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보수 유튜브, 당신들은 대체 누구?

백철 기자 입력 2018. 8. 4. 14:30 수정 2018. 8. 1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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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8월 1일, 서울 강남역 인근 드루킹 특검 사무실 앞에서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스태프가 집회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 백철 기자

8월 1일 오후 4시, 서울 강남역 인근 드루킹 특검 사무실 앞에 보수단체 시민들이 모였다. 이들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특검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집회를 주최한 이는 아스팔트 우파 언론인인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다. 그는 현재 ‘신의한수’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자리는 드루킹 특검을 향한 집회인 동시에 ‘신의한수’의 공개방송인 셈이다.

신 대표는 아스팔트 우파 중에서도 뉴미디어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사람이다. 2002년에 우파 성향 최초의 인터넷 신문 <독립신문>을 창간했고, 2014년에는 팟캐스트에 진출해 ‘신의한수’ 방송을 시작했다. 그러나 ‘신의한수’는 진보 청취자층이 다수였던 팟캐스트 시장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신 대표는 2015년 8월 유튜브에 다시 둥지를 옮겼다. 구독자 수가 1만명이 될까말까 한 소규모 방송이었던 ‘신의한수’는 2016년 말 박근혜 탄핵국면을 거치면서 순식간에 몇 배로 늘어났다. 2017년 말에는 후원금을 모아 방송 스튜디오도 차렸다. 현재 ‘신의한수’의 구독자 수는 17만명으로 보수우파 유튜브 중에서도 규모가 큰 편이다.

신 대표는 보수우파들에게 유튜브 공간은 신세계라고 했다. 인터넷 신문이나 팟캐스트마저 ‘올드 미디어’가 된 상황에서 신 대표는 팟캐스트 녹음방송이 아니라 유튜브를 통한 라이브 방송을 시도했다. 친박 태극기 집회 현장에서 ‘신의한수’의 카메라가 자주 보이자 친박에 가까운 시민들도 ‘신의한수’에 관심을 주기 시작했다. 신 대표는 “진보좌파 매체들이 팟캐스트 청취자가 50만명, 100만명이 넘는다고 말하는데, 유튜브와 달리 팟캐스트 집계는 정확하지가 않다. 그리고 영상 방송을 하려면 여러 가지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데 진보좌파 쪽에서 쉽게 넘어오지는 못할 것”이라며 “아직은 여러 우파 유튜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카드뉴스와 기사 링크 위주로 퍼지던 보수세력의 SNS 활용도 달라졌다. 가입자가 8000명에 가까운 극우파 성향의 네이버 밴드에 가입해봤다. 한 시간에 수십 건씩 올라오는 게시글의 대부분은 유튜브 링크다. 아스팔트 우파의 성지인 박사모 카페에도 하루에 몇십 건씩 유튜브 방송 링크가 올라온다. 스마트폰에서 링크만 클릭하면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바로 영상을 볼 수 있다. 신의한수나 정규재TV, 조갑제TV 등 유명한 채널만 올라오는 게 아니다. 봉주르방송, 태평TV, 서북청년단, 공감대TV 등 비교적 덜 알려진 채널의 영상을 홍보하는 이들도 있다.

반면 진보진영의 유튜브 활동은 상대적으로 적다. 김어준, 김용민, 이동형 등 팟캐스트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이들도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는 올린다. 하지만 이들의 주활동무대는 공중파 방송이나 자신들이 소유한 팟캐스트 방송이며, 유튜브 구독자 수는 1만~2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진보성향의 유튜브 채널로 유명한 것 중 하나가 민주종편TV다.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들이 운영하는 방송으로 2016년 12월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초기부터 정청래, 박범계 등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출연해 민주당의 ‘준 공식채널’ 취급을 받았다. 구독자 수가 2만6000명 선인데, 진보계열 유튜브 중에서는 높은 편이다. 민주종편 측에 따르면, 유튜브 구독자와 앱을 통한 구독자 수를 합치면 전체 구독자는 6만명을 조금 넘는다고 한다.

보수 카페에 올라오는 유튜브 링크 민주종편 측에 보수 유튜브의 현황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물어봤다. 이 관계자는 “구독자 수가 10만명이 넘을 정도로 활성화된지는 미처 몰랐다. 현재는 방송을 쉬고 있는데 다음 방송을 준비하면서 모니터링을 해봐야겠다”며 “민주종편은 이제 정치인들 위주보다는 권리당원들이 중심인 방송으로 다시 활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우파 유튜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2016년 박근혜 탄핵정국 이후 보수 지지자들은 마음 줄 곳을 잃었다. 많은 보수 지지자들은 보수정당, 정치인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오랫동안 이어지던 보수 우위의 여론 구도는 순식간에 진보 우위로 바뀌었고, 이런 흐름은 올해 6월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줬다. 자유한국당 등 기존 보수정당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방송 규제 등으로 위축된 보수 종합편성채널에도 마음을 줄 수 없었던 이들이 향한 곳이 바로 유튜브였다.

8월 1일 신의한수 ‘공개방송’에 참여한 이들은 보수우파 유튜브가 대안매체를 찾던 자신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에서 서울 강남역까지 왔다는 50대 여성 ㄱ씨는 “KBS나 MBC가 문재인 정권에 장악되고 언론에서는 우리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언론이 죄다 문재인 정권을 옹호하는 상황에서 이 나라가 어떻게 가는지 진실을 알려주는 곳이 바로 신의한수와 같은 유튜브 방송”이라며 “일 끝나고 집에 가면 자기 전까지 꼭 이런저런 유튜브 방송을 챙겨본다”고 말했다. 유튜브는 영상 재생이 끝나면 비슷한 성향의 영상을 자동으로 다음에 재생해 준다. 또한 사용자들의 동영상 이용 패턴을 보고 홈 화면에서 자동으로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영상을 추천해 준다. ㄱ씨 스마트폰으로 신의방송 영상을 틀자 정규재TV, 뉴스타운TV 등 보수우파 채널이 옆에 같이 추천됐다.

ㄱ씨와 함께 집회장을 찾은 50대 여성 ㄴ씨(자영업자)는 보수우파 유튜브를 통해 ‘동지’들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가게를 하다가 손님과 정치 이야기를 할 때가 있는데, 제 소신대로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다가 손님으로부터 ‘그러다 큰일난다. 말조심 하시라’는 말을 들었다. 지금은 자유롭게 말하고 돌아다니는 것 같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살고 있다. 유튜브 댓글을 보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극우·우파 유튜브의 주된 시청층인 고연령층이 스마트폰과 유튜브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것 역시 변화의 한 움직임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7년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79.6%가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다. 신의한수에 따르면, 전체 시청자의 39%가 만 65세 이상이다. 그 다음으로 만 55세 이상, 만 64세 미만 시청자층이 34%다. 둘을 합치면 73%다. 반면 만 34세 이하 시청자는 6%에 불과했다.

자유총연맹, 자유한국당 등에서 유튜브 방송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 류여해 박사(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는 “스마트폰이 젊은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 60~70대 분들도 다 쓰고 있다. 이제 보수진영의 지식인들도 유튜브에 자신들의 말을 들어줄 시청자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인터넷 공간은 진보진영의 생각이 굉장히 많이 퍼진 장이었다면, 이제 유튜브를 통해 진보와 보수 사이에 균형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이 무렵부터 보수우파 유튜브들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 김원진 기자

종편에서 밀려난 평론가들 탈출구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채널에 갑자기 보수인사가 늘어난 것은 종편의 영향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래 동영상 시사방송은 진보진영에서 시작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 망치부인 이경선씨 등은 2007~2008년께부터 아프리카TV에서 시사방송을 시작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도 2009년부터 유튜브에서 시사예능 ‘뉴욕타임스’를 방송했다. 보수우파 쪽에서는 2012년 정규재 당시 <한국경제> 논설실장이 시작한 정규재TV가 원조로 꼽힌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인 소셜블레이드(socialblade)에 따르면, 정규재TV의 구독자 수는 오랫동안 3만명 선이었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확정된 지난해 3월 이후 10만명을 돌파해 현재 22만명에 이른다. TV조선, 채널A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각각 18만명, 20만명)보다 많은 것이다.

유창선 평론가는 “박근혜 정부 때에는 종편 특수를 누린 이들의 방송 출연 횟수가 뚝 떨어졌다. 아예 방송에 나오지 못하는 분들도 있고, 과거처럼 자주 출연을 못하는 분들이 유튜브에서 개인방송을 구축한 것”이라고 봤다. 그는 “나의 경우 여전히 방송 출연이나 강의가 중심이고 인터넷 방송은 독자들과의 소통 차원에서 하는 것이다. 박근혜 시절 잘 나가던 분들이 살 길을 찾으려고 유튜브를 시작하는 건 알겠는데 큰 수익을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유튜브 채널의 경우 수익 차원에서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언론에 대한 절망감이 든다”며 방송 출연을 최소화해 왔다. 그 외에도 보수정권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끊긴 이들에게는 유튜브 채널이 금전적으로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인 소셜블레이드에 의하면 조갑제TV는 월간 최대 1만4600 달러(약 1648만원)를 벌어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소셜블레이드는 정규재TV는 월간 최대 2만1100 달러(약 2382만원), 황장수의 뉴스브리핑은 월간 최대 4만3200 달러(약 4877만원)를 벌이는 것으로 전망했다.

조갑제 대표는 좀 더 자세한 수익내역을 밝혔다. 올리는 영상의 내용이나 업로드 주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하루에 수십만 원가량의 수입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때에 따라 다르지만 100달러 단위의 수익은 매일 발생한다. 다만, 1000달러(약 112만원)를 넘는 일은 잘 없다. 지금도 나는 조갑제닷컴에 열심히 글을 쓰지만 최근에는 확실히 유튜브에 재미를 붙였다”며 “구독자가 5만명이 넘어가는 시점부터는 본격적인 수익이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발생한 수익으로 보수우파 유튜브들은 점점 세련되게 겉모습을 재편하고 있다. 실제 시청자는 60대 이상이 많지만 일반적인 유튜브 채널과 비슷한 형식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신의한수의 경우 초창기엔 진행자의 얼굴만 덩그러니 나오는 영상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지역에 방송 스튜디오를 오픈했고, 동영상 첫 화면도 사진과 제목을 넣는 일반적인 첫 화면으로 바꿨다. 신혜식 대표는 “보수우파 유튜브들이 각자 자리에서 영역을 넓히는 과정이다. 앞으로도 동영상 방송시장이 넓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방송 인프라 투자는 최대한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수우파 채널의 인프라 구축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만큼 ‘볼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류여해 박사는 “그동안 우파 유튜브 콘텐츠가 자신들의 생각을 전달하는 데 치중돼 있었다. 이젠 밝고 신선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누가 보더라도 정치가 재밌고, 방송이 재밌다고 느낄 수 있는 방송이 필요하다”며 “김어준 총수의 방송이 내용을 떠나서 어느 정도 재미를 준 건 사실이다. 보수우파 쪽에서도 김어준의 재미를 넘어서는 방송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갑제 대표는 향후에는 유튜브 내에서도 좌우 간 이념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보수우파 쪽에서는 기존 언론과 팟캐스트에서 진보적인 목소리가 대세를 이루고 있기에 유튜브 시장에서 보수우파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들린다고 본다. 조 대표는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30% 정도로 내려간다면 진보성향 언론과 지식인들도 정부에 비판적이 될 것이다. 그러면 그들이 진출할 수 있는 곳이 유튜브”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내려가면 문 대통령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진보 지식인들이 유튜브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볼 만한 콘텐츠로 외연 넓혀 유튜브에 가짜뉴스가 좀 더 난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수 종편의 경우 과격한 발언이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방송으로 내보내면 방통심의위의 지적이 들어오고,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의 지적이 들어온다. 심지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일부 보수적인 종편 출연자들은 부적절한 언행으로 종편에서 사실상 퇴출되기도 했다.

유튜브 환경은 정부의 손길에서 자유롭다. 박근혜 정부 시절 유튜브 등 인터넷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시도됐으나, 해외 업체(구글)의 서비스인 유튜브는 정부가 규제할 수 없다. 이용자들이 특정 동영상을 구글에 신고할 수는 있으나, 제재할지 말지 여부는 구글의 손에 달렸다.

네이버 밴드 등 SNS에서 공유되는 극우 유튜브 방송 제목을 살펴봤다. “금괴 200톤 자백한 문재인 대표”, “제주 범죄율 1위, 예멘난민 방치한 결과?”, “노회찬 먼저, 그 다음 타살 유시민” 등 근거가 전혀 없거나 부족한 내용이 많다. 또 다른 유튜브 채널에서는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국가 배상 판결을 겨냥한 듯 “세월호 귀족이 탄생했나”라는 제목의 방송을 올렸다.

보수우파 안에서도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한 보수채널 운영자는 “노회찬 의원에 대한 타살설이나 5·18 북한군 개입설, 문재인 금괴 이런 건 누가 봐도 근거도 없고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유튜브 방송은 국가로부터 자유로운 방송이고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 앞으로도 자유롭게 유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가짜뉴스를 뿌리며 명예훼손을 한 것에 대해서는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 수많은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여러 재판에서 졌음에도 최근에야 구속된 한 우파 논객이 있다. 사실에 대한 평가는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게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우파 유튜브 시장이 확대되면서 극단적인 내용이 올라오는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몇몇 시청자들은 민언련 등 언론 관련 시민단체에 유튜브에서 퍼지는 가짜뉴스에 대해 제보하기도 한다. 유튜브에서 퍼지는 잘못된 내용에 대한 시민사회 차원의 감시 필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민언련 측은 “현재는 내부 역량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지만, 극우성향 유튜브 방송에 대한 제보나 모니터링 요청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5·18 북한군 개입설 등 특정 주제에 대해 의뢰가 들어온 경우에는 유튜브 방송까지 모니터링해서 보고서를 낸 바 있다”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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