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엄마에게는 '최애' 자녀가 있다

신혜지 2018. 8. 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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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퍼듀대학 사회학과 교수의 20년 연구 결과 "엄마에게는 '편애'하는 자녀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지만 분명히 더 아픈 손가락과 덜 아픈 손가락은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실 엄마는 편애하는 자녀가 있다고 한다. 대체로 아들보다는 딸을, 첫째나 중간보다는 막내를 아낀다고 한다. 엄마의 ‘가장 좋아하는 자녀’는 시간이 흘러도 거의 변하지 않는다.

미국 퍼듀대학의 사회학자 질 수이터 교수는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부모에게 가장 아끼는 자녀가 있음을 밝히기 위해 연구했다. 그리고 지난 5월 지식공유 강연인 테드(TED)를 통해 ‘엄마들에게는 가장 좋아하는 자녀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수이터 교수는 “해당 주제를 연구하기 위해 기획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는 그 어떤 부모도 편애하는 자식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이 연구를 고집했던 이유는 기존에 많이 연구돼 왔던 부모와 한 명의 자식 간의 유대관계가 아닌 여러 자녀와의 관계성을 고찰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이터 교수는 ‘부모-자녀들’이라는 다소 광범위한 실험 대상을 줄이기 위해 ‘엄마-어른이 된 자녀들’로 대상을 한정시켰다. 그리고 556명의 엄마들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어떤 자녀와 개인적인 문제를 상담하고 싶은가’ ‘당신이 늙고 아프게 된다면 어떤 자녀가 돌봐주기를 바라는가’ ‘어떤 자녀와 정서적으로 가깝다고 느끼는가’ ‘어떤 자녀가 가장 자랑스러운가’ ‘어떤 자녀가 당신을 가장 실망시키는가’ ‘어떤 자녀와 가장 많은 갈등을 겪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또한 ‘당신의 자녀에게 최근 어떤 도움을 받았는가’ ‘당신의 자녀는 당신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서 사는가’와 같이 최근에 일어난 일과 가정환경을 묻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떤 자녀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자녀인가’를 물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연구에 따르면 ‘엄마는 대체로 아들보다는 딸을 아낀다’는 결과가 나왔다. 엄마들은 어떤 자녀와 가장 정서적으로 가깝냐는 질문과 어떤 자녀와 가장 많은 갈등을 겪느냐는 질문에 둘 다 딸이라고 답했다. 다시 말해 부모와 가장 다툼이 잦은 자녀가 사실은 ‘가장 좋아하는 자녀’인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가장 아끼다 보니 기대도 크고, 그러다 보니 기대에 어긋나거나 실망시키는 일이 생기면 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 수이터 교수는 “엄마는 첫째나 중간보다는 막내를 아낀다”고 밝혔다. 엄마들은 ‘어떤 자녀가 아직도 보살핌이 필요한가’ ‘나중에 나이가 들어 가장 신경이 쓰일 것 같은 자녀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부분 막내를 언급했다. 아무리 자녀가 어른이 되어도 막내만큼은 여전히 ‘아이’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질문은 자녀들에게도 주어졌다. 그들에게는 ‘당신의 엄마가 어떤 자녀를 가장 좋아하는 것 같은가’를 물었다. 대부분의 자녀들은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자녀를 짚어내지 못한다고 한다. 틀린 사람들은 본인이 엄마의 ‘가장 아끼는 자녀’라고 생각했다. 수이터 교수에 따르면 “오직 38%의 자녀들만 엄마의 선택을 맞췄다. 그리고 엄마의 가장 좋아하는 자녀로 선택받지 못한 이들은 자신이 엄마의 ‘가장 아끼는 자녀’로 확신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결론은 ‘엄마가 가장 아끼는 자녀는 아무리 긴 시간이 지나도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실험에 참여한 엄마들은 7~8년이 지난 뒤 다시 비슷한 질문을 받았고, 이때도 이전과 똑같은 자녀를 언급했다고 한다. 또 엄마는 가장 아끼는 자녀의 돌봄을 받지 못하게 되면 아무리 다른 자녀들이 잘 돌봐줘도 정서적으로 우울함을 느낀다고 한다. 반면 본인이 부모의 가장 아끼는 자녀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엄마가 늙고 쇠약해지면 본인 역시 우울해지고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수이터 교수는 해당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설령 당신이 엄마의 가장 아끼는 자녀로 선택받지 못했을지라도, 당신의 형제, 자매를 질투할 필요는 없다. 결국 그들은 당신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줄 사람이기 때문이다.”

신혜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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