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가만난세상] 법조계의 '위원회 전성시대'

장혜진 2018. 7. 30. 23:2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법조인이 던진 말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법원과 검찰에 수많은 위원회와 조사단이 등장했다.

아무래도 법원과 검찰 내 기존 인물들로는 새 정부의 강력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뒷받침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각종 위원회 신설로 이어졌을 것이다.

검찰과 무관한 외부인사들이 대거 위원으로 참여한 다른 위원회가 검찰과 관련해 내린 중요 결정이 잘못됐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위원회가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 건가요?”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법조인이 던진 말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법원과 검찰에 수많은 위원회와 조사단이 등장했다. 바야흐로 ‘위원회 전성시대’다. 검찰출입 기자들조차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와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는 뭐가 다른 것이냐”고 고개를 갸우뚱할 때도 있었다. 
장혜진 사회부 기자

어디 그뿐이랴.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와 성희롱·성범죄대책위원회, 대검 수사심의위원회도 있다. 위원회는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독립적 성격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 등이 꾸려졌다. 기존 검찰조직이 수사해도 충분할 것을 굳이 별개 기구를 꾸렸다.

법원에서는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가 출범했다. 앞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조사한 것도 진상조사위원회처럼 별도로 만든 특별 조직의 몫이었다.

아무래도 법원과 검찰 내 기존 인물들로는 새 정부의 강력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뒷받침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각종 위원회 신설로 이어졌을 것이다. 현 정부의 위원회 예찬론자들은 “위원회는 관료제 조직이 갖고 있는 문제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며 “전문성과 객관성을 지닌 외부인사들이 대거 위원으로 참여해 투명하고 공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법적으로 위원회 역할은 ‘자문’에 그쳐야 한다. 요즘 위원회 의결 사항은 대법원장이나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박상기 법무장관만 해도 각종 위원회 권고안에 대해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고 그렇게 해왔다.

문제는 힘이 세진 위원회가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 때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다. 강원랜드 수사단장인 양부남 검사장은 수사 과정에서 문무일 검찰총장과 이견이 생기자 이른바 ‘항명성’ 보도자료를 냈다. 검찰 안팎으로 커다란 갈등과 파장을 일으켰다. 그런데 수사단이 권성동 의원을 상대로 청구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해 법리상 의문점이 있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검찰 안팎에서 ‘수사단장 책임론’이 비등했지만 묵묵부답이다.

그나마 수사단은 검찰조직의 일부다. 검찰과 무관한 외부인사들이 대거 위원으로 참여한 다른 위원회가 검찰과 관련해 내린 중요 결정이 잘못됐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요즘 법원·검찰의 각종 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외부인사들은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물 일색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3가지

키워드 중 해당 사항이 하나도 없으면 위원회 근처에 얼씬도 못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를 바 없는 구조로 ‘투명하고 공정한 의사결정’이라는 위원회의 장점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 권한만큼 책임감도 강한, 그러면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위원회를 기대해본다.

장혜진 사회부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