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善이라 믿은 이들의 惡 묘사한 작품"

김현진 기자 입력 2018. 7. 30. 14:37 수정 2018. 7. 3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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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신작 '해리' 출간 간담
"맞고 있는 여자 구하려한 행동
이재명 스캔들 개입 후회 안해"
소설가 공지영이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해리’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우리가 쉽게 선(善)과 정의라고 믿은 사람들에 대한 악(惡)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공지영 작가는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작 장편소설 ‘해리 1·2’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악에 시선을 집중하게 된 것은 민주주의가 후퇴하게 된 ‘이명박근혜’ 9년 동안 주변에서 목격한 악이 1980년대나 그 이전에 있었던 단순함과는 굉장히 달라졌다고 느꼈다”며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재벌과 가진 자의 횡포가 극심해진 사회에서는 간단한 말로 얼마든지 진보와 민주주의의 탈을 쓸 수 있고, 그런 탈을 쓰는 것이 예전과 다르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일찌감치 체득한 사기꾼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며 소설을 쓰게 된 배경을 밝혔다.

‘도가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으로 사회 문제에 긴밀히 관심을 갖고 소설로 형상화해온 공 작가는 신작에서도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들춰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주목한 것은 ‘거짓말’이다. 공 작가는 “악인들의 공통점은 극한으로 밀어 붙여졌을 때조차 끝없이 거짓말을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소설의 제목도 ‘거짓말’로 하고 싶었지만 흔해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대신 붙여진 ‘해리’라는 제목은 다중인격장애를 뜻하는 ‘해리성 인격장애’에서 딴 것이다. 이는 수많은 인격들이 튀어나오는 정신병적인 현상을 의미하는 말로, 공 작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느 정도 그런 증상이 내재돼 있는 만큼 제목을 쓰는데 차용했다”고 밝혔다.

공 작가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배우 김부선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스캔들을 폭로하고 김 씨를 옹호하는 입장을 표명한 일에 대해 그는 “벌거벗은 임금을 보고 ‘벌거벗었네?’ 하고 말하는 어린아이 같은 저의 어리석은 성격 때문”에 입을 닫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신작이 나오기 전에 얘기를 꺼내 기존 팬들이 돌아서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맞고 있는 여자를 봤는데 책을 내고 그 여자를 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서 그렇게 행동했다”고 밝혔다.

신작 ‘해리’는 올해 등단 30주년을 맞은 공지영 작가가 5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로, ‘도가니’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공 작가는 “우연히 맞딱드리게 된 사건의 영향을 받아서 마음먹고 취재를 오래 했다”며 “여기에 대부분 나온 이야기들은 놀랍게도 거의 다 실화로, 지난 5년 동안 수집했던 실화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서 짜깁기했다”고 밝혔다.

소설은 ‘무진’에서 자란 주인공 ‘한이나’가 고향에 내려갔다가 우연히 어떤 사건과 피해자들을 만나게 되고 그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악의 실체를 마주하는 이야기다. 소설에서는 악한 인물들이 겉으로는 선한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한다. 천주교 신부 ‘백진우’는 입으로는 온갖 사회 정의를 부르짖지만, 알고 보면 어린 소녀와 젊은 여성들에게 성폭력을 가하고 장애인 봉사 단체를 내세워 사람들에게서 돈을 받아 자신의 부로 축적한다. 그의 옆에 있는 여성 ‘이해리’는 불우한 성장 과정을 내세워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일으키고 장애인 봉사 단체를 운영한다. 하지만 뒤로는 사람들에게 ‘봉침’을 놓는 등 기이한 수법으로 약점을 잡아 돈을 갈취한다. 이해리는 특히 페이스북을 이용해 자신의 선하고 가련한 이미지를 만들어 퍼뜨린다.

공 작가는 “21세기 들어서 위선과 사기의 가장 중요한 도구로 SNS가 쓰인다고 설정하고 페이스북을 선택했다”며 “페이스북을 통해서 악들이 자기 이미지들을 세탁하고 거짓말을 하면 무고한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그것에 속아 넘어가는 행태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책에는 페이스북 형태의 삽화가 들어가 더욱 사실감을 높였다.

공 작가는 “앞으로도 쓰고 싶은 소설이 많다. 공상과학, 사랑이야기, 고려에 관한 소설을 쓰고 싶다”며 “언제까지 활동할지 모르지만 내 안의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고 싶다. 10년 후 내 모습은 또 다른 식으로 변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소설가 공지영이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해리’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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