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기료 가정 15조원 더 내고 기업 18조원 덜 냈다

한종수 기자,박기락 기자 2018. 8. 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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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수준의 폭염에도 전기료가 비싸 에어컨도 마음껏 켤 수 없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며 가정용에만 적용하는 '누진세'를 폐지하자는 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우리나라 전기 사용량의 80% 이상이 산업(기업)·일반(상업)용인데 이들에겐 원가 수준의 전기료만 내게 하고 사용량이 13%에 불과한 가정에는 3배 이상 차이나는 요금을 물게 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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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2007~2016년 '판매 전력량 및 판매 수입액 추이'
누진제 요금폭탄 오명 사실로..전력당국 "원가 따져야"
서울시내 한 건물 외벽에 에어콘 실외기가 빼곡한 거기를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뉴스1DB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박기락 기자 = 재난 수준의 폭염에도 전기료가 비싸 에어컨도 마음껏 켤 수 없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며 가정용에만 적용하는 '누진세'를 폐지하자는 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우리나라 전기 사용량의 80% 이상이 산업(기업)·일반(상업)용인데 이들에겐 원가 수준의 전기료만 내게 하고 사용량이 13%에 불과한 가정에는 3배 이상 차이나는 요금을 물게 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기업 공장을 가동하는 산업용과 문을 열고 에어컨을 돌리는 일반용 전기를 주택용 전기료로 보전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과연 이 말이 사실일까.

3일 뉴스1이 한국전력으로부터 받은 '판매 전력량 및 판매 수입액 추이'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가정에서 사용한 전력의 평균비율은 전체 대비 14.2%였지만 한전에 낸 전기료 중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7.8%였다.

이 시기는 2년 전 누진제를 개편하기 전 전기료 부담 구간을 6단계로 나눠 최대 11.7배 요금 차이가 났던 때이다. 당시 1단계 요금은 60.7원으로 다른 용도에 비해 저렴했으나 6단계 요금은 709.5원으로 11배 이상이었다.

누진제 개편 전 10년 동안 한전이 거둬들인 전기 판매수입 총액은 모두 429조1585억원으로, 이 중 주택용 전기료는 단순 사용률(14.2%)만을 따지면 60조5904억원이 걷혀야하지만 실제 낸 전기료는 15조3393억원 더 많은 75조9297억원이다.

전기요금 폭탄 오명을 쓴 지난 '6단계 누진제'가 일반 가정에는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말이 어느 정도 들어맞은 셈이다.

2007년~2016년 판매 전력량 및 판매 수입액 추이. (자료=한국전력)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누진제 요금폭탄 영향은 과거로 갈수록 더 심했다. 2007년에는 주택용이 전체 사용량의 15.1%에 불과했지만 지불한 요금은 한전이 거둬들인 수익의 22.2%인 6조3650억원을 차지했다. 2008년에도 2조1049억원, 2009년은 1조8223억원, 2010년에는 2조1158억원씩을 사용량 대비 더 냈다.

최근 들어서는 이보다 줄긴 했지만 사용량보다 내는 요금이 많은 구조는 여전했다. 누진제 개편 직전인 2016년에는 6960억원, 2015년엔 7771억원, 2014년에는 8919억원씩을 더 냈다.

반대로 산업용 전기는 10년 간 18조191억원을 적게 낸 것으로 나타났다. 10년간 기업이 사용한 전력 평균 비율은 전체 대비 54.9%였지만 지불한 전기료 비중은 50.9%였다.

결과적으로 누진제 개편 전 10년간 일반 가정은 쓴 전기량보다 15조원의 전기료를 더 냈고, 기업들은 18조원을 적게 내면서 주택용으로 산업용 전기료를 보전했다는 말이 입증이 됐다.

다만 누진제 개편 이후인 2017년 기준에는 주택용 전기 사용률은 전체 대비 13.5%(6만8544GWh)였고, 한전에 지불한 요금도 사용량과 비슷한 13.4%(7조4373억원)였다.

전력당국은 단순 계산만으로 누진제 개편 전 주택용 요금을 더 받고 산업용을 덜 받았다고 할 순 있지만, 이 두개 용도의 전기 원가 구조가 다른 점을 염두에 두고 계산을 해야 더 정확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주택용과 산업용은 전력 원가에서 차이가 있다"며 "발전 비용은 같지만 별도의 변압설비가 설치된 산업용은 송배전에서 주택용과 원가에서 더 저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발전 비용이나 전기 품질이 같은데 송배전 비용을 이유로 주택용과 산업용을 임의로 나눠 원가를 다르게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는 의문이다. 특히 원가조차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jep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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