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엔 서울서 LA까지 50분?..부활하는 '콩코드'

박용필 기자 입력 2018. 7. 31. 06:00 수정 2018. 7. 3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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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영국 브리티시 항공 소속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2003년 10월24일 마지막 비행을 마치고 영국 런던 히드로 국제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콩코드의 오류’라는 말이 있다.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그간 투자한 게 아까워 사업을 중단하지 못하는 ‘매몰 비용의 오류’를 뜻한다.

세계 최초의 상용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는 개발 단계에서 이미 실패가 예견됐다. 비용 대비 경제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간 투입된 1조원이 넘는 개발 비용이 아까워 사업은 강행됐다. 결국 채산성은 콩코드의 발목을 잡았고, 2003년 운항이 중단됐다. 첨단기술이 사업 성공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는 교훈도 남겼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콩코드의 후손들이 속속 잉태되고 있다. 채산성을 달성할 기술과 환경이 조성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 ‘10년 내 초음속 여객기 시대로’ 미국의 항공 스타트업 붐 슈퍼소닉은 2025년 초음속 여객기의 상용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제기 ‘XB-1’을 제작 중이며 내년부터 시험 비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최종 목표는 55명의 승객을 태우고 마하 2.2(시속 2335㎞)의 속도로 비행하는 것이다.

실현되면 미국 뉴욕에서 영국 런던까지 2시간30분 안에 날아갈 수 있다. 기존 여객기(6시간10분)의 40% 수준이다. 블레이크 숄 붐 슈퍼소닉 최고경영자(CEO)는 “항공 산업에서 기업가 정신의 르네상스”라고 했다.

미국의 또 다른 스타트업인 에어리언슈퍼소닉도 AS-2로 명명된 시제기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F-35, F-22, SR-71 등 초음속 군용기 개발 경험이 풍부한 록히드마틴과의 제휴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26년까지 12명의 승객을 태우고 마하 1.4의 속도로 비행하는 상용 여객기를 내놓는 게 목표다.

스파이크에어로스페이스사가 개발 중인 S-512도 2025년까지 12~18명의 승객을 태우고 마하 1.6의 속도로 승객을 실어나르는 것이 잠정 목표다.

초음속을 넘어 극초음속 여객기 개발도 시작됐다. 보잉은 2030년 출시를 목표로 마하 5로 비행이 가능한 극초음속 여객기 개발에 착수했다. 서울에서 LA까지 50분 안에 갈 수 있는 속도다. 중국도 베이징에서 뉴욕까지 2시간 내 비행할 수 있는 민간용 극초음속 비행체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차세대 초음속 여객기 시장에서의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종 난제들을 극복하려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붐슈퍼소닉사가 개발 중인 차세대 초음속 여객기 시제기 XB-1. 붐슈퍼소닉 홈페이지

■ 콩코드는 예견된 실패 여객기라 해도 초음속 비행 자체는 어려운 게 아니다. 상용 초음속 여객기는 이미 40년도 더 전에 등장했었다. 1976년 취항했던 영국과 프랑스의 합작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다. 성능도 현재 개발 중인 기체에 뒤지지 않는다. 최고속도는 마하 2.04에 달했으며 승객 수도 92~128명이었다. 그러나 2003년 운항이 중지됐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음속을 돌파하는 데엔 큰 힘이 필요하다. 돌파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음속을 넘는 속도에서는 공기가 액체처럼 작용해 지속적인 항력을 발생시킨다. 이는 대형 비행기에서 특히 심해진다. 연료 소모가 심할 수밖에 없다. 당시 콩코드의 연료 소모율은 보잉 747기의 6배에 달했다. 반면 가느다란 동체 탓에 승객 수용 한도는 3분 1 수준이었다. 운임이 비쌀 수밖에 없었다. 당시 콩코드의 운임은 일반 여객기 퍼스트클래스 가격의 4배에 달했다. 미국과 유럽을 잇는 대서양 노선 이외에선 승객이 10여명 수준이었다.

소닉붐(음속 돌파 충격파)도 문제였다. 지상에서는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민원이 빗발쳤다. 미국은 자국 영토 상공에서 초음속 비행을 금지시켰다. 바다로 나갈 때까지 초음속에 돌입하지 못했고, 복선화가 덜 된 고속철 같은 신세였다.

이 같은 문제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예견됐었다. 그러나 강행됐다. 콩코드 개발이 시작된 1960년대는 미국과 소련 간의 우주개발 경쟁이 정점에 이른 시기였다. 미국이 우주에서 소련과 달 탐사 경쟁을 벌였다면 프랑스와 영국은 대기권에서 소련과 초음속 여객기 개발 경쟁을 벌였다. 채산성 문제가 대두됐지만 이미 10억달러 이상의 개발비가 들어간 뒤였다. 1968년 12월 소련이 세계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 ‘투폴레프(Tupolev) TU-144’의 시험 비행에 성공하자, 프랑스와 영국은 ‘최초의 상용화’ 타이틀이라도 거머쥐려 했다. 목표를 이뤘지만 채산성 문제는 극복되지 못했다. 콩코드는 결국 2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투폴레프는 상용화 1년 만인 1978년 운항이 중지됐다.

에어리언슈퍼소닉사가 개발 중인 차세대 초음속 여객기 AS2. 에어리언슈퍼소닉 홈페이지

■ “채산성·소음 문제 극복될 것” 1세대 초음속 여객기들을 퇴장시켰던 난제들은 하나둘 극복되고 있다. 높은 운임의 원인이었던 극악의 연료 소모율은 이미 상당부분 극복됐다.

개발 중인 시제기들은 콩코드에 사용됐던 터보제트 엔진이 아닌 터보팬 엔진을 사용할 예정이다. 터보팬 엔진은 터보제트에 비해 연비와 추력이 우수하다. 이미 사용 중인 엔진이라 안정성도 높다. 업체들은 흡기 방식을 개선하고, 항력을 줄이는 동체 디자인을 적용해 연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소닉붐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자신감을 보인다. 에어리언슈퍼소닉사와 제휴한 록히드마틴은 올 초 미 항공우주국(NASA)과 2억4800만달러 규모의 X-59 QueSST(Silent Supersonic Technology)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글자 그대로 ‘조용한 초음속기’인 이 비행기는 5만5000피트 상공에서 마하 1.42의 속도(시속 1512㎞)로 날면서 지상에는 자동차 문 닫는 소리 정도의 소음만 전달한다.

비행기 앞부분과 날개 끝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충격파가 서로 부딪치면서 증폭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충격파를 분리·유지시키는 동체 디자인을 실험 중이다. 이 기술은 자국 영토 상공에서의 초음속 비행을 금지하는 각국의 규제를 푸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스파이크에어로스페이스사가 개발 중인 차세대 초음속 여객기 S-512. 스파이크에어로스페이스 홈페이지

■ ‘소수의 시간’ 위한 대가는 여전히 비쌀지도… 업체들은 초음속 여객기의 운임을 현재 비즈니스클래스 정도의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항공기 이용자 40억명 중 12%인 4억8000만명가량이 비즈니스클래스를 이용했다.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시장성은 있다고 본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신흥국을 중심으로 항공 여객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대서양 노선뿐 아니라 태평양 노선에서의 전망도 나쁘지 않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초음속 여객기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해도 난관은 남는다. 대기 오염 문제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초음속 제트기는 일반 항공기보다 5~7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초음속 여객기는 또 항력을 줄이기 위해 일반적인 비행 고도보다 높은 고도에서 비행한다. 고고도에서의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는 저고도에서보다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친다. 항공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이미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콩코드처럼 그 후손들도 진짜 난관은 ‘초음속 비행 기술’ 자체가 아닌 다른 곳에 있는 셈이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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