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에 빠진 한국전력

이광호 2018. 8. 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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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탈(脫)원전 정책에 따른 전력 구입비 급증, 영국 원전 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해지, 자회사의 북한 석탄 수입 의혹, 전기료 한시적 인하에 따른 국민 보전분 부담까지. 공기업계의 맏형격인 한국전력이 각종 악재가 겹치며 사면초가에 빠졌다.

7일 정부가 누진제 1, 2구간을 완화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국민 보전분을 한전이 떠안게 됐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사용량에 따라 총 3단계로, 최대 3배의 요금이 부과되는데 1단계의 0∼200kWh 구간을 300kWh까지, 2단계의 201~400kwh 구간을 500kwh까지 확대해 전기요금을 완화키로 한 것이다. 요금인하 효과는 총 2761억원으로 이를 한전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한전은 지난 2016년 8월 정부가 전기요금 누진제 7∼9월 한시적으로 경감했을 때 그 손실 분을 책임졌다. 당시 한전의 경영여건은 좋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값싼 원전 대신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늘면서 전기 원가라고 할 수 있는 전력 구입비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전력 구입비는 한전이 발전회사에서 사오는 전기의 도매가격을 말한다.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한전이 지난해 구입한 전력중 원전 단가는 ㎾h당 60.76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이어 유연탄 78.97원, 수력 96.95원, LNG 103.67원, 유류 165.4원 등의 순이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단가는 ㎾h당 90.03원이지만, 정부 보조금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원전에 비해 최소 2.5배 이상 높다.

이에 따라 한전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국제유가도 꿈틀거리고 있다. 6일(현시지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0.8%(0.52달러) 상승한 69.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일 발행한 최근호에서 "한전은 한때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성공 등으로 세계 원전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지만 탈원전 등으로 경쟁력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자회사 한국남동발전이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을 수입한 혐의로 관세청 조사를 받고 있다.

잇따라 터진 악재에 한전의 주가는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4거래일만에 시가총액이 1조4000억원 넘게 증발했다. 한전은 지난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2.51% 내린 3만1050원에 장을 마감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전기요금 부담 경감 방안 마련 지시와 영국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상실 등의 소식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31일 종가(3만3300원)와 비교하면 주가는 4거래일간 7.25%나 하락했다. 이 기간 한전의 시가총액은 21조3774억원에서 19조9330억원으로 1조4444억원 사라졌다. 코스피 시총 순위도 14위에 그쳤다.

한전 관계자는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한 바 있고, 영국 원전도 사업 방식이나 지분율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와 전문가들은 한전의 경영 악화가 지속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탈원전 기조에 따른 원전 재가동 지연, 석탄 개별소비세 인상 등으로 한전 영업수지의 악화는 계속될 것"이라며 "결국 원전 가동율이 정상화 되지 않으면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을 1기 멈춘 뒤 LNG 발전으로 대체하면 한전이 하루에 11억원씩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지금의 발전 원가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탈원전 정책에 따라 전기요금이 세 배 가량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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