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청와대, 시민과의 대화 연출 논란두고 '언론 탓'

박세환 기자 2018. 7. 30. 15:18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앞뒤 안맞는 해명 논란일 듯

청와대가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광화문의 한 호프집에서 시민들과 만난 것을 두고 ‘연출’ 논란이 불거지자 ‘침소봉대’라고 지적했다. 간담회 참석자 중 한명이 과거 문 대통령과 만난 인연이 있는 것을 두고 언론 등이 전체 행사를 폄하하는 의도적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청와대 차원에서 애초 시민과의 깜짝 만남을 강조했고, 야당의 지적이 이어지자 뒤늦게 해명한 뒤에 언론 탓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30일 청와대 SNS 라이브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26일 만남과 관련, “연출이 들통났다거나 의도적으로 거짓말했다는 것은 한 명의 취업준비생 때문이었다”며 “이 청년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깔끔하게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이는 취업준비생 배준씨다.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3월, 문 대통령은 한 뉴미디어 채널의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취업준비생 배씨와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청년들을 위로하기 위해 고시생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노량진의 한 빨래방에 깜짝 등장해, 배씨와 함께 빨래를 하고 같이 소주도 마셨다.

고 부대변인은 “그 청년이 아직까지 취업을 하지 못해서 취준생으로서 고충이나 어려움 이야기하고자 (26일) 자리에 참석했다”며 “그런데 한 사람 참석을 가지고 전체를 다 연출했다고 하는 것은 침소봉대가 아닌가, 의도적 흠집내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어떤 질문할 지 알고 있고, 그에 대한 답변도 준비해서 그 각본에 맞춰서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것을 연출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고 부대변인은 “이날의 모든 일정은 공개로 진행됐으며, 참석자 중 어느 누구도 정해진 질문이나 답변 없이 진행됐다는 것은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이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연출 논란과 관련해 언론에 사실상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고 부대변인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언론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는 어릴 때부터 글쓴이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연습을 했다”며 “대통령이 왜 이런 만남을 가졌고 그 만남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했는지를 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악화일로인 경제 지표를 타개하기 위해 허심탄회하게 시민을 만나는 자리였다는 의미를 봐야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청와대의 ‘방식’이 좋은 ‘의도’마저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간담회 하루 뒤인 27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어젯밤 호프집에서 만난 청년은 지난해 문 대통령과 시장통에서 소주잔을 기울인 바로 그 청년”이라면서 “세상이 좁은 것인지 아니면 탁현민 행정관의 기획력이 탁월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까지 이런 쇼통으로 국민들의 마음만 가져가려고 하는 것인지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의 비판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뒤늦게 ‘컨셉’이라는 표현을 썼다. 청와대 관계자는 “배씨는 간담회 참석자 가운데 유일하게 문 대통령을 만난다는 것을 알고 온 친구”라면서 “현장에서 만났던 국민들과 다시 만남을 이어가면서 달라진 사연을 청취하는 컨셉이다. 앞으로도 이런 컨셉은 이어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이 문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배씨에게 사전에 연락해 참석을 조율했다고 한다.

다만 청와대는 행사 전 브리핑에서 모든 참석자가 대통령과의 만남을 모르고 온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오전 “행사 시작 직전에 참석자에게 대통령이 온다고 공지를 할 것”이라며 “참석자들은 정부부처 관계자를 만나러 온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루 뒤인 27일 이 관계자는 “(배준 씨가 대통령이 간담회에 오는것을 알고 참석했다는 것을) 저는 진짜로 몰랐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내부 부서 간의 의사 소통에 문제가 있던 셈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연출 논란이 불거진 것은 애초 청와대에서 말을 바꿨기 때문”이라며 “참석자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애초에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청와대가 문제인데 언론 등 남탓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