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총' 대신 '소방호스' 잡는다.."1.5배 더 복무"

김민욱 2018. 8. 4.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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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 커 ▶

타이완은 2000년부터 대체복무제도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방부는 이달 안에 대체복무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죠.

타이완의 사례에서 우리가 참고할 점은 없는지 김민욱 기자가 현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대만 타이베이 인근 신베이시의 한 소방서입니다.

이곳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집총을 거부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군 복무 대신 대체복무를 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는지, 또 어떻게 생활하는지 직접 살펴보겠습니다.

1999년생, 올해 만 19살인 궈팅하오 씨.

대만 남성에게 의무인 4개월의 군사훈련 대신 대체복무를 하고 있습니다.

궈 씨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입니다.

[궈팅하오/대만 대체복무자] "(하느님은) 누구도 전쟁에 참전할 수 없고 전쟁에 대해 배울 수 없다고 했습니다."

상황실에서 출동 지령을 접수하거나 전화를 받는 업무, 청소나 장비관리 등 보조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화재나 구급 상황이 발생하면 일반 대원들과 함께 출동해 돕습니다.

"24시간 출동 대기해야 하고 때때로 야간 근무도 합니다. 화재가 발생하면 우리는 바로 1층으로 내려가서 임무를 수행합니다."

소방서 3층에 위치한 생활공간입니다.

대체복무자들은 이곳에서 일반 소방대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24시간 비상상황에 대기합니다.

병역거부자 입장에서는 실형을 사는 대신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소방서는 인력난 속 대체복무자의 존재가 소중합니다.

[캉쥔뤼/신베이소방국 지쿤분대장] "(대체복무자가) 청소와 모든 간단한 업무를 하게 되는데 퇴근 후 소방대원 업무 교대에 큰 도움이 됩니다."

지난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대만에서 병역을 거부해 대체복무한 사람은 총 852명.

이 중 90% 이상인 774명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고, 불교 신도가 60명이었습니다.

현재는 20여 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대만 각지의 소방서에서 대체복무를 하고 있습니다.

[리위리/내정부 역정서 심의과장] "경찰은 총을 사용하고 소방에서는 구조나 구급 업무를 맡기 때문에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을 소방서에 배치했습니다.)"

대체복무기간은 6개월.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 중인 대만에선 올해부터 4개월의 군사훈련만 받는데, 이 훈련기간의 1.5배인 겁니다.

이 직전까진 군 복무 기간이 1년이었는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여기서 15일만 더 복무하면 됐습니다.

복무 전 기초훈련 그리고 퇴역 후 예비역 훈련 과정에서도 군사훈련은 받지 않습니다.

이웃 대만의 사례는 60여 년 만에 대체복무를 도입하려는 우리에게 중요한 참고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대만보다 현역병의 수가 더 많고 병역거부자의 수도 훨씬 많아서 대체복무제 도입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이 더 많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취재진이 촬영해 온 대만 대체복무 영상을 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어떤 영역에서 복무하든 징역형을 사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김민/사진가·양심적 병역거부자] "저런 안전과 관련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용석/'전쟁 없는 세상' 활동가·양심적 병역거부자] "저런 정도의 일들이라면 한국의 병역거부자들도 기꺼이 굉장히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대체복무를 어떻게 할지를 두고 국회에는 세 건의 법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모두 공공영역에서 복무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복무기간과 관련해선 2건은 현역병의 1.5배, 1건은 2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박주민/더불어민주당 의원·대체복무 법안 발의] "(국제인권단체에서) '대체복무가 징벌처럼 여겨져서는 안 된다' 그러면서 기간에 대해서 얘기할 때 '1.5배 정도가 적당하다' 이런 의견들을 낸 경우들이 있어요."

하지만 아직도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기피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대체복무의 기간을 현역의 2배 이상으로 하고 복무 강도도 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실제로 기독교계 시민단체와 변호사들은 현역 복무기간의 2배, 지뢰제거 작업 복무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심사를 어떻게 할지도 문제입니다.

단순히 심사기구를 국무총리실에 설치할지, 국방부에 설치할지의 문제보다 개인의 양심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심사할지가 관심사입니다.

대만의 경우는 2000년 이후 병역거부자 모두가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습니다.

종교계가 심사에 참여해 병역거부자의 신앙생활을 입증하면 대체복무가 가능했습니다.

한국 역시 병역거부자의 대부분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고 있지만, 2000년대 이후 70~80명가량은 종교와 상관없이 개인의 양심과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습니다.

[임재성/변호사·양심적 병역거부자] "일단 심사는 가능하죠. 내면의 생각들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은 좀 말이 되지 않고요. 하지만 어렵죠.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어려운 일입니다."

60여 년 동안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됐던 사람은 약 1만 9천 명.

국방부는 지난 2일 병무청, 법무부와 함께 실무추진위원회를 꾸리고 또 민간 자문위원회를 발족시켰다고 발표했습니다.

8월 안에 대체복무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목표입니다.

하지만 형평성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결론을 내기엔 한 달이라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아 보입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김민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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