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부자 증세 → 서민 감세' 기조..'일자리' 빠진 개편안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번째 세제개편안이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을 통한 ‘부자 증세’ 기조였다면 2018년 세제개편안에는 ‘서민 감세’ 방안이 다수 담겼다. 최저임금 인상 등을 주축으로 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자영업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등의 후유증을 낳게 되자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조세지출 확대를 통해 소득주도성장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잘 풀릴까… 3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51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
◆소득재분배 초점 맞춘 세제개편, 재정에 부담
서민감세에 초점이 맞춰진 세법 개정으로 향후 5년간 서민·중산층은 2조8254억원, 중소기업은 3786억원가량의 세부담이 줄어든다. 어느 정도의 소득재분배 대책은 필요하지만 향후 세수 확보 대책을 통해 재정 악화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근로장려금(EITC), 자녀장려금(CTC) 확대로 요약된다. 근로장려금은 지난해 1조2000억원(166만가구) 규모에서 내년부터 3조8000억원(334만가구) 규모로 3배 넘게 확대된다. 자녀장려금도 지난해 106만가구에서 111만가구로 대상이 늘고, 지급액도 56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으로 4조7000억원의 조세가 지출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근로장려금 확대 정책이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나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 등과 비교해 맞는 방향이지만 경제활성화로 이어질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로장려금 확대 정책 등이 분배에 대한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장기적으로 거시경제에 얼마나 긍정적 효과를 미칠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근로장려금 확대로 고용은 늘겠지만 세금을 그만큼 많이 지출하면서 정부 부채가 많아지고 이자율이 올라가고 투자가 안 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종부세, 임대소득 과세… 노령 은퇴자 직격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주택 임대소득 과세 등으로 노령 은퇴자들의 부담이 늘게 됐다.
종부세 개편은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인상하고, 6억원을 초과(1가구 1주택자는 9억원)하는 고가주택에 구간별로 0.1∼0.5%포인트까지 세율을 인상한다.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는 종부세율을 0.3%포인트 추가 과세키로 하면서 총 34만9000명에게 7422억원을 더 걷는다. 주택 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인 미등록 임대사업자는 내년부터 등록사업자보다 최대 105만원의 주택 임대소득세를 더 내야 한다. 정부 추산 740억원가량의 세수효과가 기대된다. 월세 수입자와의 과세형평을 위해 내년부터 임대보증금 과세를 하지 않는 소형주택의 규모를 현행 3억원·60㎡ 이하에서 2억원·40㎡ 이하로 축소하는 내용도 담겼다. 임대소득에 의존하는 노령 은퇴자들은 근로장려금 혜택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의 피해자로 남게 됐다.
김동연(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51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다만 정부가 내놓는 혁신성장 대책이 여전히 추상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혁신성장의 구체적인 내용이 보이지 않는 것은 정부가 아직 무엇을 혁신성장으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해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며 “분야를 막론하고 R&D 투자를 늘린다고 해서 무조건 혜택을 주기보다 확실히 혁신을 보이는 기업에 대해 선별적인 혜택과 조세감면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김라윤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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