 다 들어있다"면서 "지금 검찰에 상당한 양의 자료가 나갔다. 내용도 파급력이 있는 상당한 자료들이 나갔다"고 말했다.

재판거래 의혹을 자초한 것은 사법부고 실제 거래가 이뤄졌다고 믿을 만한 근거나 자료들이 계속 공개되고 있다. 이런 입장에서 사법부가 마냥 시간만 끌기는 어려울 것이다.

검찰에서는 '시간싸움'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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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권영철 대기자]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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