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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만원 갤럭시와 81만원 아이폰의 차이

이균성 총괄 에디터 입력 2018.08.01. 14:36 수정 2018.08.0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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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칼럼]프레임 주도 싸움에 관하여

(지디넷코리아=이균성 총괄 에디터)2분기가 끝나자 애플은 웃고 삼성은 울었다. 반도체를 빼고 폰 사업만 놓고 보면 그랬다. 애플은 순이익이 전년대비 40% 늘었지만 삼성은 영업이익이 34% 줄었다. 삼성은 애플보다 3천만대나 더 팔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졌다. 가격 때문이다. 애플은 대당 81만원에 4천100만대를 팔았고 삼성은 7천150만대를 대당 33만5천원에 팔았다. 아이폰 평균 판매가격이 갤럭시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누구나 써야 하는 범용 제품을 비싸게 파는 것이 사회적으로 꼭 좋은 일은 아니다. 지나치면 폭리가 되고 소비자가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삼성에게 더 아픈 게 이 대목이다. 삼성 폰이 비싸다고 아우성치는 소비자는 많이 봤지만 아이폰이 비싸다고 투덜대는 사용자는 별로 못 봤다. 과문해서 해외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국내 분위기는 그렇다. 두 배 싼 삼성이 폭리의 주범으로 몰려 있다.

삼성전자가 인도 같은 해외에서는 싼 폰도 많이 팔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프리미엄 폰을 팔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다. 국내에서 주로 팔리는 삼성 프리미엄 폰이 결코 아이폰보다 비싸지 않다. 그래도 욕은 삼성만 먹는다. 삼성이 가장 고민해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다. 소비자들은 왜 아이폰 가격은 그 가치를 인정해주고 갤럭시는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이폰X(왼쪽)와 갤럭시S9

삼성으로선 억울할 수 있다. 제조 경쟁력만으로 따지면 삼성은 전자 분야 세계 최강이다. 불량률에 가장 민감한 반도체 1위가 바로 삼성이다. 폼펙터나 하드웨어 제품의 완결성에서 삼성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아이폰은 중국에서 만들지 않는가. 중국산 전자 제품의 가격은 인정되고 삼성 가격은 부정되는 거다.

하드웨어 차이로 이 현상을 분석하는 데는 그래서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버버리 같은 명품 이론을 적용하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아이폰은 명품과 달리 아주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쓰는 제품이고 그렇다고 가격이 턱없이 비싼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여러 원인을 찾아낼 수 있겠지만, ‘플랫폼과 연결성’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세계 최강 노키아 폰이 순식간에 망한 것은 이미 누누이 분석된 대로 스마트폰에 대한 적응이 느렸기 때문이다. 다만 그 의미는 재해석되고 더 강조돼야 할 부분이 있다. 노키아는 폰은 폰이로되 ‘단품 비즈니스’를 했다. 이때 최고가치는 싸고 튼튼하게 많이 만들어 파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그와 다른 결정적 차이는 단품이 아니라 ‘플랫폼으로서 다양하게 연결’될 때 진정한 가치를 낸다는 점이다.

그 비즈니스를 제대로 통찰한 게 스티브 잡스다. 소비자는 아이폰 단품이 아니라 애플 플랫폼 전체에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폰 하나로 아주 많은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구글이 애플 대항마로 나서며 갤럭시 같은 안드로이드폰도 아이폰처럼 다양한 걸 할 수 있게 되기는 했다. 특히 삼성 갤럭시는 한때 안드로이드 맹주로서 아이폰을 크게 위협했었다.

갤럭시S4 때가 절정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삼성 이외에 기존 휴대폰 업체 가운데 안드로이드 맹주가 될 만한 기업이 없었던 시절이다. 그 이후 꽤 긴 시간이 흘렀다. 삼성부터 애플까지 세계 모든 기업의 폰을 대신 만들어본 중국이 충분히 체력을 다질 만큼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삼성에겐 또 하나의 원치 않는 프레임이 생겨버렸다. 가성비. 이는 중국이 만든 프레임이고 상대는 삼성이다.

아이폰은 가성비 프레임에 걸려들지 않는다. 오히려 안드로이드 진영이 그 싸움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럴수록 아이폰 고유의 프레임이 더 빛난다. 매년 가격을 올리고 급기야 150만 원 짜리 폰까지 내놓을 수 있는 전략의 근거다. 안드로이드 진영 스마트폰 업체들은 언제까지고 자신들끼리 '제살깎이의 가성비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한 방향 레일 위에 올라서 있다. 삼성도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중국의 가성비 프레임이나 애플의 플랫폼 프레임 모두 삼성이 주도할 수 없는 싸움터라는 데 있다. 가성비 프레임 효과가 얼마나 큰 지는 당장 실적에서 나타났다. 삼성은 1년 만에 분기 1천만대의 시장을 중국 화웨이 한 회사에 헌납했다. 삼성이 주도할 수 없는 싸움이기에 추세를 되돌리기 쉽지 않다. 삼성이 구글이 아닌 한 플랫폼 프레임으로 역전하기는 거의 요원한 일일 수 있다.

LG 폰은 이 두 프레임에 갇혀 벌써 수년째 숨만 헐떡이고 있다. 삼성은 다행히 초기 안드로이드 맹주여서, 그 후광 덕에 확보한 큰 물량으로 버티는 중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싸움은 벅차 보인다. 2분기 중국 회사들과 전투 상황만 봐도 그렇다. 물량을 유지하기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어떤 방법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삼성 폰은 자신의 프레임으로 싸울 공간을 마련해야 살 수 있다.

이균성 총괄 에디터(seren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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