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왜냐면] 피크타임 전력수요 조절 열쇠, 시민 손에 있다 / 홍혜란

2018. 8. 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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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덥다! 폭염으로 인한 냉방전력 소비 급증으로 연일 최대 전력수요가 경신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2011년 9월15일 겪은 순환정전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기도 한다.

과거 9·15 순환정전 당시 당국이 예상한 당일 최대 전력수요는 6400만㎾였다. 그러나 낮 기온이 예상치보다 5도 높았고, 6726만㎾까지 최대 전력수요가 너무 빨리 치솟았다. 전력수급 경보 단계상 예비전력이 100만㎾ 이하로 줄 때 순환정전을 실시하지만, 당국은 예비전력이 130만㎾로 떨어졌을 때 선제적인 순환정전 조치를 단행했다. 13개 지역에 5시간 동안 도시 기능이 멈추는 최악의 단전 사태가 빚어졌다. 만일 순환정전 조치가 없었다면 이날 오후 3시 전후로 우리나라 전력시스템은 블랙아웃(대정전)에 빠졌을 가능성이 컸다.

발전소를 많이 지으면 피크 때도 정전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다. 하지만 발전설비를 가동하려면 돈이 들고 환경과 건강에도 부담이 크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위주의 공급대책으로 피크타임 전력수요에 대응해온 정책 때문에 원전 밀도 세계 1위 국가, 석탄화력발전이 총미세먼지 배출원의 15%를 차지하는 나라가 되었다. 2017년 총발전량 중 발전연료별 비중은 석탄(43.1%)이 제일 높고 그다음은 원자력(26.8%)이었다.

공급 위주의 전력정책은 피크타임 최대 전력수요를 충족할 수는 있으나, 환경·사회적 부담이 매우 큰 정책이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확인된 사고 위험과 재앙이 된 미세먼지 대기오염 문제를 고려할 때, 이제 대다수 국민은 원자력과 석탄화력발전이 대안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피크타임 소비전력을 줄이는 수요조절 정책이다. 정부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년 12월)에서 △에너지 효율 향상 △에너지 공급자 효율 향상 의무화 제도 △일반 소비자의 참여가 가능한 수요자원 시장제도 마련 등의 제대로 된 수요조절 수단을 갖춘 계획을 마련했다.

과연 수요조절로 피크타임 소비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수요조절은 전기 소비자들이 자기 사용량을 줄여 전체 전력수요를 줄이는 것이므로, 한순간에 수요조절 능력이 커질 수는 없다. 적절한 투자도 필요하고, 제도와 매뉴얼도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수요조절에 참여하는 기관, 기업, 특히 국민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이 바로 ‘국민 참여 수요조절운동’을 15년째 해오고 있는 에너지시민연대의 사회적 실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에너지 절약 100만가구 운동’(이하 ‘100만가구 운동’)으로 명명된 이 활동은 2000년 시범사업으로 시작돼 2002년 에너지시민연대가 창립돼 주무단체가 되면서 본격화됐다. 참여 가구를 모집해 가구별 절전행동을 에너지 가계부에 작성하는 캠페인이 시작된 것이다. 에너지시민연대는 교육을 통해 가정 방문 에너지 매니저를 양성하고, 멀티탭 지급, 엘이디(LED)로 조명 교체 등 참여 가구에 현실적인 도움을 주면서 캠페인은 점차 확대됐다.

2017년 말 ‘100만가구 운동’에 참여한 누적가구 수는 110만여에 이르렀고, 참여 가구들은 평균적으로 전년 대비 20% 전력소비를 줄였다. 2017년 우리나라 주택용 전력소비량이 6만8545GWh에 달하고, 이는 신고리 3호기 약 5개분의 생산전력에 해당하니, 우리나라 2천만가구가 모두 ‘100만가구 운동’에 함께해 참여 가구 평균 절전율인 20%를 달성한다면, 그 즉시 원전 1기가 불필요해지고, 피크타임 전력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면 2011년 9·15 순환정전 사태와 같은 일도 막을 수 있다.

에너지시민연대의 ‘100만가구 운동’은 현재 환경부의 ‘탄소포인트 제도’, 서울시의 ‘에코마일리지 제도’,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공동주택 에너지효율향상 지원사업’ 등 정부 및 공공기관의 정책으로 반영되었다. 정부는 현재 수립 중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비롯한 미래 국가 에너지계획에 이러한 시민의 노력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시민의 자율적 수요조절로 인한 전력수요 감축은 비싼 발전소 건설을 피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사회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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