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평 음주 역주행' 피해자 아들 "식당 운영하는 가해자, 화나지만.."

박은주 기자 2018. 8. 3. 05: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족 최모씨 "복수보다 건설적 논의가 더 중요".. "음주운전 처벌 강화돼야"
이하 보배드림 캡처

‘양평 음주 역주행 사건’ 피해자 아들 최모(36)씨가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함께 분노해준 네티즌에게 감사하다”면서도 “지나치게 과열돼 나를 도와준 많은 네티즌이 피해를 입게 될까봐 한편으로 두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기회로 음주운전 처벌이 강화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2016년 5월 13일 새벽 경기 양평군 옥천면 국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만취한 20대 운전자가 역주행을 하다 최씨 부모의 차량을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중상을 입은 최씨 아버지는 7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지만 배변주머니를 차고 생활해야 했다. 어머니는 인공 관절 수술을 받고 평생 장애를 안게 됐다. 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던 아버지는 지난해 2월 아들의 생일날 세상을 떠났다.

최씨는 최근 아버지의 생일을 앞두고 한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사고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많은 네티즌이 그의 소식에 안타까워했고, 몇몇 언론 매체에 소개될 정도로 크게 화제가 됐다. 일부 네티즌은 가해자 가족이 대형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유족은 아직 고통 속에 지내는데 가해자가 잘 지내는 모습을 용납할 수 없다는 거였다. 네티즌들은 식당을 찾아가거나 수백통씩 전화하는 식으로 영업을 방해했다. ‘응징’이었다.

최씨는 “현재 심경을 솔직히 말해달라”고 하자 “피해자 아들로서 보답을 받은 듯한 느낌이 약간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가해자는 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80일을 처벌받았다. 형사합의를 한 게 참작돼 형이 가볍게 내려졌다. 어머니가 “이제 24살인 가해자가 앞으로 반성하고 살지 않겠느냐. 너도 언젠가 실수로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 있다”면서 최씨를 설득했다고 한다. 골반을 심하게 다쳤던 어머니는 아직도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쪼그려 앉지 못한다. 인공관절 부분에 염증이 생기면 매번 교체 수술도 해야 한다.

사고로 전파된 최씨 부모의 차량.

최씨는 아직 마음의 상처가 깊은 듯, 통화 내내 담담하게 대화를 이어가다가도 사건 당시에 대해 얘기할 때면 목소리를 높이며 울분을 토해냈다. 그러나 이내 “네티즌들이 대신 복수를 해준다고 해서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는 것도, 어머니가 장애를 극복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이 분노가 음주운전 처벌 기준 강화와 같은 구체적인 결실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지난달 31일 인터뷰를 한차례 거절했다. 이미 종결된 사건인 데다가 자신이 글을 올린 건 단지 위로받고 싶었던 것뿐이라고 했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네티즌들이 고소를 당하는 등의 피해를 입을까봐 걱정된다고도 했다. 다음 날, 그는 다시 문자를 보내왔다. 최씨는 “가해자에게 비난이 쏟아지는 것보다 음주운전 사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도록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는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음주운전 가해자들이 법률자문을 받는 인터넷 카페에 접속해 본 적이 있다. 그들은 음주운전이 실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심지어 ‘나 벌써 음주운전 4번 걸렸다. 하지만 다시 면허를 딸 수 있다’고 적은 글도 봤다”고 털어놨다. 그는 “실수는 내 다리에 누군가 걸려 넘어지는 게 실수”라며 “음주운전은 눈을 감고 흉기를 휘두르며 거리를 활보하는 것과 똑같다. 살인미수와 다름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또 “그들은 음주운전을 하겠다고 선택한 것이다. 누군가 다칠 수도 있다는 걸 분명히 알았을 거고, 음주상태로 운전대를 잡지 않을 수도 있었다”면서 “네티즌들이 내 사연에 이렇게까지 분노한 건 현재 음주운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합당하지 않다는 것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청와대 국민청원을 지난 1일 등록했다.

최씨는 “입법의 문제라는 걸 안다. 청와대가 도와줄 수 없는 걸 알지만 20만명의 동의를 얻고 공론화가 되면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가해자에 대한 응징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나 같은 피해자가 더는 생기지 않길 원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