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디지털프리즘]화웨이 포비아

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2018. 7. 31.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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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통신장비기업 화웨이가 뜨거운 감자다.

국내 이통사들이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화웨이 통신 장비 도입을 검토하면서부터다.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이통사를 불매운동하겠다고 벼르는 소비자가 한둘이 아니다.

사실 화웨이가 두려운 건 통신장비에 감췄을지 모르는 백도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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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통신장비기업 화웨이가 뜨거운 감자다. 국내 이통사들이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화웨이 통신 장비 도입을 검토하면서부터다. 이통사들 말을 종합하면 화웨이는 파격적인 가격 조건을 내걸고 있다. 성능 면에서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굳이 화웨이 장비를 살 마음이 없더라도 상관없다. 끝까지 협상 테이블에 앉혀놓는 게 다른 장비 제조사들과의 협상에서 유리하다. 꽃놀이패다.

복병은 국민 정서다.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이통사를 불매운동하겠다고 벼르는 소비자가 한둘이 아니다. 화웨이를 중국의 스파이 혹은 5G 시대 점령군처럼 여긴다. 미국에서 제기한 ‘스파이 백도어(몰래 숨겨둔 해킹 프로그램)’ 의혹에 사드 보복조치 이후 깊어진 반중 감정까지 겹쳤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세계 첫 5G 상용화를 공언해왔던 정부도 좌불안석이다. 기업의 통신장비 선택에 정부가 개입하는 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어서다. 국가 간 통상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예상치 못했던 소비자 정서에 놀라긴 이통사도 매한가지다. 급기야 주무부처 장관과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가 만나 5G 서비스를 한날한시에 시작하겠다고 합의했다. 촌극이 따로 없다. 대체 화웨이가 뭐라고.

냉정하게 보면 우리사회에 일고 있는 화웨이 논란은 과도하다. 사실 화웨이가 두려운 건 통신장비에 감췄을지 모르는 백도어가 아니다.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진실들을 자꾸 들춰내고 있어서다.

우선 현실로 다가온 차이나쇼크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중국 기업을 ‘따라쟁이’ 쯤으로 여긴다.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경쟁자인데도 말이다. 화웨이가 딱 그렇다.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를 제치고 지난해 세계 넘버원 통신장비 회사로 도약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애플을 따돌리며 삼성에 이어 2위다. 올들어 일본 자급제 스마트폰 시장에선 5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매년 전체 매출 15%가량을 R&D 비용에 투자하며 기술확보에 다걸기한 결과다. 여전히 화웨이를 ‘싸구려’ 회사로 바라보는 상당수 국민들 인식은 현실에 천착하지 않은 판단일 수 있다. “성능까지 좋다”는 국내 이통사 CEO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AI)이나 핀테크 등 첨단 분야는 이제 한국이 중국의 추격자다.

불편한 진실은 또 있다. 일그러진 우리 IT 산업의 현주소다. 2000년대 초반 우리는 관(官) 주도 붐업 정책에 힘입어 ‘IT강국’ 칭호까지 얻었다. 아직도 인터넷 보급률과 전송속도에선 세계 랭킹 1~2위를 다툰다. 하지만 최고수준 인프라에 걸맞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SW) 기업은 아직 없다. 네이버와 엔씨소프트 등 일부 인터넷·게임 기업들이 선전할 뿐이다. 글로벌 IT기업들에게 대한민국은 그저 ‘소비강국’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 주도로 세계 첫 상용화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이동통신 기술 실익은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퀄컴이 가져갔다. 한국 통신사들이 수조원씩 투자한 빵빵한 인터넷망 최대 수혜자는 구글 유튜브와 페이스북이다. 그런데도 세금 한푼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재주 부리는 곰 신세다.

이 때문에 내년 3월 세계 첫 상용화되는 5G 시대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화웨이가 그 과실을 거둬갈 것이라는 걱정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세계 최초’ 타이틀 경쟁보다 중요한 것이 생태계 전략이라고 말했다. 지당한 말이다. 5G 콘텐츠, 장비 산업이 함께 커야 한다. 5G 소비강국이 아닌 5G 생산강국이 돼야 한다는 것. 화웨이 논란이 우리 사회에 던진 가장 명료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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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sain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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