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억 들인 스마트 가로등, 본전 뽑으려면 100년

구본우 기자 2018. 8. 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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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통일로 등 가로등 368개에 車 감지하면 켜지는 센서 달았지만 통행량 많은 곳 설치해 효과 미미
연간 전기료 절감 180만원 그쳐

지난 29일 밤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에는 도로를 따라 가로등 100여 개가 줄지어 있었다. 이곳의 가로등은 여느 가로등보다 '똑똑하다'. 전기료를 줄여준다는 '스마트 조명 제어장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차가 다가오면 밝아지고, 지나가면 어두워지도록 설계됐다. 그만큼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스마트 제어 장치 설치비는 대당 54만원. 그러나 전기료 절감 효과는 대당 연간 2500~5000원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빨라도 108년이 걸린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전시성 사업에 시민 혈세가 낭비된 것이다.

지난 30일 밤 서울 동대문구 장안벚꽃로를 따라 설치된 스마트 가로등이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이 가로등에는 차량 접근 감지 센서가 설치돼 밝아졌다 어두워지길 반복한다. /이태경 기자

서울시가 시행한 '스마트 에너지 사업'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 가로등은 전기료를 줄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인근 주민들에게 '빛 공해'를 호소하게 한다. 사물인터넷을 이용해 쓰레기를 자동으로 압축한다는 쓰레기통은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까지 압축해 분리수거를 어렵게 만든다.

시는 지난 2016~2017년에 서대문구 통일로, 동대문구 장안벚꽃로에 스마트 가로등 368개를 설치했다. 총예산 2억원이 들었다. 평소에는 50% 수준의 밝기를 유지하다 접근하는 차량이 감지되면 밝아지는 방식이다. 사업 시행 당시 시는 "밝기가 자동으로 조절돼 전력 사용량을 30~50% 절감할 수 있고 빛 공해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사업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시행 결과 전기료 절감 효과는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친다. 애초에 두 도로는 밤늦게까지 통행 차량이 많아 꺼질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통일로를 자주 지나다닌다는 택시기사 김제원(59)씨는 "이 도로는 새벽까지 차가 계속 다녀 가로등이 어두워질 새가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 조명이 설치된 지역 주민들은 오히려 "빛 공해 때문에 괴롭다"고 호소한다. 동대문구 장안벚꽃로 인근에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지난 30일 도로 주변은 새벽 1시가 지나고 나서야 차량이 드문드문 다니기 시작했다. 인접한 아파트 저층부 주민들은 이 시간 이후 끊임없이 밝아졌다가 어두워지길 반복하는 조명에 밤잠을 설쳐야 했다.

주민 장영모(47)씨는 "한밤중에도 차가 지나갈 때마다 불빛이 밝아져 괴롭다"고 말했다.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아파트 저층부 주민들은 "폭염이 심해도 불빛 때문에 커튼을 쳐놓아야 잠을 잘 수 있다"고 했다.

시는 스마트 가로등이 예상보다 전력 절감률이 낮자 추진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도로 유형별로 가장 적합한 방식을 찾겠다"고 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데 100년이 걸리는 민간사업은 사업 타당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의 스마트 에너지 실험은 이전에도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는 지난 2015년부터 사물인터넷과 신재생에너지가 결합된 쓰레기통을 시범 설치했다. 쓰레기가 차면 사물인터넷이 연결된 센서가 자동으로 압축을 시작하는 '똑똑한' 쓰레기통이다. 전력은 태양광 패널로 모아 작동한다. 시내에 총 64개가 설치됐다. 개당 200만원이 들어가 예산 1억3000만원이 들어갔다.

신기술이 결합된 고가의 쓰레기통은 수거 현장의 골칫덩이가 됐다. 수거 미화원들은 "음식물과 일반 쓰레기 등이 한꺼번에 압축돼 아예 재활용을 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현재 쓰레기통 사업은 중지된 상태다. 애초에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시범성 사업에 억대 혈세를 들이고 접게 된 것이다. 시 관계자는 "처음부터 홍보에 주안점을 뒀던 사업"이라며 "앞으로 사업을 계속해서 진행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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