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약 3g 품은 '킬러 드론'..암살 대상 이마에 꽂혔다
강기헌 2018. 8. 6. 16:41
손바닥보다 작은 드론이 날아오른다. 카메라를 통해 마네킹의 얼굴 패턴을 인식하고 빠른 속도로 목표물을 향해 날아간다. 마네킹의 이마와 접촉한 순간 드론 몸체에 담긴 3g의 폭약이 폭발한다. 그와 동시에 마네킹 이마에 난 구멍에선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영화가 아닌 현실이다. 킬러 로봇 반대 단체(autonomousweapons.org)가 지난해 연말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영상의 한 장면이다.
킬러 로봇의 위협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발생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암살 시도에선 1㎏의 폭발물을 장착한 드론 두 대가 활용됐다.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무장관은 6일 “해당 폭발물은 반경 50 m 거리까지 살상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며 “드론은 원격으로 조정됐다”고 말했다. 정부 요인 암살에 드론이 사용된 첫 사례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킬러 로봇 개발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킬러 로봇은 공상과학 영화 속 얘기가 아닌 현실이다.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두 발 보행이 가능한 킬러 로봇 개발은 한참 진행 중이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구(DARPA) 지원을 받는 로봇 제작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가 대표적이다. 키 175㎝, 체중 81㎏인 아틀라스는 28개의 유압식 관절로 동작한다. 사람처럼 산길을 뛰고 텀블링을 할 정도로 유연하다. 폭약 등 무기만 장착하면 아틀라스는 언제든 킬러 로봇으로 변신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로봇 기술에 안면 인식 기술이 더해질 경우 킬러 로봇 등장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내다본다. 정태경 차의과대 데이터경영학과 교수는 “인공지능 중에서도 안면 인식 기술은 스마트폰 보안 용도로 활용될 정도로 보편적인 기술이 됐다”며 “군복 같은 특정 패턴의 옷을 입은 군인이나 특정인의 얼굴을 인식하는 기술을 로봇에 적용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도 킬러 로봇 개발에 따른 윤리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단체는 "킬러 로봇은 인권 탄압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킬러 로봇의 행위에 대한 책임 문제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를 포함한 로봇 분야 전문가 116명은 지난해 UN에 보낸 서한에서 “킬러 로봇이 개발될 경우 전쟁 속도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빨라질 것"이라며 "테러리스트나 독재자 등이 바람직하지 못한 방식으로 킬러 로봇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중앙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LED조명 잔혹사 2'..SK 중고차 쫓겨나자 벤츠가 꿰차
- '원전 대안' 태양광, 정작 폭염엔 더위먹어 안돌아갔다
- 김경수 18시간20분만에 귀가.."특검, 유력증거 없었다"
- 김병준 이어 홍성걸..한국당 방향키 쥔 '국민대 투톱'
- 북한 사람이 인식하는 중국은..'불신'과 '미개'
- 불난 것도 화나는데..차주에게 수리비 청구한 BMW
- 제일 더운 시간 아닌데..전력피크 오후 4~5시, 왜
- '러시아산 세탁' 북한산 석탄 9000t 왜 못 걸러냈나
- 플라스틱 빨대 없이 1주일..대나무·쌀 빨대 사용해보니
- 5000만 화교 중국 vs 3100만 인교 인도 격돌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