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文대통령 "여론 수렴해 누진제 개선"..3가지 고민

최훈길 2018. 8. 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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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누진제 완화냐, 폐지냐..민주당 "폐지 반대"
②산업용까지 개편하나..여당-산업부 입장차
③충분한 의견 수렴 어떻게..朴정부땐 당정TF
여름휴가를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 입장을 밝히면서, 개편 논의가 물꼬를 틀 전망이다. 일단 7~8월 전기요금을 할인한 뒤 하반기에 누진제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개편 수준, 범위, 방식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7월과 8월 두 달 간의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해 한시적 누진제 완화와 저소득층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 확대 등 전기요금 부담 경감 방안을 조속히 확정해 7월분 전기요금 고지부터 시행해주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폐지나 개선 요구하는 여론도 적지 않으므로 우리나라의 전기요금과 누진제의 수준을 외국과 비교해 국민들께 충분히 알리고, 또 국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서 개선 방안을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7일 오후 1시30분에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기요금 지원 대책을 발표한다. 이 대책에는 문 대통령이 발표한 △7∼8월 한시적 완화 △저소득층에 대한 전기요금 지원 대책이 담길 전망이다. 나머지 제도 개편 방안은 후속 논의를 거쳐 연내에 발표될 전망이다.

올해 이후에도 ‘전기요금 폭탄’을 맞지 않으려면 개선 방안이 중요하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6일 이데일리를 포함한 경제지와의 공동 인터뷰에서 누진제 개선 방향에 대해 “점검해 보는데 조금 시간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수석이 다소 신중한 입장을 밝힌 것은 누진제 개선 방안을 놓고 이견이 많기 때문이다.

◇산자위원 29명 중 21명 개편, 6명 폐지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누진제 관련한 여러 고민을 내비쳤다. 첫째는 누진제 개선 수준이다. 문 대통령은 “개선”, “폐지” 표현을 동시에 사용했다. 우리나라는 누진 3단계, 누진율 3배다. 한전에 따르면 미국은 2~3단계에 1.64배, 일본은 3단계에 1.54배, 캐나다는 2단계에 1.1~1.5배다. 프랑스는 누진제가 없다. 해외 사례를 보면 누진제 완화부터 폐지까지 다양하다.

다만 현재 국회는 누진제 폐지보단 개편하는 쪽 의견이 우세하다. 이데일리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위원 전원(29명)을 대상으로 지난 3~5일 전화 설문조사를 한 결과, 27명(93.1%)이 누진제 개편이나 폐지 입장을 밝혔다. 개편 의견이 21명, 폐지 의견이 6명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12명 중 11명이 개편 의견을 밝혔다. 여당 측은 전력수급·요금 인상 등이 우려된다며 폐지에 난색을 표했다.

개편 방안은 이미 많이 나온 상황이다. 발의된 전기사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하절기(7~9월), 동절기(12~2월)에 한시적 완화(민주당 권칠승) △사회취약계층의 경우 20% 전기요금 감면(민주당 김해영) △누진배율 1.5배 초과 금지(민주평화당 황주홍) 등의 누진제 개편안이 나온 상태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통화에서 “3단계를 유지하고 누진율만 1.5~2배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완화 수준에 대해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께서 전기요금 걱정 때문에 냉방 기기를 제대로 사용 못하는 일이 없도록 방안 강구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서민들은 집에서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까 싶어 에어컨을 못 틀고 있다”며 “전기를 쓴 만큼 돈을 내자”며 누진제 폐지를 촉구했다. 그러나 우원식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누진제를 폐지하면 전기를 너무 많이 쓰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의 주택용 누진제 단계·누진율이 미국, 일본, 캐나다보다 높다. 전력판매 경쟁체제를 도입한 미국의 누진율은 전력판매회사 32곳의 평균이다. [출처=한국전력,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與 “주택용보다 싼 산업용 요금도 개편”

둘째 고민은 산업용 개편도 할지 여부다. 문 대통령이 “개선 방안 검토”를 주문한 가운데, 민주당은 전반적인 요금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훈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산업용 경부하 요금을 많이 쓰고 있어 부담이 돼 산업용 요금도 손을 봐야 한다”며 “누진제를 개편하면서 요금 전체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산업용 경부하 요금은 주택용보다 저렴하다. 이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경부하 요금은 오후 11시~오전 9시까지 심야시간대 요금제다. 요금은 ㎾h당 53.7~61.6원(여름철 산업용 전력 기준) 수준이다. 누진제 1단계(사용량 200kWh 이하)의 요금(kWh당 93.3원)보다 낮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를 통해 ‘산업용 경부하 요금 차등 조정’을 통한 전력 다소비형 산업구조 개선을 예고했다. 산업부는 작년 12월 확정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 산업용 전력소비 효율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기자들과의 호프 미팅에서 “산업용 경부하 요금 인상을 연내 하겠다는 말씀은 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전기료 부담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종원 경제수석은 6일 인터뷰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과 관련해 질문을 받자 “큰 틀을 바꾸는 것은 시간을 두고 해야 할 거 같다”며 개편 가능성을 열어놨다.

◇여야 “TF 집중 논의”..시간끌기 우려도

셋째는 여론수렴 방식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는 방식을 주문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에서는 당정TF(태스크포스) 방식으로 여론을 수렴했다. 산업부는 2016년 8월9일 브리핑을 통해 “누진제는 과도한 요금이 아니다”며 개편 불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8월11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청와대에서 만나 “조만간에 (누진제 완화) 방안을 국민에게 발표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산업부는 7~9월 한시적 완화 방안을 발표한 뒤 누진제 당정TF를 8월에 꾸렸다.

TF는 민관 공동위원장 체제로 새누리당 의원, 시민단체, 학계, 에너지경제연구원, 산업부, 한전(015760)이 참여했다. 산업부는 당정TF를 통해 누진제 개편안 3개를 마련했다. 이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2016년 12월8일 3개 안 중 하나를 택해 전기요금 개편안을 승인했다. 이 결과 6단계, 11.7배 누진제가 현행 3단계, 3배수 누진제로 개편됐다.

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의사결정 상황은 비슷하다. 산업부는 그동안 누진제 개편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문 대통령이 6일 누진제 완화를 언급한 뒤 산업부는 7일 한시적 완화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TF가 꾸려질 가능성도 높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전문적인 TF를 통해서 집중 논의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당 간사인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도 “정부가 참여하는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폐지 방안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경태 의원은 “TF에서 논의하면 시간만 끌고 하세월”이라며 “국회에서 논의해 법으로 누진제를 없애는 게 정공법”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당정TF는 논의 과정이 전면 비공개 됐다. “여름이 지나니까 누진제 논의가 지지부진 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앞으로는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방안을 택하는 게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와 차별화를 보일지도 주목된다. 투명하고 충분하게 공론 기능을 수행할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결론이 제대로 나오려면 논의 방식부터 혁신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데일리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전원(29명)을 대상으로 지난 3~5일 전화 설문조사를 한 결과, 27명(93.8%)이 누진제 개편이나 폐지 입장을 밝혔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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