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특검 당당한 김경수.."정권 황태자" 치켜세운 야당 노림수는

권호 2018. 8.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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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특검에 출두하면서도 당당했다.

6일 오전 9시 26분, 특검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역 인근의 도로 한복판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서서 “특검보다 더한 조사에도 당당하게 응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특검도 정치 공방이나 갈등 확산시키는 정치 특검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 밝히는 진실 특검이 되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포토라인에 서기 전, 차에서 내려 걷는 동안 오른 주먹을 쥐고 흔들며 지지자들을 쳐다봤고, 지지자들은 꽃을 뿌리며 화답했다.

'드루킹' 김동원씨의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 허익범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김 지사가 장미꽃을 던지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으러 출석하는 정치인이 수사 주체를 향해 “정치 특검 되지 마라”고 훈수를 두는 것은 보기 드문 장면이다. 김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국회에 있을 땐 친문의 실력자였고 6·13 지방선거 승리 후엔 '차세대 주자'로 발돋움했다.

김 지사가 당선된 게 불과 55일 전이고, 도지사 임무를 시작한 건 갓 한 달 넘었다. 당당한 걸음걸이와 말투로 무죄를 항변했지만, 임기를 막 시작한 집권 여당의 유력 정치인이 특검이 불러 ‘포토라인’에 서는 것이 유리한 정상은 아니다. 정치권에선 “만약 이번 특검 때 깨끗하게 정리되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김 지사의 발목을 잡을 이슈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대선 직후만 해도 “민주당엔 차기, 차차기 후보군이 차고 넘친다”는 정치권 안팎의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性) 추문으로 낙마했고, 이재명 경기지사도 연일 악성 스캔들로 치도곤을 치르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김 지사까지 상처를 입는다면 당내 인재풀이 초라해지는 것 같은 착시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지난해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그를 수행한 김경수 의원. [중앙포토]


야 “정권 황태자”로 추켜세우며 공세
그런 맥락에서 이번 특검 조사는 김 지사 개인을 넘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입장에서도 적잖은 부담이다. 김 지사는 민주당의 주류인 친노ㆍ친문의 적통이자 ‘성골’이라 할 만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유권자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대선 당일 출구조사 발표 직후, 문 대통령의 차량에 동승한 유일한 정치인이 김 지사였다.

수사 결과에 따라 자칫 김 지사 개인을 넘어 여당과 청와대까지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자유한국당이 김 지사를 "정권의 황태자"라고 치켜세운 것도 이런 노림수 때문이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김 지사 출석 후 브리핑에서 “25일로 끝나는 1차 수사 기간은 남은 과제를 고려할 때 부족하다. 특검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여당에선 강경 대응 기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이 교묘한 언론플레이와 망신주기,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 공개를 하고 있어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검의 부적절한 행태는 고(故) 노회찬 의원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의 차기 당 대표를 노리는 송영길·김진표·이해찬(기호순) 의원도 연일 특검을 비판하고 김 지사를 엄호하고 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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