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법농단' 최초 증언 이탄희 판사 문건은 미공개, 왜?

2018. 7. 3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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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사법농단 관련해 추가공개한 196개 문건 중 비공개된 이탄희 판사 관련 문건에, 양승태 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관련 부당한 압력을 인지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처는 해당 문건에 대해 '통신 비밀 보호'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반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 판사를 '감정적'인 인물로 묘사한 문건은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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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탄희 판사 행정처 근무 거부 경위 관련
임효량 당시 기획조정실 심의관 작성 문건
"행정처, 인권법연구회 타깃 조처..
이 판사 발령도 연구회 힘 빼려는 것"
이 "사법행정이 사법 끌고가면 안돼"
대법원, 임종헌 '거짓해명' 문건만 공개

[한겨레]

대법원 특별조사단 단장이었던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회의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31일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사법농단 관련해 추가공개한 196개 문건 중 비공개된 이탄희 판사 관련 문건에, 양승태 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관련 부당한 압력을 인지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처는 해당 문건에 대해 ‘통신 비밀 보호’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반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 판사를 ‘감정적’인 인물로 묘사한 문건은 공개했다.

지난해 3월 임효량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제1심의관이 작성한 ‘이탄희 판사 관련 내용 정리’ 문건에는 지난해 정기인사에서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발령받았던 이 판사가 사직을 결심하게 된 구체적 경위가 담겨 있다. 이 판사는 당시 행정처가 평소 제왕적 대법원장 등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국제인권법연구회(연구회)를 와해하기 위해 ‘전문분야연구회 중복가입 금지조치’(금지조치) 등 부당한 공작을 벌여온 것을 확인한 뒤 행정처 근무를 거부했다. 이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촉발됐다.

이 문건에 따르면, 지난해 2월15일 박찬익 당시 사법지원총괄심의관(현 변호사)은 임 심의관에게 전화해 “이 조치는 결국 연구회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통화 직후 이 판사가 “이규진 양형실장이 ‘내 추천으로 (이 판사가) 기조실 오게 된것’, ‘금지조치는 연구회와 무관하다고 회원들에게 잘 설명해달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고 한다. 임 심의관은 또 “금지조치는 연구회를 타깃으로 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며 “(행정처에) 관련 보고서가 있다는 이야기도 (이 판사에게) 한 것 같다”고도 문건에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판사의 행정처 발령이 연구회를 ‘무력화’하려는 목적임을 의심하는 대목도 있다고 한다. 임 심의관은 “나도 박병대 대법관 배석이었다는 이유로 행정처에 온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이번에 연구회 소속 판사들 상당수가 좋은 보직 받았는데, 금지조치와 같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며 “핵심 인물은 끌어들이고, 연구회는 힘빼려는 것 아닌가”고도 했다고 한다. 이에 이 판사가 “사법행정이 사법을 끌고 나가선 안된다”고 답했다는 내용도 문건에 담겨 있다고 한다.

이 문건에는 이 판사가 임 전 차장, 이규진 상임위원 등으로부터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부당한 요구를 받은 뒤 괴로워하다 지난해 2월17일 사직서를 내게 된 경위를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 시간순으로 정리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행정처는 이날 “이 판사 사직서 제출을 전후해 여러 명의 판사와 대화, 전화통화, 문자메시지, 메일 등을 주고받은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통신비밀보호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비공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임 심의관의 ‘복기’ 형식으로 돼 있기 때문에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여지가 적은데도 이같이 결정한 것을 두고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법원 안팎에서 쏟아졌다.

반면 행정처는 임 전 차장의 경위서는 전문을 공개했다. 임 전 차장은 지난해 3월 행정처에 낸 경위서에서 “이 판사가 왜 연구회를 와해시키려고 하느냐고 항의조로 말했다”, “이 판사는 사법정책연구원 부임을 권유하는 취지의 의사타진에 감정이 극도로 격앙된 상태로 반발했다”며 이 판사가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처럼 묘사했다. 또 “중복가입 해소(금지)조치는 특정 학회 활동 견제 및 특정 세미나 발표에 대한 연기, 축소 압력과는 아무런 상관없다”며 “예규 위반 상태가 더 심화되기 전에 이를 바로잡기 위한 목적에서 시행된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법원 자체조사단은 “중복가입 해소조치는 연구회를 겨냥한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결론내렸다.

특히 임 전 차장 경위서에는 이 판사가 사직서 제출 다음날 임 전 차장에게 보냈다는 문자메시지도 담겨 있다. ‘통신비밀보호’의 필요성이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인데도 행정처가 자의적 기준으로 ‘선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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