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비대위원장 행보에 아리송한 한국당 의원들

송민섭 2018. 7.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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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인지, 적군인지 잘 모르겠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보수정당 '거듭나기'에 몰두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한 재선의원 이야기다.

그는 당 수습과 쇄신을 목적으로 김병준 혁신 비상대책위원장이 왔는데, 김 위원장의 최근 행보를 지켜봤더니 '원조 친노(친노무현)' 이야기를 하는 건지, 한국당이 지향해야 할 가치 또는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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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인지, 적군인지 잘 모르겠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보수정당 ‘거듭나기’에 몰두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한 재선의원 이야기다. 그는 당 수습과 쇄신을 목적으로 김병준 혁신 비상대책위원장이 왔는데, 김 위원장의 최근 행보를 지켜봤더니 ‘원조 친노(친노무현)’ 이야기를 하는 건지, 한국당이 지향해야 할 가치 또는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문기자
28일 한국당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지난 1주일여 행보에 대한 뒷말이 상당하다. 상당수는 당이 지방선거에서 궤멸에 가까운 유권자 심판을 받은 만큼 김 위원장과 같은 외부 인사를 통해서라도 혁신에 나서는 게 맞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제시한 자유시장 및 분권주의가 과연 맞느냐는 항변도 나온다.

대표적인 게 김 위원장의 오는 30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방문이다. 참여정부 정책실장 출신의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와 비공개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김용태 사무총장과 김선동 여의도연구원장, 홍철호 비서실장 등 한국당 비대위 지도부가 김 위원장을 수행한다.

비대위 체제이긴 하지만 한국당 당직자들이 봉하마을을 찾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다. 한 비대위원은 “(김 위원장이) 비대위 출범과 함께 전직 대통령들 묘역을 모두 참배했는데 굳이 노 전 대통령 묘역만 제외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봉하마을 방문이 ‘쇼’처럼 비치지 않기 위해 비공개로 진행하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한국당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된 김 위원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정부가 초중고교 내 자판기에 카페인 음료 판매를 금지(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특별법)한 것을 두고 ‘국가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엄연한 사생활 영역인데 왜 국가가 나서느냐는 차원의 문제제기였다. ‘참여정부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날 더불어민주당 측은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주의자다? 고매하신 행정학자 맞으신가요?”(김상희 의원) “노 전 대통령 얘기 안 하시는게 그쪽(한국당) 분들에 대한 예의 아니겠습니까?”(손혜원 의원) 등의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한국당 내에서도 김 위원장의 ‘노무현 정신’ ‘문재인 대통령’ 언급에 대한 쓴소리는 많았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의 왼팔 격이었던 김병준 청와대 정책위원장을 우리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모셔와서, ‘우리의 잘못을 고쳐 주십시요’ 하며 엎드려 있다”고 적었다. 노무현 비판은 한마디도 없고 노무현 찬송가만 부르고 있다는 얘기다. 김 전 지사는 “우리당을 노무현 정신을 따르는 참다운 노무현 정당으로 혁신하는 것이 김병준 혁신위원장의 목표입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 뿐 아니다. 한국당 한 원외 인사는 기자와 만나 “김 위원장은 참여정부 정책실장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에 대해 ‘우월의식’과 ‘컴플렉스’를 동시에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보수정당의 가치 및 방향 정립만 신경쓰면 됐지 왜 쓸데 없이 민주당과 척을 지느냐는 지적이었다.

이런 인식은 한국당 최대 계파인 친박(친박근혜)계에서 공감하는 바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박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기존 ‘평화 대 수구’ 프레임을 지금 ‘국가주의 대 시장경제’로 바꾸고 (한국당의) 대결 상대로 민주당이 아닌 문 대통령을 직겨냥한 것은 적절해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김 위원장 최근 행보가 우리 당을 살리자는 건지, 문 대통령과 ‘노무현 적자(嫡子)’ 경쟁을 벌이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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