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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보물선으로 영업한 신일골드코인도 가짜? 전문가는 "이런 게 사기"

박세용 기자 입력 2018.07.27. 10:18 수정 2018.07.2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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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과 '신일골드코인'은 한 몸입니다. 물론 신일그룹은 두 사업을 맡은 법인은 다르다고 주장을 합니다. 하지만 한때 신일골드코인을 사려면 '돈스코이호' 보물선 관련 책을 의무적으로 사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또 지금도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홈페이지의 로고는 '150조 원 보물선 돈스코이호 신일그룹'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신일그룹 홈페이지에 가상화폐 관련 글이 올라왔을 때도 있었습니다. 보물선과 신일골드코인은 그렇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신일골드코인 홈페이지

'사실은' 취재팀은 지난주부터 신일그룹을 집중 취재해왔습니다. 우선 돈스코이호에 보물이 실렸다는 역사적 근거를 하나씩 체크했습니다.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홈페이지에는 (지금은 삭제됐지만) 돈스코이호 금괴 200t의 역사적 근거들이 나열돼 있었습니다. 제목은 "금괴와 금화 5천500상자 200t(현 시세 150조 원) 보물의 존재 역사적 사실과 기록들"입니다.

"돈스코이호에 금 실렸다", 역사적 문헌이 있다?

신일그룹은 우선 돈스코이호에 금이 실렸다는 내용의 역사적 문헌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 해군 제독 크로체스 오엔스키 중장이 '쓰시마해전 전쟁 참전 기록'이라는 문헌을 남겼는데, 거기 보면 돈스코이호에 금을 실었다는 내용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 이름도 그렇고, 문헌 이름도 그렇고, 그럴듯합니다.

그런데, 사람 이름도, 문헌 이름도, 전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러시아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동북아역사재단 김영수 박사에 따르면, 러일전쟁 참전자 명단이 남아 있는데, 크로체스 오엔스키 중장이라는 사람은 명단에 없었습니다. '쓰시마해전 전쟁 참전 기록', 저는 '해전 전쟁'이라는 표현의 중복도 이상했습니다만, 아무튼 그런 제목의 문헌 자체가 없다는 게 김영수 박사의 설명이었습니다. 신일그룹이 내놓은 근거는 허구의 인물, 허구의 문헌이었습니다.

美 뉴욕타임스가 86년 전 '금 200t'을 보도했다?

신일그룹이 제시한 역사적 근거는 또 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 보도입니다. 1932년 11월 28일 자 기사에, 돈스코이호에 영국 소버린 금화 5천 파운드, 상자 5천500개가 실렸고, 무게가 200t이었다는 내용이 있다는 것입니다. 86년 전 보도입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확인해봤습니다. 기사에는 '돈스코이호'라는 이름도, '200t'이라는 숫자도 없었습니다. 기사는 부산과 일본 사이 해협에 침몰한 배에서 일본인들이 금을 탐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곳과 이번에 돈스코이호가 촬영된 울릉도 앞바다는 직선거리로 400km에 달합니다. 엉뚱한 기사를 보물선의 역사적 근거로 포장한 것입니다.

뉴욕타임스 기사

신일그룹이 언급한 뉴욕타임스 기사는 하나 더 있습니다. 2000년 12월 8일 자 기사입니다. "돈스코이호에 실려있는 영국 소버린 금화와 러시아 금괴, 금화, 보물의 가치는 150조 원으로 평가된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는 게 신일그룹 주장입니다. 기사 원문을 봤더니, 그런 내용은 없었습니다. 기사는 당시 동아건설이 돈스코이호의 위치를 찾아 주가가 17일 상한가를 기록한 적이 있는데, 거품이 빠지면서 투자자들이 화가 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금화 200t 얘기에 대해서는, 그 당시까지 전 세계에서 채굴된 금의 10분의 1 수준이어서 돈스코이호에 싣기엔 불가능하고, 러시아 학자가 보물선 얘기를 비웃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보물선 설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보물선 설을 뒷받침하는 기사로 둔갑시킨 셈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신일그룹이 제시한 금괴의 역사적 기록 중에는 러시아 일간지도 있습니다. 러시아 일간지 '시보드냐'지가 2000년 12월 7일, 돈스코이호에 황금이 선적돼 있던 걸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는 겁니다. 이것도 김영수 박사 도움을 받아 확인했습니다. 해당 날짜에는 '돈스코이호'를 언급한 기사가 아예 없었습니다. 다른 날짜에 돈스코이호 관련 기사가 있긴 했지만, 황금을 거론한 기사는 없었습니다.

돈스코이호 촬영 영상, 알고 보니 영화 '타이타닉'?

최근에는 신일그룹이 제작한 돈스코이호 관련 영상의 일부가 영화 '타이타닉'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는 의혹까지 나왔습니다. 또 돈스코이호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는 게 신일그룹 주장이지만, 이미 15년 전 한국해양연구원이 발견했다는 반론도 나왔습니다. 해양연구원 관계자는 15년 전 찍은 함포 영상과 이번에 신일그룹이 공개한 함포 영상을 비교해 공개했습니다. 함포 모양과 주변의 줄, 철제 구조물의 모양이 같았습니다. 신일그룹은 '세계 최초' 발견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금괴의 역사적 기록을 뒷받침한다는 러시아 중장의 이름부터 시작해서, 역사적 문헌의 존재, 뉴욕타임스 등 외신 보도, 신일그룹이 제작한 돈스코이호 홍보 영상, 세계 최초 발견이라는 주장 등 대부분이 사실로 확인되지 않거나, 진위 논란이 벌어진 것입니다. 신일그룹은 결국 26일 기자회견에서, 보물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150조'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했습니다. 현재 확실한 것은 "울릉도 앞바다에 돈스코이호가 가라앉아 있다"는 것 말고 아무것도 없습니다.

싱가포르 신일그룹이 판다는 '신일골드코인', 진짜 가상화폐 맞나?

보물선은 미끼였을까요. 수많은 사람들이 '가상화폐'라는 것을 구입했습니다. 100만 원에서 5천만 원까지 낼 수 있습니다. 신일그룹은 다른 법인이 진행하는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가상화폐 홈페이지 로고에는 '150조 원 보물선 돈스코이호'라고 되어 있고, 홈페이지 이름 자체가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이며, 이 가상화폐 홈페이지에는 지금은 모두 삭제되었지만, 돈스코이호 보물선 얘기가 넘쳐난 적이 있습니다. '다른 법인'이라는 설명은 궁색합니다. 보물선과 돈스코이호는 뗄 수 없습니다.

가상화폐는 그렇다면, 진짜 가상화폐일까요. 이 근본적인 물음이 남아 있습니다. 가상화폐는 물론 실체가 없지만, 가상화폐 기술은 실체가 있어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가상화폐가 아닐 수도 있어 보입니다. 신일그룹이 보물선으로 사람들 속여서 가상화폐 파는 거 아니냐는 보도가 많이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그런 보도들이 가상화폐에 대한 의심을 억제한 측면이 있습니다. 가상화폐는 복잡하고, 구름 같으며, 어렵고, 실체가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가상화폐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요. '백서'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 박성준 교수에 따르면, 보통 가상화폐를 발행하려면 사전에 '백서'를 공개한다고 합니다. 이 가상화폐는 어떤 보안기술을 쓰고 있고, 누가 개발했으며, 앞으로 어떤 규모로 발행할 것이다, 투자자들한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죠. 사람들은 그걸 보고 가상화폐를 살지 말지 결정합니다. 법에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그게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일반적인 절차라는 게 박 교수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최근 국내에서 나온 새로운 가상화폐 아이콘(ICON)의 경우, 검색을 해보면 쉽게 백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신일골드코인, 가상화폐 발행의 일반적인 절차와 '거꾸로'

'신일골드코인'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백서? 그런 거 없습니다. 현금은 지금도 받고 있습니다. 다단계 형태입니다. 누가 투자자를 끌어오면 코인으로 인센티브를 줍니다. 백서를 공개하고 투자를 받는 일반적인 절차와 달리 정반대로, 투자를 일단 받고 백서는 공개 안 하고 있습니다. 백서가 있는데 비공개하는 것인지, 백서가 아예 없는지는 모릅니다. 과거 신일그룹이 신일골드코인 백서를 7월 30일 울릉도에서 공개하겠다는 보도가 난 적이 있는데, 온라인에 pdf 띄워야 하는 일을, 울릉도에서 뭘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백서가 없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가상화폐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신일그룹이 가상화폐 기술력을 갖고 있는지 근거가 전혀 없고, 불투명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신일그룹이 보물선으로 사람 혹하게 만들어서, 가상화폐 팔고 있다는 언론의 비판이 결과적으로 잘못됐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팔고 있는 것은 아예 가상화폐가 아닐 수 있습니다.

백서가 없는 지금 상황에서는, 싱가포르 신일그룹이 파는 것은 가상화폐가 아니라, 일확천금의 믿음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그 믿음을 산 셈입니다. 가상화폐를 샀다고는 하지만, 전자지갑이 없으니, 투자자들끼리 주고받을 수도 없습니다. 물론 환불 따위도 안 됩니다. 수백, 수천만 원을 신일그룹 계좌에 보낸 사람도 지금 신일골드코인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게임머니'만도 못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확정적인 휴지조각만 아닐 뿐, 예정된 휴지조각일 수 있습니다.

● 싱가포르 신일그룹, '유사수신행위' 법망은 교묘히 피해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는 홈페이지에 가상의 거래 그래프를 띄워 놨습니다. 2018년 9월 30일 기준, 그러니까 미래의, 상상의,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는 식의 신일골드코인 가격입니다. 10,000원으로 되어 있는데, 최근까지 100~200원대에 투자자들에게 판매했습니다. 그러니까 신일골드코인 한 개를 100원에 샀으면, 코인 하나당 100배의 수익률을 안겨준다는 '암시'입니다. 이건 이렇게 '암시'만 해야지, '약정'을 하면 유사수신행위로 현행법을 어기게 되기 때문에, 신일 측은 이 그래프 하나만 올려놓은 것 같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이 그래프만 봤을 때 투자자들한테 '약정'까지 한 건 아니어서 유사수신행위로 수사의뢰하기는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법망은 이렇게 피해가고 있습니다. 물론 투자자들한테 원금 보장은 물론이고, 고수익을 돌려주겠다는 취지로 영업을 했고, 그 녹취가 있다면 얘기가 다릅니다.

전문가는 "백서 공개 안 하고 돈 받으면, 이런 게 바로 사기"

이렇게 가상화폐의 기본인 '백서' 공개도 안 하고, 법망을 피한 채, 여전히 투자자들로부터 현금을 챙기는 것. 저희가 취재한 한국블록체인협회 관계자는 "이런 게 사기"라고 했습니다. 백서는 없이, 보물선의 희망으로 투자금을 챙긴 것이죠. 블록체인연구센터장 박성준 교수도 백서를 봐야 한다는 전제를 하면서도, 신일골드코인은 사기성이 짙다고 봤습니다. 한 업체의 신일골드코인에 대한 분석 보고서도 신일그룹은 향후 사기죄로 피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일골드코인, 백서도 없는데 거래소에 상장하겠다?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투자자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송명호 이사장은 "지사장님, 본부장님, 팀장님, 센터장 및 자문위원님"에게 신일골드코인을 보물선과 관계없이 예정보다 앞당겨 상장시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 얘기는, 가상화폐 장사를 보물선과 함께 해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기도 합니다. 송 이사장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잘못된 정보와 시기로 신일골드코인을 폄하하고 모함하고 있다면서, 절대 굴복하지 않고, 이걸 상장시켜서 그들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걸 반드시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핵심 단어는 '상장'입니다. 상장은 모든 투자자가 바라는 것이죠. 이게 상장이 되고 일반인들 사이에서 거래가 돼야, 본인들은 비싼 값에 신일골드코인을 팔아서 차익을 남기고, 발을 뺄 수 있습니다. 주식을 거래소에 등록하는 걸 상장이라고 하는 것처럼, 가상화폐도 거래소에서 팔 수 있게 하는 걸 '상장'이라고 표현합니다. 언론의 의심스러운 눈빛이 계속되고, 투자자들이 동요할 것 같으니, 상장 공언이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내가 이거 사고 팔 수 있도록 해줄게, 조금만 참아라, 라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신일골드코인 상장, 할 수 있을까요? 백서도 없는데? 물론 꼭 백서를 공개해야만 상장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상화폐 시장은 주식시장과도 달라서, 상장 기준도 여러 거래소마다, 또 나라마다 각각 다르다고 합니다. 통일된 기준이 없는 겁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백서 공개도 안 한 가상화폐를 거래량이 많은 주요 거래소에서 받아줄 리가 없다, 상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의 판단입니다. 물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거래소에서 받아줄 가능성은 있고,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도 자체적인 거래소를 만들어서 이걸 상장시키겠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럴 경우에는 상장은 하더라도, 거래량이 터무니없이 적어서 무의미해질 수도 있습니다.

'신일그룹'에서 '신일해양기술주식회사'로…회사 이름도 '세탁'

수심 430m 아래에 보물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역사적 근거라는 건 모두 사실이 아니고, 가상화폐 기술이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업체는 시총 1위 글로벌 가상화폐로 발돋움하겠다고 하고, 주가는 널을 뛰었고, 투자자들은 신일골드코인이 상장이 돼서 누군가 '폭탄'을 떠안지 않는 이상 손해가 예정되어 있고, 상장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고… 신일그룹은 이미지 안 좋아졌다고, 하루아침에 대표를 바꾸고, 회사 이름도 바꾸는 이른바 '세탁'을 했습니다. 보물선 영업은 할 만큼 했겠다, 무슨 기사가 나오든, 앞으로도 속을 사람은 속는다, 라고 그들은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자료 조사: 신혜연 인턴기자) 

박세용 기자psy05@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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