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대신 해주지 마라" 육아 선배의 뼈저린 조언

칼럼니스트 김경옥 입력 2018. 8. 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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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신발을 신고 있었다.

"아이가 신을 혼자 잘 신네요...... 그래요, 그거였어요."

"저는 아이를 금이야 옥이야 키웠어요. 스스로 해보겠다는 것도 '엄마가 해줄게, 아빠가 해줄게, 걱정 마'하며 다 해주곤 했죠. 아기가 뭘 하겠나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냥 해주고 싶었어요. 내 품을 떠나면 늘 혼자 해내야 할 텐데. 내 품에 있을 때만이라도 도와주고 내 손으로 다 해주고 싶었어요. 귀한 딸이었으니까요."

아이 스스로 할 수 있게 웬만하면 해주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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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 아이에게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아이는 신발을 신고 있었다.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가려는 참이었다. 아이는 스스로 신어보겠다고 낑낑거리며 발을 신에 욱여넣느라 애를 썼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식당 아주머니가 한 마디 하셨다.

"아이가 신을 혼자 잘 신네요...... 그래요, 그거였어요."

"네?"

'뭐가 그거라는 거지? 특별할 게 하나도 없는 이 장면에서 뭘 느끼신 거지?' 의아해하는 나를 보며 아주머니는 얘기를 시작하셨다.

스스로 신발을 신고 있는 아이. ⓒ김경옥

"저는 아이를 금이야 옥이야 키웠어요. 스스로 해보겠다는 것도 '엄마가 해줄게, 아빠가 해줄게, 걱정 마'하며 다 해주곤 했죠. 아기가 뭘 하겠나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냥 해주고 싶었어요. 내 품을 떠나면 늘 혼자 해내야 할 텐데. 내 품에 있을 때만이라도 도와주고 내 손으로 다 해주고 싶었어요. 귀한 딸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와서 스스로 신을 신는 세 살 아이를 보고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예상보다 진지한 말씀이어서 자리도 뜨지 못하고 한참을 듣고 있었다. 그분의 아이는 이제야 초등학생들이 할법한 일들을 스스로 결정하고 시도해본다고 했다.

"아이가 몇 살인데요?"

"......스무 살이요."

"아......"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해보는 게 익숙하지 않은 아이는 너무 늦게 스스로 살아보는 것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너무 후회가 되신단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깨달아 다행이라며 씁쓸하게 웃으셨다. 지금은 심리센터의 도움을 받아가며 딸이 조금씩 좋아지는 것을 지켜보고 계신단다. 아이는 신발을 다 신고 '왜 안 가고 여기 있냐는 듯'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고, 아주머니는 그런 아이를 대견하게 바라보셨다. 그러곤 나에게 신신당부하셨다. 앞으로도 아이를 그렇게 키우라고. 아이 스스로 할 수 있게 웬만하면 해주지 말라고. 그게 맞는 것 같다고.

어릴 적 나의 부모님은 몹시 바쁘셨다. 할머니 손에 자란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도 엄마가 챙겨주는 가방을 들고 학교에 가본 적이 거의 없다. (내 기억에는 전혀 없지만 혹시라도 엄마 기억에는 있을까 하여 조심스럽게 '전혀' 대신 '거의'로 쓴다) 책가방은 늘 내가 스스로 챙겼고 숙제 역시 내가 알아서 해갔어야 했다. 엄마 입에서 "숙제했니?" 라거나 "가방 잘 챙겼니?" 등의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냥 그건 내 몫이었다. 숙제를 깜빡 잊어, 혹은 의도적으로 잊어 숙제를 해가지 못했을 경우 꾸중을 듣거나 덤으로 다른 숙제를 얻어 꾸역꾸역해 가는 것도 모두 나의 몫이었다. 사실 그것에 늘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었다.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엄마가 싸주는 가방을 들고 엄마가 빗겨준 머리를 찰랑거리며 등교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어쨌든 그 덕분에 나는 나의 삶에서 많은 것들을 스스로 선택하고 마땅히 책임져야 함을 익혀왔다.

오늘도 말보다 먼저 움직이는 손을 거둔다. 엄마인 내가 해줘버리면 쉽고 빠르지만 어쩌면 아이의 삶은 더 느려지고, 늦어질 수 있다. 웬만하면 해주지 마라는 아주머니의 말씀과 그 눈빛...... 그래, 그 눈빛이...... 내 안에 꽤 오래 머무를 것 같다.

*칼럼니스트 김경옥은 아나운서로, '육아는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일하는 엄마, 육아하는 방송인'이다. 현재는 경인방송에서 '뮤직 인사이드 김경옥입니다'를 제작·진행하고 있다. 또한 '북라이크 홍보대사'로서 아이들의 말하기와 책읽기를 지도하는 일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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