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법원 '日강제징용·법조비리 문건' 보고도 뭉갰다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8. 8. 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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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특별조사단, '법원행정처 개입 의혹' 문건들 확인하고도 고발·조사 안 해.."상고법원 입법과 관련성 낮아서" 해명


대법원이 자체 조사에서 이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부산 법조비리' 등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재판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문건들의 존재를 확인하고도 고발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형사소송법상 공무원은 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고발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란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은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된 법원행정처의 300여개 문건을 공개하면서도 이 문건은 공개조차 하지 않았다.

2일 대법원에 따르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지난 2월 출범 이후 법원행정처 심의관들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PC에 담긴 3만5000여개의 파일을 열람하는 과정에서 '(일제)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 외교부와의 관계' '문모 판사 관련 리스크 검토' 등 제하의 2개 문건도 함께 조사했다. 이 문건들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관여해선 안 될 일선 법관의 재판에 개입하려는 의도로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들이다.

2013년 9월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이 작성한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 외교부와의 관계' 문건은 한·일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외교부를 의식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인 신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의 선고를 늦추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 '판사들의 해외 공관 파견'과 '고위 법관의 외국 방문 시 의전' 등을 기대하며 "외교부를 배려해 절차적 만족감을 주자"는 내용도 담겨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2013년 원고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심 이후 5년간 선고를 미루다 지난달말에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에 본격 착수했다.

'문모 판사 관련 리스크 검토' 문건은 법원행정처가 지난 2016년 9월 작성한 문건이다. 부산지역 건설업자 정모씨가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5000만원의 뇌물을 건넨 의혹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에 대한 내용이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정씨가 현직 판사인 문모 판사에게 골프 접대 등을 한 정황이 드러나자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되면 검찰이 문 판사 비위 사실을 외부로 유출할 우려가 있으니 종결된 변론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문건에 썼다. 실제로 재판은 문건 내용대로 진행됐다. 종결된 변론이 갑자기 재개됐고, 정씨는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음에도 이례적으로 법정구속조차 되지 않고 형 집행이 정지됐다.

2개 문건 모두 법원행정처의 부당한 재판개입 등 직권남용 또는 대법원의 직무유기 의혹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란 점에서 공무원인 법관이 확인했다면 고발 등의 조치가 불가피하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234조는 '공무원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의 취재 결과, 특별조사단은 올초 이 같은 문건을 확인하고도 내부 논의 끝에 고발 또는 감사 조치없이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특별조사단은 이 문건들을 410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문건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지난 5월 공개한 최종 조사보고서에도 이 문건의 내용을 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법원행정처가 6월5일 98개, 지난달 31일 228개 의혹 관련 문건을 각각 공개하는 동안 이 2개 문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 전관 출신 변호사는 "특별조사단이 직무를 유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형법 제122조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해당 문건들은 특별조사단의 물적 조사과정에서 키워드 검색으로 추출한 3만5000여개의 문건에 포함되어 있어 특별조사단이 해당 문건을 열람한 사실은 있다"면서도 "특별조사단은 조사 당시 해당 문건의 내용에 비춰볼 때 특별조사단이 주목했던 상고법원 입법 또는 국제인권법연구회 관련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해 별도의 조사를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특별조사 이후 법원행정처 윤리감사실에서 관련자들에게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수사 중인 상황임을 이유로 답하지 않았다. 당시 특별조사단엔 김모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고법 부장판사)도 포함돼 있었다.

특별조사단장이었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 "(재판거래를) 인정할만한 자료나 사전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의원들이 '재판거래와 관련해 책임질 사람도 없느냐'고 묻자 "그렇게 파악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할머니들의 일본 측 상대 민사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실과 문건 작성에 관여한 전·현직 판사들, 외교부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1일 이를 모두 기각하고 외교부에 대해서만 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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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변호사) 기자 isbae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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