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잇단 영장기각..'특별재판부' 도입 목소리 나온다

윤진희 기자 2018. 7. 28.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선법관들 "올바른 판결 내려도 국민 못 믿을 것"
재판부 구성은 외부 임용과 현직 법관으로 엇갈려
박병대 전 대법관(왼쪽) 양승태 전 대법원장(가운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오른쪽)©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과 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발부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법원이 지난 21일과 24일 그리고 27일 세 차례에 걸쳐 검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하자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국민들도 법원을 향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심지어 일선 법관들 사이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영장기각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법농단 영장심사와 1·2심 등 사실심 심리를 위해 특별재판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선법관들은 국민의 법원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여서 어떤 결론이 나와도 공정성을 의심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더욱이 심판 대상이 법원 자체의 위법행위이고, 재판 당사자 역시 모두 법관 신분이었던 터라 법원이 '자기재판'을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이유도 특별재판부 도입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재경지법 소속의 A 판사는 "법원이 조직적으로 행한 위법행위에 관한 문제이고 법원 사람들이 피고인인 사건이기 때문에 재판부가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하더라도 그 결과는 논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법원 소속의 B 판사는 "아무리 공정하게 재판을 하려 해도 이미 법원 울타리 내에 있는 사람들이 재판을 하게 되면 공정성 시비는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C 판사는 "법원이 저지른 잘못을 놓고 법원이 재판을 하는 것이니 자기가 자기에 대해 재판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이라면 심리를 맡게 될 재판부가 공정하게 재판을 해 무죄판결이 내려지더라도 후유증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C 판사는 또 "특별재판부든 무엇이든, 이름을 어떻게 부르든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법관사회 내에서도 특별재판부에서 사건을 심리하게 될 재판부 구성 방식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정성 담보를 위해 '특별검사'와 같이 법률상 법관으로 입용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법조인으로 특별재판부를 꾸려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한다. 반면 일부 판사들은 법, 제도적 한계와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현직 법관들로 특별재판부를 꾸려야 한다고 제안한다.

◇피의자들과 수십년 인연…재판 담당할 판사 선택도 어려워 사법농단 사건의 관할법원은 서울중앙지법이다.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사건을 심리하는 형사합의부는 총 13개로 39명의 판사가 근무 중이다.

자신이 속한 법원의 조직적 위법행위와 선배판사를 재판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특별재판부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재판을 담당할 만한 판사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은 모두 수십년 판사생활을 한 사람들이다. 다수 판사가 이들과의 ‘근무인연’ 등 연고관계가 있다. 공정한 재판의 외관을 형성하기 위해 학연과 지연이 있는 판사들도 재판에서 배제할 경우 사법농단 사건 재판을 담당할 수 있는 판사 수는 현저히 줄어든다.

이뿐만이 아니다. 법원행정처로부터 사찰을 받거나 법원 내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으로 탄압 대상이 됐던 판사들은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제척’될 개연성이 높다. 형사소송법 17조 1호는 ‘법관이 피해자인 때’를 제척사유로 보고 해당 법관을 관련 재판의 직무집행에서 배제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래서 문제 해결방안의 하나로 ‘특별재판부’가 언급되고 있다. 물론 법원이 자체적인 사무분담 조정을 통해 재판부를 구성해 사법농단 사건관할인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하도록 하는 방법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재판부 구성의 ‘임의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런 저런 상황을 고려할 때 ‘특별재판부’ 도입이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특별재판부 도입을 위한 특별법 입안 움직임이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특별재판부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사법농단 사건) 영장심사를 하는 판사도 좀 다른 방식으로 구성하고, 기소 이후에 심리를 진행할 재판부도 다른 식으로 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위헌소지를 제거하기 위해 법원 내에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사법농단 사건 관할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내에 특별재판부를 꾸리고 해당 재판은 국민참여 재판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오는 30일 특별재판부 도입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정회 성격의 토론회를 갖고 늦어도 8월 초에는 특별재판부 도입 관련 특별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jurist@news1.kr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