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는 소상공인들의 구원투수가 될까요?

2018. 8. 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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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한겨레]

푸드트럭에서 활용되고 있는 수수료 0원의 카카오페이 정보무늬(QR)결제. 카카오페이 제공.

제로페이, 서울페이, 소상공인페이…. 요즘 자주 거론되는 모바일 결제수단들입니다. 이름은 달라도 취지는 비슷합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소상공인들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제로(0)’에 가깝게 만들겠다며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줄 ‘구원투수’가 될까요?

안녕하세요, 경제부에서 금융당국을 출입하는 박수지 기자입니다. 오늘은 스마트폰으로 가게에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결제할 때 정보무늬(QR코드)를 찍기만 하면,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확 낮춰줄 수 있다는 제로페이에 대해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소비자들이 아무데서나 정부페이 앱을 열어 결제한다고해서 해당 업체가 부담할 수수료가 0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적으로 ‘소상공인’의 정의는 상시근로자 수가 광업·제조업·건설업·운수업의 경우 10명 미만, 이외 업종은 5명 미만의 사업자를 말합니다. 소비자들이 자주 마주치는 곳에선 골목상권에 있는 5명 미만이 일하는 식당이나 옷가게, 편의점 등이 지원 대상입니다.

기존 결제 수수료와 비교해보면 이렇습니다. 우선 현재 카드 수수료는 영세 가맹점(연매출 3억원 이하), 중소 가맹점(연매출 3억원~5억원), 일반 가맹점(연매출 5억원 이상) 등을 구분해 매깁니다. 각각 수수료는 최대 0.8%, 1,3%, 2.3%입니다.

연매출 5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작은 가맹점들은 상대적으로 수수료율이 낮은 편이죠. 여기에 세액공제 혜택도 받고 있습니다. 신용카드 가맹점은 카드결제를 권장하는 조처에 따라 부가가치세 세액공제를 받습니다. 부가가치세법 46조에 따르면 연매출 10억원 이하인 개인사업자는 카드나 현금영수증 매출에 대해 음식·숙박업은 매출의 2.6%, 나머지 업종은 1.3%를 환급해 줍니다. 결국 영세한 소상공인들은 세액공제를 통해 낸 수수료보다 돈을 더 돌려받고 있고, 중소 가맹점도 0.3% 수준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데 그칩니다.

예를 들어 연매출 3억원인 동네 슈퍼를 운영하는 김사장님 가게의 신용카드 매출이 3억원이라고 가정할 때, 1년 동안 최대 수수료 240만원(0.8%)을 냅니다. 그런데 정부의 세액공제 비율이 1.3%에 이르기 때문에, (3억원의 1.3%인) 390만원을 돌려받습니다. 소비자들이 카드를 쓸수록 사장님한테 도움이 되는 상황입니다. 전체 카드 가맹점 중 이런 영세 가맹점 비중만 76%입니다.

연간 5억원 정도 매출을 올리는 중소 가맹점주들도 1.3%, 최대 500만원까지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1년에 내는 카드 수수료가 최대 65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이들이 실질적으로 지불하는 수수료율은 최대 0.3%(150만원)가 되는 셈입니다.

이대로라면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를 쓸 때 소상공인들 입장에서는 신용카드 결제를 받는 것보다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제로페이에 대해서도 이같은 세액공제 비율을 똑같이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서울페이 등은 수수료가 0원이니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세액공제를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는 셈입니다.

결론적으로, 카드 결제는 김사장님에게 150만원(390만원-240만원), 페이 결제는 390만원(390만원-0만원)만큼 이득인 셈입니다. 페이 결제가 연간 240만원 수준, 한달에 20만원 정도 더 이익입니다. 중소 가맹점이나 그 이상 연매출 10억원 이하의 일반 가맹점 같은 경우엔 카드 수수료로 마이너스 되는 일 없이, 소비자들이 결제할수록 1.3%씩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겠죠. 특히 최저임금과 가맹점 수수료 등으로 영업의 생존이 힘들다고 토로하는 편의점주들은 연매출 평균이 5억9천만원 수준이라,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를 쓸수록 신용카드 수수료 2.3%를 아낄 수 있으니 가장 큰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계산은 소비자들이 정부페이를 신용카드만큼 써준다는 ‘장밋빛 가정’에 기반한 겁니다. 아이엠에프(IMF) 이후 정부가 세원 파악 등을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적용 등 적극적인 신용카드 장려정책을 펼쳐온 데다, 카드사들의 포인트와 캐시백 등 강력한 부가 서비스 마케팅 때문에 신용카드 결제 비중은 69.3%(한국기업평가 2016년 기준)에 이릅니다.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모바일 페이 시장이 확대되려면 소비자를 위한 유인책을 늘려야 하는데, 그조차 여의치 않습니다. 가맹점 수수료를 받아 소비자에게 포인트 적립 등 여러 혜택을 주는 카드사와 달리, 수수료 0원인 상황이라 정부도 기업도 신용카드에 버금가는 혜택을 줄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내놓은 유일한 당근책은, ‘정부페이’를 쓸 경우 신용카드(15%)나 체크카드(30%)보다 소득공제 비율을 높여 40% 공제해준다고 한 것입니다. 제로페이, 써보시겠습니까?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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